남부는 전압 불안정 심화, 제주는 풍력제한 年 39회
"계획단계서 선제 검토해야, 시장제도 마련도 필수"

▲제주지역 풍력발전 출력제어 현황. 배경은 탐라해상풍력이다.
▲제주지역 풍력발전 출력제어 현황. 배경은 탐라해상풍력이다.

[이투뉴스] 국내 전력망이 수급불균형으로 살얼음판 신세다. 재생에너지 발전원 증가에 대응한 전력계통 보강과 시장시스템 정비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남부지역에서는 태양광 증가로 전압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고, 제주지역에서는 풍력발전기 임의 가동중단 사례가 올해만 40여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경고등이 가장 먼저 켜진 지역은 광주·전남을 포함한 남부권이다. 이 지역에 태양광 발전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봄·가을이나 휴일·명절 때마다 과전압이 빈발하고 있다. 과전압은 부하(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나타난다. 사람으로 치면 뇌출혈 등을 유발하는 고혈압과 같다. 정격사용 전기이용설비에 손상을 일으킨다.

이에 대응해 당국은 송전선로 개방, 모선통합, 조상설비(무효전력보상장치) 설치 등의 조치를 통해 전압을 안정화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매년 전압초과 개소가 증가하는 등 역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많이 떨어지는 일요일에는 154kV(15만4000볼트) 선로 전압이 170kV 가까이 올라가고, 일부지역 345kV는 360kV까지 급등한 적도 있다. 우리로선 비상상황”이라며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태양광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요즘은 수십MW 이상 대규모도 많아 이를 따라잡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이런 전압 불안정을 완화하기 위해 고용량 리액터 등을 발주했다. 하지만 외산 기자재여서 입찰부터 조달까지 1년여가 소요되는 등 적기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 계통분야 한 당국자는 “계획을 수립하는 쪽에서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해 하지 않으면,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지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부지역 고민이 태양광이라면 제주지역 화두는 풍력발전 출력제한(Curtailment)이다. 경부하 때 풍력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하면 아무리 다른 발전기 출력을 최대로 낮춰도 공급력이 넘쳐 전력거래소가 각 발전사에 유선으로 요청해 임의로 터빈을 세우거나 블레이드(날개) 각도를 조절하는 방식을 발전량을 줄이고 있다.

연도별 풍력발전 출력제한 횟수는 2015년 3회에서 2016년 6회, 2017년 14회, 지난해 15회 순으로 증가하다가 올해 역대 최대인 39회를 기록했다. 출력제어 요구량도 2015년 152MWh에서 2017년 1300MWh, 올해 7687MWh로 불어났고, 전체 발전량에서 제어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처음 1.5%를 넘어섰다.

현재 제주내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290MW이며, 개발단계에 있는 프로젝트도 500MW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설비가 추가 진입하면 출력제한 횟수와 제약량이 늘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제주 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은 저가 LNG발전소 상업운전으로 인한 SMP(전력시장가격) 하락과 최근 REC(신재생공급인증서) 폭락으로 울상이다.

최근 들어선 당국 지시로 발전량을 줄여 수익이 감소한데 대한 풍력사업자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현지 계통 전문가는 "정부와 지자체가 수급여건을 보고 보급속도를 적절히 조절했어야 하는데, 일단 먼저 진입만 하고 보려는 사업자들 욕심에 갑자기 공급력이 늘어난 경향도 없지 않다"면서 "신뢰도 기준을 물론이고 결국 계통 불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제도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 그런면에서 정부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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