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전력관리시스템 구축…국민DR 활성화로 수익창출도
서울시, 작년 에너지리빙랩 2개 개발-시행, 올해 4개로 확대

“리빙랩으로 스마트한 에너지 생활 즐긴다”

[이투뉴스] #1. 에너지자립마을인 강동구 올림픽파크 한양수자인 아파트 주민들은 요즘 스마트폰 앱으로 우리 집 에너지 사용량과 사용패턴을 확인한다. 목표량을 정해 목표대비 얼마나 달성했는지, 전체 단지에서 우리 집 절감량은 몇 등인지도 바로 확인하고, 절감 팁도 알 수 있는 등 전력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기업처럼 가정에서도 전기사용량을 줄인 만큼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쉼표(국민DR)’가 시작돼 앱을 통한 전력수요관리로 전기도 아끼고,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동작구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은 지역 내에 폭염·한파 취약가구가 많다는 점에 주목, 마을주민들이 나서 ‘성대골 전환센터’라는 이름의 마을 안전망을 구축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마을연구원이 마을 내 폭염·한파 취약가구를 발굴하는데 참여했다. 취약가구 개선은 부동산, 인테리어, 철물점, 설비 등 지역 내 ‘마을기술인’이 맡아 마을문제 해결과 골목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다.

▲전력수요관리를 위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전력수요관리를 위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감 및 사업화 찾는다
위의 두 사례는 서울시가 에너지전환 실험을 촉진하기 위해 작년 시작한 ‘주민참여형 에너지전환 리빙랩(Living Lab)’을 통해 시작된 마을의 변화다. 리빙랩은 시민과 현장, 해법을 잇는 새로운 사회혁신방법론이다. 특히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새로운 과학기술과 제도가 실생활에 맞게 적용될 수 있도록 시민과 전문가, 기업, 행정이 협력해 프로젝트로 이끌고 있다.

에너지전환 리빙랩 프로젝트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통해 2건의 과제를 발굴하고, 지난해 7월 수행업체를 선정해 시작했다. 민간기업과 주민, 연구소가 주축이 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시는 사업비 등을 통해 측면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추진된 프로젝트는 ▶시민참여형 전력수요관리 등 전력시장 연계형 에너지전환 리빙랩(강동구 올림픽파크 한양수자인 아파트) ▶에너지자립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마을특화모델 발굴 리빙랩(동작구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2개다.

우선 전력시장 연계형 에너지전환 리빙랩은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에너지쉼표 사업에 대한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 가정의 전력수요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뒀다. 에너지쉼표(국민DR)는 가정, 소형점포 등이 평상시보다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절약한 전기사용량을 판매하고 금전으로 보상받는 제도다. 미세먼지가 많거나 에너지 사용량이 과하게 높아진 시점에 전력거래소가 절감을 요청하면, 1kWh 절감에 대해서 1300원 가량의 현금성 보상을 지원한다.

전력연계형 리빙랩 추진은 시범단지로 선정된 올림픽파크 한양수자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주거환경의 60%를 차지하는 아파트 중심의 절감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아파트관리 특성 중 하나인 종합계약방식(관리비 통합부과 및 정산 등)에 따른 검침 데이터 관리와 이를 활용한 개별 세대의 절감을 지원할 도구를 마련하는데 연구가 집중됐다.

리빙랩 개발과 수행을 맡은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대표 최종웅)는 먼저 마을주민과 아파트 관리소 의견을 반영해 주민들이 손쉽게 전력수요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기존 아파트 관리소에서 운영 중인 관리비 검침 시스템과 연계해 에너지 사용량과 패턴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했다.

앱을 통해 에너지전환 리빙랩에 대한 홍보와 함께 주민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에너지사용량에 대한 실시간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세대별 데이터도 구축됐다. 여기에 ‘고객님은 이웃보다 얼만큼(O%) 대기전력을 더 사용하고 계십니다’ 등의 데이터 제공과 개인화된 절감메시지를 통해 자율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활동가의 노하우가 담긴 에너지 대시보드도 다양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효율적인 전력수요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에너지쉼표’ 참여율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DR 참여는 에너지사용 및 태양광발전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에너지데이터 플랫폼’을 구축, 전력거래소의 수요감축 요청 및 미세먼지 경보 발령 시 마을주민에게 수요절감을 요청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주민들은 평상시보다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월간 1000∼2000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작년 시범적용하면서 쌓인 데이터는 향후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세대별, 단지별 에너지사용 데이터가 향후 에너지쉼터 등을 운영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향후 기준대비 에너지사용량을 줄이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에코마일리지 시스템과 연계해 적정수준 이하로 에너지를 절감한 가구가 지속적으로 에너지절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자립마을도 도시와 농촌 협동으로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은 ‘상상하자 성대골 전환센터, 도전하자 도농협동 에너지자립마을’을 주제로 에너지자립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특화모델을 발굴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마을주민들의 관계망인 ‘성대골 전환센터’를 통해 폭염·한파 취약가구 등 기후변화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기술인과 상인 등 마을주민이 직접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해 골목경제도 살린다는 것이 큰 그림이다.

주민이 직접 에너지 관리·절약·생산에 나서고 있는 성대골은 우리나라 에너지자립마을 1세대로 손꼽히는 에너지 자치를 시행하고 있다. 집집마다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를 비롯해 에너지 관련 교육과 참여, 청소년 기후소송포럼, 노후 주택 에너지효율개선(집가꾸기) 사업 등에 있어 많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여기에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기존의 에너지 자치활동을 사업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성대골은 에너지전환 리빙랩을 추진하면서 에너지슈퍼마켙 및 와트몰이 7년 동안 쌓아 온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이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할지 주목했다. 더불어 기후위기, 노령화, 건축물 노후화, 마을경제 위축 등 마을재생을 위한 과제를 에너지와 접목하기 위해 애썼다. 특히 도시마을의 회복을 위한 전환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정립하기 위해 지역주민과의 대화 및 설문조사 등에 나섰다.

이를 통해 의식주 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관계망 형성과 함께 이들이 기초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전환센터가 기후위기 대응 정보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양한 부동산 및 건물에너지 자료와 기술인력 풀 등의 정보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대두됐다. 이를 통해 에너지효율화 집수리 DB를 구축, 성대골 지역기술자를 활용한 효율개선사업에 나섰다.

기존 에너지슈퍼마켙 등을 마을기술네트워크, 부동산 및 태양광 지원센터까지 아우르는 업종융합 실험에도 나섰다. 또 에너지전환을 위해 골목에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 키친 등의 전환거리를 조성하고, 기업 및 주민의 역량, 에너지 관련 아이디어까지 연결하는 전환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에 파트너로서 동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후위기에 회복력을 갖추기 위한 성대골 마을의 파트너가 전환센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주민 주도의 에너지전환 경험을 농촌지역까지 확산하는 도농협동형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성대골은 하동군 하남마을, 제주도 월평마을, 완주군 고산촌마을과 협약을 체결해 마을과 도시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연계협력 사업을 구상·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하동의 소수력, 제주도 풍력, 고산촌 태양광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전환 리빙랩은 이처럼 생활 주변에서 시민이 직접 필요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요한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에너지 절감 및 저탄소 생활 등 스마트한 에너지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에너지전환 리빙랩을 주도해 가고 있는 서울시 역시 지난해 2개로 시작한 리빙랩 프로젝트를 올해는 4개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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