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인 홍수, 가뭄, 물부족, 폭염 등은 모두 빗물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빗물을 모아서 관리하면 이러한 문제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빗물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산성비라는 잘못된 교육과 홍보 때문에 시민들은 물론 물전문가까지 빗물은 내리자마자 빨리 버려야 하는 쓰레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관리해왔다. 그 결과 정부의 물관리 계획에는 모든 수자원의 시작인 빗물이 무시 또는 저평가 됐다. 시작부터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셈이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빗물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법률을 제·개정하며, 올바른 실천사례를 만들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시민사회 운동이다.

다행스럽게도 2019년에 빗물에 관한 법제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전기가 마련됐다. ‘물관리 기본법’은 빗물로부터 시작된 물순환 주기의 과정에 있는 모든 물을 유역 전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홍수, 가뭄, 폭염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빗물관리’를 해야 한다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빗물은 자원이라는 기본법의 원칙에 따라 관련된 모든 하위의 법이 제· 개정될 것이다. 이미 서울시, 전주시와 같은 80개 이상의 지방자치체에서 빗물이용시설을 활성화하도록 보조금 등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빗물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하늘물’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빗물의 중요성을 알고 잘 관리를 하자는 움직임이 학자, 예술가, 시민사회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산지, 농토, 도시, 건축물 등 국토의 전역에 떨어진다. 따라서 국토 전체가 하늘물의 혜택을 누리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물관리를 넘어 모든 시민이 하늘물 문화로서 승격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2020년 새아침에 ‘하늘물 이니셔티브’를 제안한다. 이것은 물관리 기본법의 원칙에 따라 빗물을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하고, 국토의 모든 빗물을 떨어진 자리 근처에서부터 관리하도록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물문화 운동을 말한다. 우선 교과서에 있는 산성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고, 유아부터 고등학교 학생들의 하늘물과 관련된 재미있는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 특색을 살린 시민들의 성공적인 물관리 사례를 많이 만들어서 홍보 및 확산한다. 법 제도의 정비,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에 대한 연구개발도 지원, 빗물관리산업의 육성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운동을 전 세계에 확산할 수 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Think Global, Act Local). 전세계적인 탄소감축을 위한 고민만 한다면 당장 우리 지역의 물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거기에 더해 지역에 떨어지는 하늘물을 모으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면 당장이라도 홍수, 가뭄, 열섬도 줄일 수 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전략의 하나로 하늘물 이니셔티브를 제안한다. 물부족 문제를 빗물을 이용하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아주 커다란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기술로 베트남의 시골 보건소에 만든 빗물식수화 시설은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아세안 국가, 남태평양 국가 등으로 확산하는 단계에 있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빗물을 버리는 도시가 아닌 빗물을 모으는 도시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시민의 인식변화와 시민운동을 위하여 제1회 하늘물 전시회가 서울대 관정 도서관에서 2020년 2월말까지 열리고 있다. 이 기간 유아들의 하늘물 콘테스트, 하늘물 세미나, 북 콘서트 등도 계획돼 있다.

아직 전세계 사람들이 빗물의 중요성을 모른다. 빗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우리는 물론 전 세계에 기쁨을 줄 수 있다. 대한민국의 빗물관련 법제화와 시민들의 운동의 시작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전세계 인류에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하늘물 이니셔티브’를 따라 하면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기쁘다 하늘물 오셨네”라는 축복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이 영광은 600여년전, 측우기와 측우제도를 만들어 체계적인 빗물관리를 세계 최초로 하신 우리 선조들이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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