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망 접속 태양광·풍력 GW단위 증가 불구 網관리 주체 공백
TSO도 전력거래소+한전 '기형적' 한전 배전조직은 망중립 과제

▲(위) 전력계통 구성도와 현행 관제시스템  (아래) 전압별 전력계통 구성도와 송배전망 ⓒ전력연구원, 한전 계통계획처
▲(위) 전력계통 구성도와 현행 관제시스템 (아래) 전압별 전력계통 구성도와 송배전망 ⓒ전력연구원, 한전 계통계획처

[이투뉴스] 에너지전환정책에 힘입어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배전계통운영자(DSO. Distribution System Operator) 도입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매년 GW 단위로 늘어나는데, 각종 제약을 해소하면서 중립적으로 배전망을 운영할 전담 운영자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 등 전력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기는 해안가에 건설된 원전‧석탄화력과 일부 도심외곽 LNG발전소에서 생산돼 765‧345‧154kV 송전선로를 타고 주요소비지로 공급됐다. 초고압망에서 22.9kV 배전망까지 일방향으로 전력이 수송돼 산업‧가정‧상업시설이 최종 소비처가 됐다.

하지만 최근 수년 새 이런 흐름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대규모 발전단지는 154kV 송전선로로, MW 단위 중소형 발전설비는 22.9kV 배전망으로 각각 연결돼 일부 지역은 전기소비지에서 생산지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 최근 전남‧전북‧경북지역 배전망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압기 과부하와 배전망 과전압도 수요를 초과한 공급 탓이다.

변화는 당분간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집계에 의하면, 2019년 8월 현재 계통접속을 완료한 1MW이하 재생에너지 설비는 4737MW이며, 2475MW는 발전소를 완공하는 대로 추가 접속될 예정이다. 여기에 변전소를 늘리는 등의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대기 중인 설비만 6699MW에 달한다.

계통만 준비되면 9174MW의 1MW 이하 분산전원이 추가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16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접수된 1MW 이하 접속신청 물량은 건수로는 7만874건, 용량으로는 1만3911MW에 달한다.

재생에너지는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이를 전력계통으로 받아들여 망(網)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전력당국은 아직 명확히 역할분담을 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로 역할과 기능이 크게 달라지는 배전망 관리에 대한 공백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전력계통은 외형적으론 누구나 송배전 네트워크를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망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산업구조개편이 발전분할 단계에서 중단되면서 실상은 한전이 발전부터 송전, 배전, 판매까지 겸업하는 불완전한 형태다. 또 전력거래소는 망구성이나 접속과 무관하게 실시간 계통운영(SO)만 담당하고 있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엄밀히 따져 국내 TSO(독립송배전회사)는 전력거래소와 한전의 송·변전 급전조직으로, 전기사업법상 배전망에 연결된 발전기에 대해 급전지시 권한이 없는 기형적 형태"라면서 "현재는 배전망에 대한 신뢰도 기준도 미약하며, 관리 역시 공용선로는 한전 배전조직이, 전용선로는 송변전조직이 따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많은 태양광과 풍력, ESS(에너지저장장치), 연료전지 등이 앞다퉈 배전망에 접속되고 있지만, 관리는 탈원전을 선언한 현 정부 초기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이상적으론 TSO와 DSO가 제도, 기술, 시스템에 대한 준비와 논의를 긴밀하게 해나가면서 최적화된 운영방안을 만들고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전 배전조직이 사실상 DSO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전환 시대에 맞게 조직을 재편하고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전은 전국에 14개 계통운영센터와 41개 지역배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4조 3교대 방식으로 1340여명이 근무 중이다. 배전계통운영은 DAS라는 운영시스템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들 기존 급전조직을 활용해 분산전원 발전량 예측과 스케쥴링, 전압 관리, 출력 조정 등을 담당하는 DSO역할을 부여하면, TSO와 협력해 전력망을 한층 신축적이고 강건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 조직내에서도 송전조직과 배전조직이 반목하고 있고, DSO라도 망중립을 보장해야 하므로 독립조직화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전력학계 한 인사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전체 계통레벨에선 지역의 무효전력 등을 컨트롤 할 수 없어 중장기적으론 DSO 체제도입이 필요하다. 조직간 밥그릇 싸움의 관점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따라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면서 "DSO도 단순한 망관리 수준에서 탈피해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수 전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ESS와 스마트그리드 제어기술을 융합해 능동적인 DSO 운영모델을 도출하면 계통통을 한계점 부근까지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전기소비자나 발전사업자에게 비용절감 편익을 줄 수도 있다. DSO가 기술혁신과 시장 융합의 촉진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해외 선진국 송배전 운영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EU)은 발전과 판매 등 경쟁부문과 송·배전을 소유분리하고, 전력시장거래와 계통운영(TSO)도 따로 떼어놓았다. EU 28개국 중 17개국이 소매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반면 북미지역은 송배전 겸업을 허용해 전력회사가 발전과 송배전 및 판매를 동시 수행한다. 특히 ISO(독립계통운영자)나 RTO(지방송전조직)에 의한 지역간 시장통합과 계통 연계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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