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승모 한국석재협회 회장
2천년대 초 활황 이후 3D·낙후됐다는 편견에 한국 석재산업 쇠퇴
항만부지 석재산업진흥지구 설립으로 수직계열 밸류체인 갖춰야

▲김승모 한국석재협회 회장은 석재자원을 한국 산업기반의 한 축으로 되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승모 한국석재협회 회장은 석재자원을 한국 산업기반의 한 축으로 되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투뉴스] 석재는 말 그대로 암석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가공해 토목 및 건축, 비석, 미술공예품 등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원전 270만년부터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 석재는 서기 2020년 디지털 시대인 현재도 산업의 주춧돌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최근 김승모 한국석재협회 회장은 2020년을 맞아 석재산업을 대한민국 산업기반의 한 축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석재산업, 과거와 달리 쇠퇴해…과거의 영화 다시 누리게 할 것

김승모 회장은 “석재산업의 활황기는 2000년대 초반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석재산업이 3D업종이고 낙후됐다는 편견이 퍼지면서 한국 석재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1986년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자원업계와 연을 맺은 30여년의 세월 동안 공사에서 근무하며 북한 석산에 파견 나가 석재 가공공장을 만든 바 있다. 또한 1992년 개소한 익산 석재지원 사업소에서 10년 동안 있으면서 5명의 석공 명장과 약 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해내는 등 석재 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베테랑이다.

김 회장은 “졸업생들의 권유로 석재협회 회장직을 맡았지만 활황이었던 과거와 달리 석재산업은 쇠퇴해가는 산업이 돼버렸다”며 “내가 협회장을 맡은 이상 석재산업이 과거의 영화를 다시 누릴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내가 보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석재협회 회장 자리에서 후배들을 위해 풀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그걸 위해서는 내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회원사들 역시 협조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석재로 이뤄진 광주학생운동기념탑.
▲석재로 이뤄진 광주학생운동기념탑.

◆ 우리 문화재의 60%가 석재, 석재전문인력 육성 시급

협회는 석재산업 육성발전을 위해 석산개발·석재가공·석공예·석재시공 네 가지 분야로 세분화해 각 분야 로드맵을 세워 대응해나가고 있다.

먼저 석산개발을 위해서 입지별 맞춤형 석산개발 및 복구기술 개발 모델을 구축해, 명분있는 개발과 복원으로 친환경적인 석재산업 육성과 난개발 방지를 추진한다.

석재가공분야에 대해서는 3차원 장비 및 CNC 가공장비 등 첨단장비로 스마트형 공장을 구축해 가공공장의 현대화와 경비절감·제품 우수성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공적자금지원과 우수인력 공급 확대를 통한 생산성 증대가 핵심요소이다. 협회는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수행 창구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석공예 분야는 3차원 프린트 등 최첨단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육성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예로부터 손재주 있는 이들이 많아 모든 문화재의 60% 이상이 석재로 만들어졌다”며 “전통 석조각 기법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예술감각을 접목해 표현함으로써 우리만의 고유한 석제품 제작기법을 만들어야한다”고 부연했다.

마지막 석재시공 분야에 대해서는 석공면허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 석공면허 완화로 전문기술자가 직접 시공에 참여하도록 해, 환경친화 마감재인 석재전문인력 육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석재산업육성을 위해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정부와 협의해 예특자금 등 출연기금에서 합리적인 석재산업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센터를 통해 석재업체에 필요한 혁신인재를 육성한다. 또한 양질의 건축자재 공급망을 구축해 국내외 석재공급 및 지원으로 외화획득 기여방안을 강구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인조대리석, 타일 등 유관산업계와 활성화방안을 수립하고 전통석제품 전시회 활성화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린다.

▲중국 동승석재 제품관리 창고전경. 중국은 석재전용 단지를 활용해 전세계 석종이 몰려오는 석재hub이다.
▲중국 동승석재 제품관리 창고전경. 중국은 석재전용 단지를 활용해 전세계 석종이 몰려오는 석재hub이다.

◆ 석진법 없는 석재산업, 경기장서 룰 없이 뛰는 것

현재 석재협회의 회원사는 150여곳으로 이 중에서도 실제로 활동하는 회원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석재업체 중에서 상장된 회사는 일신석재 한 곳 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회원사로 가입하지 않은 석재업체는 1000여곳, 업계 종사자는 2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석재산업이 다시 부흥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는 ‘석재산업진흥법’을 들었다.

석진법은 석재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석재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임업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발의된 법률로 석재산업 전문인력 양성, 기술개발 촉진, 석재사업자 등록, 석재산업 기반조성 지원, 석재산업진흥지구 지원 등 석재산업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을 내용으로 한다.

김 회장은 “석진법 없는 석재산업은 운동선수가 룰 없이 경기장에서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법이 통과되면 경기장 안에 규칙이 신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석재산업진흥지구에 대한 열망이 커보였다. 평택항, 새만금항 등 항만배후부지에 물류, 유통 등 여러 인프라를 갖춘 석재전용 국가산업단지를 구성하고 보세구역 지정한다면 석재산업을 수직계열 밸류체인으로 묶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중국 샤먼항은 항구의 일부를 석재전용 단지로 묶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돌을 사려면 샤먼항에 가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 세계의 석종들이 몰려오는 곳”이라며 “원가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건비와 물류비다. 평택항, 새만금항 배후부지를 10만평 정도 할애해 전문단지를 만들면 인력, 가공공장, 기술자 양성 등을 종합사업으로 묶어 물류비를 다운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도 포천에서 채산되는 가평석은 원석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이렇게 중국으로 수출된 가평석 원석은 석판으로 가공돼 한국으로 역수입된다. 한국에서 가공하려고 해도 인건비와 설비 부재로 생산 코스트를 맞출 수 없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는 또한 “다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만 얘기하지만 석재산업 같은 1,2차 산업도 성장시켜야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며 “GDP가 상승하면 석재소비량도 함께 상승한다. 자연친화적이고 내구성이 높은 석재소비는 국민의 생활수준이 오를수록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협회는 중국 및 동남아, 중앙아시아, 남미, 유럽 등 글로벌 국가와 교류하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양질의 석제품과 가공품, 신제품 등의 기술공유와 수출입으로 상생의 글로벌 경영전략을 추진하겠다”며 “국내외 회원사들과 상호협력해 첨단 신제품 개발과 신소재 제품의 생산·판매로 경쟁력 제고와 부가가치 향상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