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유플랫폼 스타트업 에이치에너지 & 함일한 대표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와 임직원들이 서울 압구정동 사무실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이치에너지는 옥상태양광 기반 에너지공유 플랫폼과 가상발전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와 임직원들이 서울 압구정동 사무실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이치에너지는 옥상태양광 기반 에너지공유 플랫폼과 가상발전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투뉴스] “누구나 에어비앤비처럼 옥상을 공유해 전력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우린 전력을 데이터화(化)해 유튜브처럼 그 재화가 거래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고요.”

'어떤 일을 하는 회사냐'는 질문에 함일한 에이치에너지(HENERGY) 대표는 “(이해시키기)힘든 설명”이라며 난감을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잘 알려진 공유경제 플랫폼에 빗대 자사 사업모델을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이며, 유튜브는 구글의 동영상공유 서비스다. 모두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굴지의 플랫폼이 됐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에이치에너지는 에너지공유 플랫폼이란 새 영역을 파고든 국산 스타트업이다. 지붕, 옥상 등을 소유주와 공유해 태양광을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된 수많은 분산 전원을 모아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를 운영한다. 대기업 에너지사업부 출신의 함 대표가 각 분야 포스텍 동기들을 설득해 2018년 3월 창립했다. 기업 캐치프레이즈는 ‘Have your energy & share it!’ 옥상공유를 비롯해 전력중개서비스, VPP, ESS 최적운용 서비스 등을 운용 중이다.

에너지공유 플랫폼이란 새 영역 개척
지난 18일 방문한 서울 압구정동 에이치에너지 사무실은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떠올리게 했다. 자리마다 3~4개의 모니터가 켜져 있고, 저마다 사업개발 및 데이터분석 작업이 한창이다. 에이치에너지는 1MW 이하 소규모 재생에너지와 ESS, 전기차 전기를 모아 전력시장에서 사고 파는 전력중개사업자이기도 하다. 전기사업법으로 이 사업을 정식 허용하기 전부터 시장개화를 예상하고 미리 창업했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많아지면 당연히 분산화 된 자원을 모을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수요가 생기고, 그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마련될 것이란 함 대표의 예측이 적중했다. 창업 당시만 해도 전력을 이해하는 사람들조차 '사기'라며 사업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정작 에이치에너지의 고민은 그런 제도적 여건이 아니다.

함 대표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규모 자원을 어떻게 많아지게 할 것인가다.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구축비용을 낮추고 거래비용을 제로화 시켜 시장을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시장이 충분히 커졌을 때 이 플랫폼으로 전력망 안정화라든지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18년간 몸담았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초창기 인코어드테크놀로지에 합류해 사업모델 개발과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임원으로 일했다. 1990년대 혁신을 주도했던 대기업들이 2000년대 하반기 들어 정체하면서 대기업 주도의 변화는 끝났다고 판단해서다. 인코어드가 어느 정도 반석에 오른 뒤에는 에너지데이터로 전력에너지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현재의 에이치에너지를 설립했다.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포부는 적지 않다. 새로운 롱테일 시장을 만들어 ESS를 유통채널이자 전력수요변화를 상쇄시켜 주는 발란싱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융시장에서 옵션거래나 선물거래가 큰 역할을 하듯, 언제든 전력을 충·방전할 수 있는 ESS로 변동성을 해결해 리스크 헷징과 수익창출을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규모는 작지만 서울과 울산에 거점을 확보했고, 조만간 경북 지역에도 새 거점을 만든다.

기존 에너지신사업과 가장 큰 차이는 사업대상과 수익창출 방식이다. 에이치에너지는 PMS란 전용소프트웨어로 태양광 구축비를 표준화 해 절감시켜 주고,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거래비용과 운영관리비를 면제시켜 일단 소규모 자원들이 사업타당성을 갖추도록 여건부터 만들어 준다. 기존 자원을 모집·관리하는 전력수요관리사업과 대별된다. 

이후 새로 시장에 참여한 자원들이 충분히 만들어지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망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면, 그때서야 가상발전소로 밸런싱 등 보조서비스 시장에 참여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현재는 소규모 자원을 발굴하고 그들의 사업성을 만들어주는 투자시기. 결실로 이어지기 시작하는 시점도 멀지 않았다는 게 함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2022년 정도가 되면 KT같은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걱정하는 건 그런 대기업 참여가 아니라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의 섣부른 지원정책이다. 충분한 시장이 만들어져 시장필요에 의해 인센티브나 페널티가 생기면 바람직한데, 시장을 키운다고 인센티브만 주면 머니게임이 돼 대기업이 독식한다"고 말했다.

▲에이치에너지 비즈니스 모델 개요도 ⓒHENERGY
▲에이치에너지 비즈니스 모델 개요도 ⓒHENERGY

대기업 진출해도 걱정 '無'  독자영역 구축
한국처럼 공기업이 독점하고 제도가 경직된 전력시장에서 이런 사업모델은 승산이 있을까? 함 대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기존 플레이어들은 전력자체를 다루지만 자신들은 전기를 플랫폼과 데이터, 금융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기도 모르면서 사업을 하냐'고 핀잔하면 '그건 당신들이 잘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한다고 한다.

지금은 시장이 워낙 협소해 한전 같은 전기사업자 주도지만, 향후 인프라 서비스모델과 금융 등이 이 시장에 접목되면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반드시 만들어 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함 대표는 전력이든 산업공학이든 수요예측의 중요성을 논하는 건 50~60년대 지나간 얘기라고 단언했다.

예측은 잘 맞으면 문제가 없지만 틀릴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사태를 키워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80년대에 도요타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만드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으로 히트를 쳤고, 이제는 마켓컬리, 총알배송처럼 어떤 상황이든 채워야 하는 시대"라면서 "예측은 중요하지만 이젠 모든 사이트 정보를 모두가 바라보고 있다가 각자 채우는, 축구로 치면 토털사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규제로 시장이 만들어지고, 그와 매출이 연동되는 사업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 공무원들 사고로는 결코 에어비앤비 같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다”면서 "오차율이 있더라도 오차범위내에서 헷징하는 게 공학적 접근이다. 우린 그 부분에 집중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여서 쉽게 다른 자본이 침범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기술투자가 필요하며, 입으로 복제할 수 있는 성격의 시장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거점별로 가상발전소를 포석하는 이유도 동시에 여러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 함 대표는 "옥상공유부터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우린 매일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람들이다. 규모가 충분히 커져 대기업이 욕심낼 때 우리 경쟁력은 굉장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전력시장 환경은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태생부터 글로벌을 사업무대로 보고 있고, 그 시장을 선점하면 자연스럽게 한국시장도 바꿀 수 있다는 것. 다만 함 대표는 "우린 어느정도 시장이 크면 한국형을 만든다면서 옥상옥 공무원 조직을 만들고 정부가 예산으로 직접 뛰어든다. 그렇게 2~3년이 지나면 국내업체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고 해외기업이 무주공산으로 들어온다"면서 "단적인 예가 서울에너지공사다.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지 않고 서울시 자원이 모두 내것이다라고 하는 순간 아무도 투자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게 된다"고 꼬집었다.

갈라파고스 같은 한국시장이더라도 변화는 피할 수 없으며,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함 대표는 "산업혁명이 오고 있는 과정이다. 변화를 주도할 것이냐, 당할 것이냐의 문제다. 우리가 소규모자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언젠가 해외 사업모델이 들어와 그걸 풀 것"이라며 "산업혁명은 산업부 공무원이 주도하는 게 아니다. 큰 흐름을 바라보고 그 시장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우리같은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했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

산업혁명의 시대, 공공은 혁신주도 어려워
에이치에너지가 꿈꾸는 에너지공유 플랫폼의 궁극의 좌표는 어디쯤일까? 함 대표는 "플랫폼 경제가 매우 독선적일 수 있다. 공유경제가 갖고 있는 여러문제를 우리방식으로 다르게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함 대표에 따르면, 플랫폼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중성적으로 판단한다지만, 사업자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고 사악해 질수도 있다. 

그는 "그래서 우린 배달의 민족처럼 어떤 시장을 밑에 두고 (수익을)가져가는 게 아니라 추가로 시장을 만들고, 소비자사업자가 주체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 민족은 얼마전 독일기업에 매각이 결정된 국내 1위 배달앱이다. 배달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 함 대표는 "유튜브처럼 전기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됐을 때 그 플랫폼은 분명 독점적 시장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됐을 때 어떤 기업이 그 플랫폼을 맡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함 대표는 "에너지전환이라고 말하지만, 전환된 에너지의 소유와 수익의 주체가 골드만삭스여도 문제가 없냐.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누가 소유하게 만들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면서 "시민들이 소유하고, 그러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금의 플랫폼은 그런 사회적가치까지 고민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정부나 전력거래소를 향해서는 진정성 있는 현장소통을 주문했다. 업체를 불러놓고 공허한 정책 논의를 펴기보다 충분히 시장안으로 들어와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현장애로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함 대표는 "KT만해도 B2C 정산 시스템에 수천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데, 전력거래소는 정산체계를 바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도 에너지전환을 선언했지만, 현실에서의 문제는 뭔지, 디테일에서 어려움은 뭔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에이치에너지는 서울시 녹색에너지과와 시(市) 소유 수많은 유휴옥상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해당 시설 관할부서가 이런저런 불가사유를 대 단 한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함 대표는 "현장의 디테일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초기에 성공사례를 만들고 그걸 전파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에이치에너지는 일본 신전력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발전차액지원제(FIT)가 종료되는 주택용 태양광시장의 전력사업자와 소비자를 상대로 ESS기반 가상발전소를 운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실증을 통해 사업성을 확인했고, 올해 ESS시스템에 대한 JET인증 획득을 추진한다. 일본에선 향후 10년간 매년 23만 세대가 FIT에서 추가 이탈한다. 이 시장에서 테슬라는 하드웨어인 ESS만 팔 계획이지만, 에이치에너지는 ESS와 운영관리까지 맡을 예정이다.

함일한 대표는 "시장은 충분히 열려있다. 일본 시장의 경우 스마트미터가 깔려있어 가상의 오퍼레이션이 가능하며 바로 수익을 추정할 수도 있다"면서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변혁의 시대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있는 게 리스크다. 시장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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