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에너지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도 그 어느 해보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급물살을 탔다. 탈원전·석탄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에 비중을 둔 에너지전환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그만큼 분야별로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았다.

이투뉴스는 끊이지 않는 화재로 사회적 이슈로까지 떠오른 ESS 사고, 37년 만에 전면 폐지된 LPG자동차 규제, 폭락하는 REC가격 등을 올해 에너지 분야 10대 뉴스로 뽑았다. 이와 함께 한빛원전 1호기 위기일발 출력 급상승, 논쟁 불러온 발전용LNG 개별요금제 도입, 구역전기 1호기업 짐코의 사업포기,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따른 청사진 등이 10대 뉴스에 올랐다.

누적 28건 연쇄 화재 ‘ESS산업 초토화

▲김해 한림면 태양광발전설비(ESS실)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김해 한림면 태양광발전설비(ESS실)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정부의 원인규명 조사와 안전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끊이질 않는 화재사고로 ESS(에너지저장장치) 산업이 초토화 됐다. 1028일 경남 김해에서 발생한 누적 28번째 화재까지 매달 1~2건씩 ESS가 불길에 휩싸였다. 업계는 배터리 충전율을 하향조정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불신이 극에 달해 신규발주가 중단된 뒤였다. 보급실적에 급급해 정부가 졸속으로 정책을 수립한 것이 가장 큰 패착으로 꼽힌다. 배터리업체들 역시 팔짱자세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화재방지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사후약방문 대처로 원성을 샀다. 이런 국내 상황이 무색하게 전 세계 ESS시장은 연평균 40%이상 고속 성장해 2025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가장 먼저 시장을 일으킨 한국시장은 엄동설한이다.

37년 만에 전면 폐지된 LPG차 규제

일반인도 누구나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3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LPG차 사용제한 규제 전면폐지는 19822월 택시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된 지 37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며 소비자 선택권은 물론 국가적 환경편익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아온 LPG차 규제는 디젤게이트가 터지고,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소비자 호응이 높은데다 완성차 업계의 신차 출시도 속도를 내면서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수송용 LPG시장이 재도약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구역전기 1호기업 짐코, 사업포기 선언

국내에서 처음 구역전기사업 허가를 받은 짐코가 경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업포기를 선언한 이후 결국 폐업했다. 집단에너지 또는 구역전기사업자가 기업회생절차 등을 밟아 사업권을 넘겨준 적은 있으나, 폐업한 것은 처음이다.

짐코는 누적된 적자로 이미 회생이 어려운 상황에 달한데다, 인수하려는 사업자까지 없자,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짐코의 폐업으로 전기공급은 한전으로 넘어 갔고, 기존 소형열병합설비를 지역주민이 직접 운영, 열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짐코의 폐업에도 알 수 있듯이 선발 대형사업자를 제외한 후발 집단에너지 및 구역전기 업체 대부분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폭락하는 REC 가격, 업계 반발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시키기 위해 마련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올해 폭락을 거듭하면서 업계의 불만이 팽배했다. 올해 초 평균가격 75000원대를 형성한 REC 가격이 11월엔 3만원대까지 떨어지자 전국태양광발전협회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단체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산업부 역시 REC 가격 하락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경쟁입찰 물량을 늘리고 전력거래소의 현물시장 입찰 가격 상하한을 10%로 조정 등 대책을 마련하며 진화를 서둘렀다. 국회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수급상황을 고려해 신재생에너지법에 정해진 RPS 의무공급량 상한을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한빛원전 1호기, 위기일발 출력 급상승 사고

510일 재가동을 앞두고 제어봉 성능시험을 벌이던 한빛원전 1호기의 출력이 급증하는 위기일발 사고가 발생했다. 두 차례 제어봉 시험이 실패로 돌아가자 시험법을 예전 방식으로 바꿔 무리하게 재시험을 벌이는 과정에 편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제어봉을 들어올린 것이 원인이다. 원전은 출력이 낮을 때 제어봉 반응도가 커 반드시 자격을 갖춘 작업자가 시험해야 했으나 이 역시 무자격자에 의해 이뤄졌다. 사고 발생과정이나 당국의 대처가 과거 체르노빌 사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한수원은 만일의 경우에도 원자로가 출력 25%에서 자동 정지돼 출력폭주가 일어날 수 없다며 사태축소에만 급급했다. 한편 국내 원전의 3분의 1은 격납건물 내부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무더기 공극 등 중대결함으로 정상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발전용LNG 개별요금제 도입 논쟁

지금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전용 LNG를 공급할 때 같은 가격을 매기던 현행 제도를 발전소마다 개별가격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하면서 논쟁이 뜨겁다.

기존에 체결했던 한국가스공사와 발전소 간 연료 공급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양측이 약정을 맺고 발전소마다 상황에 따른 차별화된 가격체계를 적용하겠다는 산원부와 가스공사 움직임에 직수입자와 민간발전사의 반발이 거세다. 학계와 국회까지 나서면서 상황이 녹록치 않다.

가스시장 효율성과 발전소 간 공정경쟁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과 전력시장 혼란은 물론 가스산업의 비효율과 독점폐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면서 내년에도 갑론을박은 여전할 전망이다.

신재생 확대, 석탄 축소3차 에기본 확정

정부는 5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3035%로 결정하는 내용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됐다. 전체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발전용 에너지)는 역할을 확대하는 대신 석탄발전은 과감하게 축소하고, 원자력 역시 신규건설 및 수명연장을 금지해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전력요금 원가요인 적기 반영, 분산에너지 공급확대, 친환경-분산전원 용량요금 보상 강화 등 2차에서도 강조한 정책방향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생에너지 비율과 원자력 축소를 놓고 많은 말썽을 빚기도 했으나,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다만 에너지시장 및 가격구조 현실화 등에 있어선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도시가스 원료비연동제 또 폭탄 돌리기

지난 수년간 도시가스 경쟁력을 떨어트리며 시장에서 혼란을 일으켰던 원료비연동제 미준수가 또 다시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원료비연동제가 원칙대로 시행되지 않으면서 누적된 도매요금 미수금이 9월 기준으로 14216억원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2008MB정부에서 공공요금 동결조치에 따라 2012년 말 기준 미수금이 55000억원에 이르자 2013년부터 한꺼번에 도시가스요금에 정산단가를 부과해 201710월 겨우 마무리됐던 사태가 또 다시 재연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게 실무적 판단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의 묵시적 압박이라는 점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사우디 아람코 드론 폭격으로 유가급등

세계 최대의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석유가공시설이 드론에 의한 폭격으로 가동중단됐다. 폭격에 따른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아람코가 시설가동을 일시 중단함으로써 하루 570만배럴의 석유생산이 멈췄다. 이 같은 사태로 67.32달러였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폭격 이틀 만에 배럴당 69.02달러,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62.90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원유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일주일에서 최대 3개월까지 석유시설이 복구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하는 등 석유시장 요동에 대비했다. 다행히 석유시설 복구작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끝나면서 유가는 안정을 되찾았다.

희토류 전쟁 여파로 다시 불붙은 북한 자원개발

-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자 글로벌 자원시장이 들썩였다. 세계 희토류 공급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자원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들어낸 것이다. 이제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왔으나, 희토류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이 같은 희토류 전쟁의 여파로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만드는데 쓰이는 희토류인 산화 디스프로슘의 가격이 저점대비 63% 급등하는 등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한 희토류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환경문제 등을 앞세워 개발보다 수입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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