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대상에서 공유대상 된 이동수단…바뀌는 비즈니스 모델
대체로 복합 충전소 위시한 고객서비스 강화로 윤곽 드러나

[이투뉴스]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밀접한 이동수단 혁신은 미래를 대비하는 주유소 사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동수단은 이제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고 고객들의 이용행태와 인식들은 이전과 달라졌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공개한 ‘주유소에 미래가 있습니까?’ 칼럼은 대체연료의 증가 등 외부적 요인으로 연료소매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실가스 배출제한 규정과 기술력 발전으로 전기 및 다른 대체연료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주유소 등 석유소매업자는 위기를 겪어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BCG의 분석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도 주유소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정유4사가 겪고 있는 ‘미래형 주유소 모델’의 구체적인 예를 준비했다.

▲SK이노베이션의 울산 내트럭하우스 전경.
▲SK이노베이션의 울산 내트럭하우스 전경.

◆ SK이노, 수소충전소 인프라 조성과 운전자 편의를 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담당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최근 수소충전소까지 가능한 친환경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구축에 나섰다.

SK에너지는 11월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와 평택시 수소충전소 인프라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서 심두섭 SK에너지 에너지B2C사업본부장과 유종수 하이넷 대표는 미세먼지 없는 대기환경을 조성하고 우리나라 수소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충전인프라 확산에 공동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SK에너지는 부지제공과 수소충전소 운영을, 하이넷은 수소충전소 구축 및 수소공급을 담당할 예정이다.

평택 제1호 수소충전소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SK라인45 LPG충전소 부지 내에 설치돼 2020년 상반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SK에너지는 장기적 관점에서 수소전기차 확산에 맞춰 수소충전소를 추가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SK에너지는 태양광발전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경상남도 창원시 내트럭하우스 부산신항 사업소 태양광 발전시설을 연말부터 본격가동에 들어갔다.

SK에너지가 지친 화물차 운전자들을 위해 설립한 내트럭하우스는 주유소이면서 샤워실, 컴퓨터실, 식당, 수면실, 편의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진 신개념 주유소다. 시설들은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부산신항 사업소 태양광 발전시설을 위해 7월부터 5만㎡에 달하는 부산신항 사업소 화물차 주차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했다.

이는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면적을 최대로 확보해 발전용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로, 부산신항 사업소 한 곳에서 995.4kWh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확보했다. 발전용량 3kWh 수준인 주택용 태양광 발전시설과 비교해 300배가 넘는 규모다.

부산신항 사업소가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하게 될 전력량은 연간 1.4GW로, LNG 발전 대비 매년 약 62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미세먼지 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S칼텍스 전기차 충전소 전경.
▲GS칼텍스 전기차 충전소 전경.

◆ GS칼텍스 “주유소가 4차 산업혁명의 축 담당해야”

GS칼텍스는 미래형 주유소에 대해 "주유소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GS칼텍스가 공개한 미래형 주유소 청사진은 보다 구체적이다. 비콘을 이용한 스마트결제부터 고객맞춤형 세차 및 정비, 카 셰어링, 전기차 충전 등이 그것이다. 또한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택배서비스인 홈픽과 생활편의스마트락커 큐부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GS칼텍스의 이런 성과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을 꼽으라면 휘발유, 경유, LPG, 수소, 전기를 모두 충전할 수 있는 '토털 에너지 스테이션'일 것이다.

GS칼텍스는 주유소와 LPG충전소가 함께 있는 서울 강동구 소재 주유충전소 부지에 100kW급 전기차 급속충전기와 수소충전소를 착공해 모든 자동차가 연료를 공급 받을 수 있는 1000평 규모의 토털 에너지 스테이션을 짓는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충전소는 시간 당 5대 이상의 수소전기차를 완충할 수 있는 충전용량을 갖춰 눈길을 끈다. 

GS칼텍스는 현재 국내 전기차 이용환경 개선 및 저변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 첫발로 스마트위례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제공함으로써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전반적인 운영을 수행하기로 했다. 이는 GS칼텍스와 LG전자가 맺은 ‘미래형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조성 MOU’의 일환이기도 하다.

또한 서울 시내 주요 7개 직영주유소에서 100kW급 전기차 충전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기존보다 개선된 충전접근성, 빨라진 충전속도, 정비와 세차가 가능해졌다.

▲현대오일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고양시 복합 스테이션.
▲현대오일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고양시 복합 스테이션.

◆ 가장 발 빠른 현대오일뱅크, 전기차 충전기 2300대 보급계획도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 울산에 휘발유, 경유, 전기, 수소, LPG까지 한 곳에서 주요하고 충전할 수 있는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을 구축하면서 정유사 중 가장 빠른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경기도 고양시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업부지의 그린벨트 해제가 반려되고 수소충전소 설립에 대한 주민 반대여론이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기차 충전기 제작·운영 기업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서울, 부산, 대구, 속초 소재 주유소에 급속충전기를 설치·운영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같은 전기차 충전 서비스 모델을 자영주유소 2300여곳에도 보급하고, 한발 더 나아가 주유소 뿐만 아니라 전국 거점 도시 내 대형마트, 카페, 패스트푸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 등에도 설치·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OIL은 KT와 2018년, ICT 플랫폼 기반 미래형 주유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회사는 주유소 운영과 정보통신 분야 전문역량,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하고 주유차량을 인식해 실물카드 없이 자동결제되는 '커넥티드 카 커머스 솔루션'을 스마트폰앱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세븐일레븐과 국내 주유소 최초 미래형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개장했다. 통합인증단말기를 설치한 출입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이 무인편의점은 주유소, 충전소, 공장 등 다양한 상권에 활발하게 들어서고 있다.

S-OIL 관계자는 "현재는 마켓셰어를 늘리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S-OIL이 구상하는 미래형 주유소에 대해 외부에 공개할만한 얘기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OIL을 제외한 나머지 정유3사의 전략은 대체로 복합 충전소를 위시해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이 가진 미래형 주유소에 대한 구상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증거로 보인다.

파편화하는 개인과 반대로 확장되는 주유소 서비스, 둘의 타협은 어느 지점에서 이뤄질지 기대하게 된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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