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논란의 중심에 선 중국…2000년比 2018년 배출량 3배

[이투뉴스] 최근 전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 만남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총회를 마무리하면서 ‘기후 비상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이 비협조인 입장을 보이는 동시에 개발도상국들과 선진국들 사이에서 온실가스 감축 이행 규칙과 지원금 지원, 탄소시장 이행 규칙 등의 사안에 이견이 생겨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의 분명한 의지와 실행이 요구됐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중국은 매년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석탄의 절반을 태우고 있다. 그 결과 2000년 대비 2018년 연간 탄소배출량은 약 3배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0%에 해당한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은 태양광 모듈과 풍력터빈,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며 ‘친환경 선도국’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되는 태양광 셀의 3분의 2를 공급하고 있다. 

콜롬비아대 산하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케빈 투 연구원은 “중국 에너지 시장의 모순되는 모습들이 관측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시장이면서 최대 청정 에너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모순은 중국 에너지 수요의 엄청난 규모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정부 통계 약 6% 성장률로 둔화됨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 에너지경제의 근간이었던 석탄과 중공업에 대한 지원을 절반으로 삭감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보조금도 줄였다. 

앞서 UN기후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부 대표들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실행하기 위한 마지막 실행 작업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중국은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이미 2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여기에는 원자력과 수력이 포함돼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파리에서 약속된 초기 목표가 기온 상승을 막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각국 정부들이 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가장 앞장서야 할 중국이 더 헌신할 것이라는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와 위성사진으로 미루어 볼 때 중국은 모두 148GW 용량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거나 진행 중이다. 미국 비영리기구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분석에 의하면 이는 유럽연합 전체 석탄발전 용량과 맞먹는다. 

중국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작년 상반기 동안 전년동기 대비 약 40% 하락했다고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는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투자가 뒤따라 급감한 것이다. 

최근 베이징에서 중국의 자오 잉민 생태 환경부 차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비화석연료원이 이미 중국 에너지 믹스의 14.3%를 차지하고 있다”며 더 엄격한 기후 목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경제 개발과 국민들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경제 성장에 따라 중국 에너지 수요의 꾸준한 상승은 불가피 해 보인다. 중국이 과연 배출량 저감을 위해 충분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중국의 탄소 배출량이 2014년과 2016년 사이 소폭 줄어들자 기대를 걸었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7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력 관계에서 주도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다시 석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헬싱키에 위치한 ‘에너지와 청정 대기 연구 센터’의 로리 밀리버타 연구원은 “(중국이 기후 변화 문제에서) 리더가 되기는 커녕 오히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독일과 한국, 미국을 포함한 일부 개발도상국들이 석탄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석탄 소비는 40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밝혔다. 

석탄과 휘발유, 천연가스가 모두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기후 변화를 유발하나 석탄이 가장 큰 기후 변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다. 중국 석탄 소비의 증감을 보기 위해 전문가들은 샨시성에 주목하고 있다. 샨시성은 산지가 많은 중부 지역에 위치해 석탄 산업의 중심부로 알려져 있다.

대형 탄광들이 모여있으나 중국내 최대 태양광과 풍력 사업체들이 진입해 있기도 하다. 지난 30년간 빠른 경제 성장 덕분에 석탄 산업은 샨시성과 근방 지역에서 크게 부흥했다. 전력 생산에서 석탄 이용이 크게 늘면서 중국은 2006년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세계 배출량을 관측하는 ‘글로벌 카본 버진’에 따르면 중국의 배출량은 20년간 가파른 상승 이후 2013년 다소 정체됐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배출량이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가 ‘오염 전쟁’을 선포하며 배출량이 저감했던 시기다. 이 때 중국 정부는 수십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연기했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기존 석탄 발전소에 이산화황과 산화질소 등 대기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장치를 설치하도록 요구했다. 앨빈 린 천연자원보호위원회 기후에너지 전문관은 "그 결과 석탄 발전소의 약 80%가 환경설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베이징을 포함한 많은 중국 도시들의 대기질은 2013년과 2017년 사이 상당히 개선됐다. 칭화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중국 도시의 미세먼지 연례 PM2.5수치는 큐빅당 61.8mg에서 42mg 으로 약 3분의 1 가량 줄었다. 이 결과는 지난 11월 상호심사저널인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렸다. 

린 전문관은 “엄청난 개선이 이루어졌다”며 “아직 안전한 대기질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기 오염 수준은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보다 훨씬 높다. 오염 물질 제거 장치가 설치된 석탄 발전소들이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 물질을 덜 내뿜지만 온실가스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신규 발전소들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여전히 내뿜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카본 버짓’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재상승했다. 작년 상반기 동안 중국의 화석연료 연소와 콘크리트 생산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관리 당국이 중공업에 대한 환경 규제를 완화해 올 겨울 베이징이 스모그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앙 정부는 신규 석탄 발전소 허가증 발부에 대한 권리를 지역 정부로 잠시 이양했다. 건설 사업과 석탄 운영을 지역 경제 부흥과 세금 조달의 통로로 보고 있다고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테드 네이스 이사는 지적했다. 

지난 11월 리커창 총리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자국 에너지 안보를 위한 석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석탄 발전량 확대가 에너지 수요량보다 더 빠르게 증가해 과잉 공급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네이스 이사는 “신규 석탄 발전소를 해체하는 것은 지역민 고용과 탄광 운영 지원 등 관계된 문제들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며 “중국이 석탄을 포기하는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상승했다. 향후 1.5도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서 IPCC가 제시한 모든 시나리오에는 전 세계 각국의 석탄 발전 저감 또는 완전한 퇴출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석탄 발전으로 인한 기후 변화 문제가 중국에 크게 달려있다고 <AP>뉴스는 최근 보도했다. 

한편,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논문 저자인 존스 홉킨스 대학의 조나스 남 에너지 전문가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2030년 전까지 많은 것을 이뤄놔야 한다”며 “중국의 청정 에너지 공급망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제조로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08년 대비 2013년 80% 하락했다. 풍력 터빈과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 또한 상당히 낮아졌다. 남 전문가는 “중국은 상반된 기록들을 갖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온실가스 배출의 가파른 상승을 보여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에너지 기술을 규모의 경제로 빠르고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세계 최악 기후변화 주범으로 남을지, 잠재적 청정 에너지 구세주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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