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종한 석유기술연구소 소장
미세먼지 주범 황산화물 배출 미미…유럽 소비세 감면
4대 정유사와 석유기술협의체 구축, 민·관 협업 플랫폼

▲하종한 석유기술연구소 소장.
▲하종한 석유기술연구소 소장.

[이투뉴스] 올해 3월부터 전국 화력발전소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바이오중유 도입에 들어가는 등 에너지업계에서는 바이오연료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바이오중유는 삼겹살 기름, 분식집 폐식용유 등 동식물성 유지나 바이오디젤 공정의 부산물 등을 원료로 만든 연료다. 산업부는 “바이오연료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황산화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아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줄어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발전용 바이오중유, 바이오항공유 등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석유관리원 석유기술연구소를 찾아 하종한 소장에게서 우리나라의 바이오연료 연구현황과 가치에 대해 들었다.

◇ “바이오항공유 아직 멀었다. 바이오디젤부터 상용화해야”

바이오항공유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에게 하종한 소장은 딱 잘라서 “우리나라의 바이오항공유는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다. 바이오항공유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항공분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안임을 검토하고, 지속가능한 바이오항공유 연료개발 로드맵을 설정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바이오항공유 연구의 현주소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하 소장은 “바이오항공유 자체가 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연료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화석연료와 비교해보려고 해도 바이오항공유를 시험하기 위해서는 항공기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연구의 진척이 느린 분야”라며 “바이오항공유를 주유한 항공기의 이륙, 비행, 착륙 과정을 모두 시험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은 육상에서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을 먼저 상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연료가 두 종류 있다. 그 중 하나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부산물로 만드는 부생연료유, 또 하나는 바이오중유이다.

바이오중유 도입에 대한 검토는 2012년부터 시작됐고 실증연구는 2013년말부터, 시험보급은 올해까지 진행해 상용화를 마쳤다.

우리나라의 바이오중유는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남은 부생재료들을 재활용한다. 바이오디젤은 식당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수거해 만드니 바이오중유를 만들기 위해서 재활용을 두 번하는 셈이다.

하 소장은 “바이오중유는 참 고마운 연료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나라이다 보니 저희가 이런저런 궁리를 해서 결국에는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하와이나 유럽 등의 일부 국가도 바이오중유 도입을 위해 시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 뿐이다. 결국 그 나라들은 자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부 바이오디젤 생산사들이 폐식용유 원료 바이오디젤을 유럽에 비싼값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EU 주요 국가들은 국가 신재생에너지 실행계획(NREAPs)에 따라 바이오연료를 사용할 경우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이들 국가는 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경우에는 실적평가시 두 배로 인정하는 더블카운팅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바이오연료에 대해서는 국내 소비세 일부를 감면해주고, 농업이나 어업을 영위하는 자가 식물성 기름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해당 연료에 대한 소비세를 전부 면제해준다.

식물이 자라면서 CO2를 흡수하고, 이 식물로 만들어진 폐유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CO2 저감에 두 배의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이다.

하 소장은 “바이오연료가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메인이 될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 국내 에너지업계에서 한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웃었다.

◇ 다가오는 IMO 2020, 바이오중유가 도움 될 수 있어

올 1월1일을 기점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에 따라 모든 선박은 황함량 0.5% 미만인 해양연료를 사용하게 된다. 이는 현행 3.5%인 황함량 상한선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현재 벙커연료 평균 황함량인 2.5%에서 1/5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업계는 선박용 바이오중유로의 연료 전환, 황함량 0.5% 미만인 초저유황 연료유, 배출가스 정화시스템인 스크러버 설치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 소장은 IMO2020 규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국내 석유회사들의 빠른 대응으로 연료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올해 전세계에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배에 황함량 0.5% 미만인 초저유황유를 채우고 출항하더라도, 도착한 나라에 대응되는 연료가 없을 경우 황함량 3.5%인 연료유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어 국내 해운사들이 아무리 꼼꼼하게 대응해 나가더라도 어느 정도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크러버를 장착하기 위해 배의 구조를 변경하고 다시 배검사를 받는 과정 자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바이오중유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중유는 선박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보다 열량은 8% 가량 낮지만 가격은 비슷하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는 6월부터 내년까지 1년 동안 바이오중유의 선박용 연료 적용품질 최적화 도출을 위한 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SK케미칼 역시 자사의 바이오중유를 선박연료유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용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민·관이 고민 나누면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올해 석유기술연구소가 추진할 신규 사업은 없는지 묻는 질문에 하 소장은 4대 정유사와의 협업체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11월부터 4대 정유사 R&D 직원들과 (가칭)석유기술협의체를 구축해 함께 연구하고 있다”며 “석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석유품질을 향상시키고 석유제품 고도화 설비를 연구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협의체를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사인 석유관리원을 기술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4대 정유사와 민·관이 협업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하 소장은 “협의체를 정례화시켜 석유사들과 고민하고,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종래에는 우리나라 전체의 이익과 경쟁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각사의 의견 중에서 교집합이 될만한 부분을 추려서 연구하려고 한다. 각 사에서도 반응이 좋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의 석유제품은 세계적이다. 원유 100이 들어오면 그 중 50은 원유보다 비싼 석유제품으로 수출하고 있다. 초기에는 유럽이나 일본 시장에 밀리기도 했지만 석유품질기준을 강화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업계의 협력이 밑거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 소장은 마지막으로 “석유관리원으로 많은 개발도상국 연구인력이 한국의 석유품질관리 시스템을 배우러 해마다 찾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를 거울로 두고 석유에 대해 배우겠다는 말을 한다”며 “여러 석유회사들과 고민을 나누면 안 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이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석유제품 생산국으로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고 설명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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