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후위기, 어떻게 감당할 셈인가
[기자수첩] 기후위기, 어떻게 감당할 셈인가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1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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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땅 위의 것들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아요. 땅 속의 것들이 문제지.” 편리한 가스(Gas)가마 대신 전통 장작가마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도예명장 김정옥(79. 중요무형문화재) 선생은 이렇게 답했다. 나무와 물, 바람, 햇빛은 '땅 위의 것들'이다. 반면 석유, 석탄, 가스는 땅 속에서 캔다. 핵발전 연료인 우라늄도 광물이다. 이렇게 쉽게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구분할 수 있다니, 선생의 통찰에 무릎을 쳤다. 

인류는 ‘땅 속의 것들’을 경쟁적으로 꺼내 쓰면서 문명을 이어왔다. 석유·가스 중심의 에너지패권을 쥐기 위해 침략과 전쟁도 불사했다. 에너지이용 과정의 온실가스는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 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했다. 그런가 하면 옛 러시아와 일본은 핵발전으로 만용을 부리다 전 세계 후대에 폐를 끼쳤다. 인류가 기후와 생태계 질서를 교란하고, 그 영향이 다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인류세'의 군상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다시 엄중하게 경고하는 인류세의 미래는 암담하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와 대기근, 수몰, 질병 창궐, 분쟁 및 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미 가난하고 죄없는 이들이 먼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구는 지난 500만년간 한번도 2℃ 이상의 평균온도 상승을 경험해 본 적 없다. 그런데 지난 100년간 1℃가 올랐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마지노선은 1.5℃. 이제 기후위기는 잘 살고, 못 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에서 살 수 있냐, 그럴 수 없느냐의 문제다.

갈수록 빨리도는 파멸의 시계를 늦추려면 전 세계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기존 모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2050년 넷제로 합의'는 시사점이 크다. 우리가 감축목표가 많네, 적네를 푸념하는 사이 아예 배출량 '0' 시점을 못박았다. 목표가 분명하면, 행동이 뒤따를 것이다. 동시에 EU 회원국들은 석탄과 원자력을 녹색금융 대상에서 제외했다. 차악(次惡)을 선택하지 말라는 의미다. 앞서 영국은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했고, 미국은 기후협약 탈퇴 선언과 무관하게 탈탄소 경제로의 대전환(그린뉴딜)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이 자국 변화를 이끌면 곧 시선을 돌려 우리를 압박할 것이다.

그런데도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 한국은 여유만만이다. 여전히 석유, 석탄, 가스, 우라늄 등 '땅속의 것들'로 풍요로운 에너지소비를 누리고 있다. 드물게 이뤄지는 에너지전환 논의는 정쟁에 빠져 수년째 진척이 없다. 각종 정책계획에 화려한 수사와 구호를 동원하지만 그 뿐이다. 현실은 신규석탄 7기 건설, 전기요금 동결, 백지화 원전(신한울 3,4호기) 되살리기로 수렴된다. 이렇게 하면서 곧 밀어닥칠 기후위기 파고를 어떻게 감당하겠다는건가. 국민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정치든 정부든 먼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대가도 우리 몫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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