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의 전면폐지 이후 월별 감소대수 절반 이하로 뚝
환경성·가성비 긍정적 평가…월 평균 판매대수 40% 증가

▲LPG차 사용제한 규제폐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LPG시장이 재도약의 모멘텀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LPG차 사용제한 규제폐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LPG시장이 재도약의 모멘텀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이투뉴스] LPG차 사용을 제한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규제가 폐지된 지 10개월이다. LPG연료 사용제한을 전면 폐지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326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LPG차 사용규제가 37년 만에 폐지됐다. 소형, 중형, 대형 승용자동차 등 차종에 관계없이 모든 차량에 LPG연료 사용이 허용돼 누구라도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PG차 구매가 전면 허용되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저감 등 국가적 환경개선효과는 물론 LPG차를 비롯한 LPG수요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위축되어 가는 수송용 LPG시장이 재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다.

LPG차는 미세먼지(PM10) 배출량이 적고,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경유차량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휘발유차 9, 경유차 32, LPG4종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시험해본 결과 LPG차의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제 주행 환경과 비슷한 실외도로시험에서 LPG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경유차의 93분의 1에 불과하다.

국가적 측면에서 환경피해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LPG차 사용제한 전면 폐지로 자동차 배출 유해물질 중 질소산화물은 39414968(최대 7363), 미세먼지는 3848(최대 71)이 줄어든다. 이는 사용제한 완화로 휘발유 및 경유에서 LPG로 일부 수요가 전환돼 LPG자동차 수요가 안정화되는 시점을 2030년으로 가정한 수치다. 전체적인 환경피해비용 감소분은 3327~3633억원에 달한다.

사용제한 규제가 전면 폐지된 지 10개월이 다된 현재 LPG시장은 어떨까. 한마디로 LPG차량 판매는 순항 중이다. 국민적 이슈로 떠오른 미세먼지와 디젤게이트 여파로 디젤차량의 판매가 주춤하고 상대적으로 유지비 부담이 적은 LPG차량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4~10월 평균 LPG차 판매대수는 11530대로 규제폐지 이전인 1분기 월평균 판매대수 8229대 대비 40% 늘어났다. LPG차 판매점유율도 1분기 6.8%에서 2분기 8.5%, 3분기 9.2%, 1010.3%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빨리 일반인용 LPG차 판매를 시작한 르노삼성의 경우 규제가 폐지되기 이전 보다 LPG차 판매대수가 무려 297% 증가했다. 6월 중순 출시한 QM6 LPe 차량이 큰 인기를 끌며 르노삼성차 전체 판매량 증가를 견인하면서 QM6 LPe 모델이 QM6 전체판매량의 65%를 차지할 정도다.

매년 가파른 추이를 기록했던 LPG차 감소세도 둔화세가 확연해 월별 감소대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국내 LPG차 등록대수는 2010245만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 지난 8년간 40여만대가 줄었다. 201211000여대, 201322000여대, 201455000여대 줄어든 데 이어 2016년은 한 해 동안 9만대가 줄어 감소폭이 가팔랐다.

그나마 폐차 대수가 줄어들면서 2017년 이후에는 연간 감소대수가 6만여대 수준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2018년에는 69614대로 월평균 5800대 수준이었으며, 지난해 1분기에도 월평균 5390대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용제한 규제가 폐지된 이후인 지난해 2분기 월평균 LPG차 감소대수는 2092대에 그쳤다. 규제 폐지 전 월평균 감소대수가 5000대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3분기에도 월평균 감소대수는 2123대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온데 이어 10월에는 감소대수가 177대로 감소폭이 확연하다. 이는 규제 폐지 이후 LPG차 판매대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2000년대 초중반 급증했던 LPG차의 폐차 물량이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LPG차 개조도 규제 이전보다 3배 늘어

LPG차 판매와 함께 LPG차 개조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후 LPG차 구조변경(튜닝) 건수는 월평균 276여대로 집계됐다. 2018년 한 해 동안 LPG로 개조된 차량이 1157대로 월 평균 96대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3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국내 LPG차 등록대수는 2010245만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 8년간 40여만대 줄어들어 지난해 10월말 기준 등록대수는 2023879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수송용 LPG수요도 2009450만톤에서 2018311만톤으로 약 30% 줄었다.

LPG업계는 규제 폐지 후 LPG차 판매가 다시 활기를 되찾아 그간의 감소세를 조금씩 회복하며 조만간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규제 완화 이후 LPG 신차의 시장점유율을 최대 15%, 평균 10% 수준으로 추정할 경우 현재 203만대 수준인 LPG차가 2030년에는 최대 33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LPG차 판매가 활기를 띠는 것은 경제성·환경성 측면에서의 LPG차에 대한 운전자의 긍정적 인식 변화다. 친환경성은 이미 여러 연구기관의 연구를 거쳐 검증이 이뤄졌으며, 경제성도 비교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LPG차 연료가격은 휘발유의 53% 수준이며, 차량 연비까지 감안한 LPG의 상대가격은 휘발유의 67% 수준이다.

이 같은 LPG차의 우수성은 해외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로 LPG차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보급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활발하다.

세계 각국도 친환경 대체연료로 보급 지원

세계LPG협회 통계자료 ‘Statistical Review of Global LPG’에 따르면 LPG차는 2017년말 기준 70개국에서 2714만대가 운행 중이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유럽에서는 LPG를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대체연료로 장려하고 있어 세계 LPG차의 71%에 해당되는 1923만대가 이 곳에서 운행되고 있다.

유럽위원회(EC)는 연료 채굴부터 소비까지 전과정평가를 통해 수송용 연료별 라이프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LPG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휘발유나 경유차보다 20% 적다고 공표했다. 휘발유나 경유는 생산을 위한 원유 정제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지만 LPG는 생산량의 70%가 정제과정 없이 가스전이나 유전에서 채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위원회 미래 수송연료 전문가 그룹도 ‘Future Transport Fuels’ 보고서를 통해 대체연료로서 LPG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동차 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LPG, 전기, 수소, 바이오연료 등을 대체연료로 지정하고 유럽연합 및 개별 국가 차원에서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 최근 실시한 차량 2부제에서 LPG차는 전기, 수소차와 함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이를 잘 나타낸다.

프랑스 파리는 2016년부터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차량을 0~6등급으로 구분하는 차량 등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기·수소차는 0등급, LPG·CNG 등 가스 차량은 1등급으로 분류돼 도심 진입에 제한이 없을 뿐 아니라 무료주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LPG차량을 대체연료 차량으로 지정하고 휘발유 및 경유차 대비 낮은 주행세를 부과하고 있다.

스페인 또한 자동차 배출가스 라벨 시스템을 통해 LPG차를 프랑스의 1등급 수준인 에코 등급으로 분류해 보조금 및 세금 감면, 차량 2부제 제외의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연방정부는 1990년 대기정화법에서 LPG를 대체 청정연료로 지정한데 이어 1992년 에너지정책법을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이후 LPG, CNG 등 대체연료차량의 연료를 충전할 때 갤런 당 50센트의 소비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LPG충전소 설치 시 설치비의 30% 및 최대 3만 달러까지 세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학생들의 천식 예방 등을 위해 기존 디젤스쿨버스를 LPG 등 친환경버스로 전환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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