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 答] 농어촌공사 잇딴소송에 고발·시비 사업자 울분
선로공사 땐 홀로 도로점용 불허 3억원 들여 1km 우회
공기업도 돕지 않는 文정부 에너지전환 “방해만 않았으면”

[이투뉴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을 적극 추진한다고 하니 사람들은 착각한다.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앞장서 도와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해 보면 그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 금방 깨닫게 된다. 많은 경우에 지자체든 유관기관이든 ‘정부’로 통칭되는 그들은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다. 한번 겪어 본 이들은 “돕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방해하지만 말아 달라”고 하소연 한다. 우연한 계기로 한 민간사업자의 복장 터지는 사연을 전해 들었다. 간척지 조성 때 잠긴 자사 소유 유지(溜地)에 수상태양광을 짓겠다고 나섰다가 무려 7년간 공기업으로부터 갖은 고초를 당한 ㈜남정수상태양광 이야기다. 추진 3년차를 맞은 에너지전환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엇박자를 내고 있는지 직접 득량만 현장으로 내려가 보고 들었다.

▲보성방조제 남측 상공에서 바라본 1단계 남정수상태양광 발전소 공사 현장. 농어촌공사가 우측 제방도로 사용을 불허하면서 호수를 메워 임시 가설도로를 내고 자재를 이동하고 있다.
▲보성방조제 남측 상공에서 바라본 1단계 남정수상태양광 발전소 공사 현장. 농어촌공사가 우측 제방도로 사용을 불허하면서 호수를 메워 임시 가설도로를 내고 자재를 옮기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정부가 지원할 것'이란 착각
“동서남북이 농어촌공사 관리 구역으로 막혀 있습니다. 그런데 지척에 있는 저 제방도로를 못 쓰게 하니 하는 수없이 이쪽 우리 땅 수면(水面)을 메워 임시 가설도로를 냈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다시 없애야 하는데, 계획에 없던 5억원이 더 들게 생겼습니다.”

지난 11월 12일 전남 고흥군 대서면 남정리 ㈜남정수상태양광 1단계 공사현장. 보성군과 고흥군 사이 득량만을 가로질러 난 보성방조제 끝자락에서 정순필 탑인프라(시공사) 부사장이 갈대가 우거진 간척호(湖)로 가리키며 말했다. 공사차량과 굴착기가 호수 경계를 따라 만들어진 제방도로를 두고 골재를 메워 만든 임시도로서 한창 작업 중이다.

간척평야서 흘러나온 지류가 방조제에 갇혀 형성된 호수 전체 면적은 약 33만평(1.1㎢). 남정수상태양광은 이중 약 10만평(0.3㎢) 자사 유지에 각각 1단계 9MW, 2단계 16MW 수상태양광을 건설하고 있다. 유지는 웅덩이나 배수가 잘 안 되는 지목을 말한다. 2018년 5월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작년 6월 1단계를 착공했다. 애초 2014년부터 1, 2단계를 순차 준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3년 고흥군에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내자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시작됐다. 방조제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의 반대를 이유로 그해 11월 군(郡)이 불허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농어촌공사는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태양광으로 유지관리가 어렵다' 등의 이유를 댔다.

막다른 길로 내몰린 남정수상태양광은 이듬해 5월 고흥군을 상대로 개발행위불허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그리고 소(訴) 제기 5개월만인 2014년 9월 1심서 승소했다. 애초 농업생산기반시설이 아닌 사업자 부지를 사용하므로, 농어촌공사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란 이유였다. 같은 해 12월 2심 역시 같은 판단. 고흥군은 이를 수용해 2015년 1월 상고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 소송의 피고 측 보조참가인이었던 농어촌공사가 상고에 나섰다. 물론 2017년 10월 대법원의 3심 판단도 1, 2심과 같았다. 하지만 이미 3년 이상을 허송하고 공사지연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뒤였다.

▲정순필 탑인프라 부사장이 남정수상태양광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정순필 탑인프라 부사장이 남정수상태양광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농어촌공사 상고로 대법 판결까지 3년반 허송
그런데 소송은 서막에 불과했다. 농어촌공사의 집요한 발목잡기는 계통연계 비협조, 고발과 공사중지가처분 소송, 갖은 비공식 협박으로 이어졌다. 남정수상태양광에 따르면, 일찍이 40MW규모 전력계통 용량을 확보하고 전용선로 공사에 들어갔으나 유독 농어촌공사 보성지사 관할 농어촌도로만 네 차례 신청에도 도로점용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전용선로는 발전사업자가 자체 비용으로 변전소부터 발전소까지 전신주를 세워 도로가에 설치하는 배전선로다. 고흥군, 보성군, 조성면, 벌교읍 등 기초지자체는 물론 철도시설공단, 순천국토관리사무소 등이 관할 국도와 농어촌도로, 하천 등의 점용허가가 모두 내준 것과 비교된다. 결국 최적경로로 선로를 깔지 못한 사업자는 1km를 더 우회해 계통을 연결했다. 이 과정에 추가된 공사비만 3여억원이다.

농어촌공사는 현재 전국에서 대규모 자체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61개 저수지에 95MW를 설치했고, 향후 3년간 400MW 이상을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발전사업 특성과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공기업이다.

정 부사장은 “자신들이 하면 재생에너지 정책사업이고, 우리가 하면 아닌가. 민간사업자가 한다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막는다는 건 매우 이중적 행태"라면서 "심지어 전신주를 심을 때 자사 구거와 겹친다고 해 옮긴 적도 여러번이다. 별일 아닌 일로 당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울분이 터진다. 항상 '을(乙)'이라 참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성토했다.

▲방조제를 기준으로 좌측이 득량만, 오른쪽이 수상태양광이 들어선 간척호수다.
▲방조제를 기준으로 좌측이 득량만, 오른쪽이 수상태양광이 들어선 간척호수다.

제방도로도 못쓰게, 도로점용도 못하게 한 뒤 고발
가까스로 본공사에 들어갔지만 어깃장은 더 심해졌다. 작년 9월 농어촌공사 보성지사장은 남정수상태양광을 고발했다. 크레인을 동원해 농업기반시설부지(농로) 상공으로 자재를 운반하고 진입로를 설치했다는 이유다. 제방도로 사용을 불허한 것도 모자라 부득이 크레인을 사용해 공중으로 자재를 옮기는 궁여지책까지 문제를 삼은 것이다.

앞서 농어촌공사는 같은달 11일 광주지법에 남정수상태양광을 상대로 공사중지가천분 신청을 냈다가 기각 처분을 받기도 했다. 보성방조제 인근에 건립하는 수상태양광 홍보관이 제방 안전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홍보관은 경관심의 당시 주변 수상태양광시설을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지역주민 요청을 받아들여 계획된 시설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농어촌공사 사용승인을 받아야 할 대상도 아닌데다 홍보관이 제방 안전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시 남정수상태양광 손을 들어줬다. 정 부사장은 "현 정부들어 사업환경이나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 많이 기대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자체는 없던 조례를 만들어 규제하고, 공기업은 자체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사사건건 방해한다. 도움을 바라기보다 방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농어촌공사로부터) '끝까지 사업을 방해하겠다', '앞으로 농어촌공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겠다' 등 비공식적 협박도 많이 받았다. 우리 회사를 블랙리스트로 내부관리한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이미 많은 불이익을 받았고, 앞으로도 걱정이지만 이렇게라도 안밝히면 다른 선량한 사업자가 피해를 볼까봐 취재에 응했다. 실상을 정부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남정수상태양광 시공사이자 관계사인 탑인프라는 소송기간 농어촌공사 전남본부 공고사업에 응찰해 선정사보다 낮은가격을 써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부적격 처리돼 수주에 실패했다. 사측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지만, 우리가 을인데 어쩌겠나. 앞으로 어떤일을 또 벌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흥=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농어촌공사가 방조제 훼손을 이유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기각당한 후 완공된 홍보관겸 사무실.
▲농어촌공사가 방조제 훼손을 이유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기각당한 후 완공된 홍보관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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