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관리 담당할 에너지 리스크 TF 창설 필요

▲‘석유 지정학 리스크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는 이재승 고려대학교 교수.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주제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투뉴스] 우리나라가 석유의 지정학 리스크라는 난기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보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7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개최한 ‘에너지 전환시대, 석유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한 ‘2019 석유컨퍼런스’에서다.

이날 컨퍼런스에 발제자로 나온 이재승 고려대학교 교수는 ‘석유 지정학 리스크 및 대응방향’에 대해 우리의 현주소와 대응책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석유시장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 불안정성이 상존한다며 ▶2018년 호르무즈 해협 주변 아람코 시설의 드론 및 로켓 공격 피해 ▶2019년 5월 UAE 푸자이라 항구 부근 유조선 4대 습격 ▶2019년 6월 노르웨이와 일본 유조선에 대한 폭발 공격 ▶2019년 9월 아람코 시설 두 곳에 대한 드론 공격 등 중동에서 일어난 주요 분쟁사건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소비량의 21%가 통과하는 길목으로, 말라카 해협까지 합치면 글로벌 해상 석유 운송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원유 및 콘덴세이트의 65%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로 수출돼 무척 큰 비중을 가진 상황이다.

중동지역의 경우 미국의 선택적 개입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중·저규모의 다발적, 국지적인 분쟁 발생 가능성 역시 상존하며 ‘원활한 공급에 기반한 석유시장의 안정성’과 ‘지정학적 갈등과 불안정성’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석유시장은 절대 물량의 수급에 있어서는 시장이 안정성을 보이고 있으나, 단순한 국가별 생산 및 수급보다도 성상별로 세분화 된 수급전략을 고려해야 할 시기다.

특히 석유관련 업스트림 부문 및 대외자산관리와 투자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 동안 지나치게 방어적인 입장을 취해와 이를 해결할만한 범부처 차원의 ‘에너지 리스크 TF(가칭)’을 상설 운영해 대응역량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對美에너지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동에 대한 정보력 강화는 1차적 과제지만 중동에 대한 레버리지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나라는 가장 기본이 되는 석유수급 정보력이 매우 떨어진 상황이다. 일부 민간기업의 정보력은 굉장히 높지만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앞으로 10년 동안은 원유를 배럴당 60 달러에 살 수 있지 않을까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순간 블랙스완(예측하지 못한 사건)이라는 난기류에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국제유가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올해 유가가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과잉,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 세계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전년보다 하락했다며, 다만 OPEC의 감산과 미국의 이란 원유수출 제재로 유가의 추가 하락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원유시장 수급밸런스 개선 전망

이에 따르면 국제 석유시장은 2018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다. OPEC+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의 석유 수요 증가가 세계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으나 비OPEC의 공급 증가 문제와 OECD 상업용 석유재고 증가 등의 문제가 겹쳐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제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세계 경제, 세계 석유수요, OPEC 원유공급, OPEC 추가 감산, OPEC 원유수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본부장은 내년 두바이유는 감산이나 지정학 사건, -중 무역분쟁 및 세계 경기침체 등의 변수에 따라 배럴당 최고 71.90달러에서 최저 50.05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며 주요기관들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54~75달러 범위에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2세션에서는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이 글로벌 석유업계 동향과 시사점발표를 통해 정제사의 정제설비 증설과 수급밸런스 점검 문제를 살폈다.

올해 아시아 정제마진은 상반기 배럴당 3.7달러에서 3분기 6.3달러까지 상승했다가 4분기 2.7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4분기 정제마진 하락은 IMO2020 관련 공급과 수요의 엇박자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0년 정유산업 수급밸런스는 글로벌 정제설비 신증설로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신규 정제설비 증설 감소로 올해 하루 231만 배럴에 달하던 석유정제량이 내년 하루 89만 배럴에 멈추고 세계 석유제품 수요는 올해 하루 113만 배럴에서 내년 125만 배럴로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백 연구원은 “2020년 미국의 원유수출 증가가 생산증가를 상회해 결국 2022년 원유기준 순수출 국가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의 원유수출 확대는 미국 원유수입을 통한 원가 하락과 미국 정유기업의 장기적인 원가 경쟁력 하락 가능성으로 한국 정유기업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석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내 석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발표에서 국내 석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을 내놨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유산업은 세계 석유회사 중 SK이노베이션이 15, GS칼텍스가 18위를 기록하면서 비산유국임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시노펙의 매출액은 석유회사 중 1위지만 영업이익은 로얄더치쉘, 엑손모빌, BP, 셰브론이 더 많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단위공장별 세계 원유정제시설 규모 및 순위도 SK에너지, GS칼텍스, S-OIL이 각각 3, 5, 6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메이저사들의 매출액은 상류 부문과 하류 부문이 모두 포함돼 있음에도 국내 석유회사의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국내기업도 상류 부문에 진출해 매출액을 증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석유산업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7년 기준 정제시설 가동률 99.91% 수준을 보여 매우 높다. BP 역시 우리나라의 2018년 석유정제능력을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5위로 평가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의 석유정제능력이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석유산업은 수요 증가보다 정제능력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세계적인 정제능력 확대로 수출시장 경쟁이 보다 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유회사에 일곱가지 제언을 던졌다. 먼저 중국의 정제능력 확충으로 줄어드는 수요 감축분을 해외수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동남아 시장 등 해외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IMO 규제에 대응한 선도적인 저유황유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저유황유 시장 선점에 들어갈 필요성이 크다.

해외자원개발 동력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트레이딩 역량뿐만 아니라 E&P 역량도 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수송용 여뇨를 추출하는 선도적인 CCUS 기술 확보도 필요하다. 아울러LNG, C1, 수소 등에 대한 기체에너지 역량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다각화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대비책으로 자가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정부를 향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제시된 정책을 조속히 꾸준히 실행하고, 석유산업을 국가 주력 기간산업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유, 휘발유, LNG 등 외부비용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합리적이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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