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에너지분권 위해선 중앙정부 지원 필요

▲김진오 원장
▲김진오 원장

[이투뉴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기조 변화에 따라 광역지자체 및 기초지자체중 일부는 지난해 일제히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에 착수한 바 있다. 그 계획수립의 결과 금년부터 앞으로 5개년 간 이끌어 갈 새로운 지역에너지사업에 대한 비전과 목표와 실천방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일찍이 에너지전환정책에 이어 지방정부도 지방분권에 근거한 에너지분권에 손을 쓰고 있다. 이중 전자는 탈원전과 탈석탄을 통한 재생에너지, 집단에너지로의 전환이고, 후자는 중앙집중식 발전시스템을 지역적으로 분산화시키는 에너지분권이다.

이같은 에너지환경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외부적으로 지구환경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란 세계적인 패러다임 전환 때문이고, 국내적으로는 지방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지방정부 책임아래 수행할 수 있는 기본틀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지역 간 에너지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소비가 수도권이 높지만, 전력생산시설은 남부, 중부, 서부 해안지역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하향식(Top down)으로 에너지 기본계획과 지역에너지계획을 운영해 왔던 탓이다. 중앙집권식 에너지정책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로 인해 지역 간 불평등을 초래하여 사회적, 경제적 갈등을 불러오게 되는 단점도 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수급과 관련하여 지방정부가 가진 권한과 자율성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에너지 안정적 공급권 확보가 오직 중앙정부에만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지역은 가동에 따른 대기오염 및 미세먼지 발생, 송전탑 주변지역의 암발생률 증가, 지가 하락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작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지역은 아무런 불편이나 장애요인 없이 평안하게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분권과 관련하여 지역의 에너지불평등과 생산, 소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정책의 일대전환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자체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행복권 추구와 국가 산업발전을 위하여 발전소 건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사결정권과 인허가권은 모두 중앙정부에게 있고, 다만 특정지역의 설치-수용 여부만 지자체의 몫으로 남게 되어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지방분권은 없고 오직 중앙집권만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지역에너지계획 수립도 지방정부의 권한과 자율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중앙정부가 설정한 에너지기본계획과 그 지침에 따라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워놓고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모델을 따라가는 하향식으로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을 요구한다면 이는 지역중심형 에너지계획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답습에 불과할 뿐 새로운 독창적인 지역사업을 발굴하고 운영하기는 힘들다.

비록 지차체 차원에서 대규모 특화사업이 개발되었다고 하더라도 재정자립도가 낮고 인허가사항(3MW이상)이 중앙정부에 있는 한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주체인 지자체가 지역에너지사업을 단독 운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정한 지방분권이 되려면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해당지역에 있는 지산지소형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해당지역 지자체에게 주어져야 한다.

재원 조달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높여 중앙정부의 국비지원 없이도 지방재정만으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체제로의 개편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요구사항을 적정하게 수용하여 지원할 수 있는 행정체계는 갖춰 놓아야 한다. 이같이 중앙집권을 지방분권으로 과감하게 바꾸고자 하는 정책의지 없이는 지방분권은 영원한 구호에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2019년 6월) 산업통산자원부가 발표한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은 과히 획기적인 조치다. 그 내용은 에너지전환과 에너지분권을 기본 철학으로 삼고, 계획수립과 이행과정에서 기초지자체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숙의적인 방식의 계획을 수립토록 주문한다. 뿐만아니라 에너지 이용효율향상과 에너지수요 감축목표 그리고 지역내 재생에너지 이용확대 방안 및 공급 목표를 각각 제시케 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역량확대, 민간 거버넌스 구축방안, 지역특성화 신규사업을 발굴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역에너지계획수립과 관련해 발굴된 지역에너지사업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지자체 예산만으로 단독 수행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은 그대로 남는다. 투입예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신규 특화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예산확보없이 사업수행은 헛수고다.

민간자본을 끌어드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지만 발전전력에 대한 SMP이외에 REC가격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민간기업들도 얼른 이 시장에 매력을 느끼긴 어렵다. 신재생에너지시장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의 정책의지를 표시하고 지방분권에서 각종 기초인프라를 구축하는 성의도 꼭 필요하지만,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화석연료 발전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SMP 외에 REC가중치가 되든 발전차액 보전이든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 현안과제로 떠오른다.

다행히 지역에너지계획의 대변신을 시도하는 신호는 떨어졌지만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계획집행에 필요한 예산확보를 위한 과감한 재정 및 조세정책의 변화가 시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지역에너지계획의 대변신이 성공적인 길을 가기에는 아직 산 넘어 산이지만 첫 단추만이라도 바로 꿰어져 가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김진오 jokim@bes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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