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68.60달러 기록…장중 한때 70달러선 돌파하기도
에너지전문가 “이란 문제에도 석유공급에 차질 없어” 전망

▲원유생산시설에서 드릴링으로 채굴하고 있다.
▲원유생산시설에서 드릴링 방식으로 채굴하고 있다.

[이투뉴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일보직전까지 가는 등 충돌을 빚으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였다. 미국의 폭격으로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사망했을 당시 7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이란이 미군이 있는 이라크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 한때 급박한 상황까지 갔지만 이후 말싸움으로 바뀌면서  10일 현재 국제유가는 진정되는 추세다.

중동발 석유 리스크는 줄곧 제기돼 온 문제다. 하지만 3일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으로 국제원유시장은 또 한차례 요동쳤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많은 미국인들을 살해·부상에 관여했고 더 많은 이들을 살해할 음모를 꾸몄으며, 이란 시위대 사망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의 죽음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란을 대상으로 무력행사에 나선 직후인 3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2.35달러 오른 68.60달러,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1.87달러 상승한 63.05달러, 두바이유는 2.10달러 오른 67.79달러를 기록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하자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보복에 대비해 이란 내 52곳을 공격 목표로 정했다"고 발언하면서 사태는 더욱 확산일로를 걸었다.

6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0.31달러 상승해 68.91달러, WTI는 0.22달러 오른 63.27달러, 두바이유는 1.86달러 상승한 69.65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이 날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4개월만에 처음으로 7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후 석유거래 자문회사인 리터부시&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대표가 "이란의 실질적 보복가능성에 대한 관망 분위기가 형성되며, 이란발 중동 리스크 확장이 제한되고 있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어 정치위험연구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이 "이란은 석유시설 타격보다는 미 군사시설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이란이 석유공급에 차질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됨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은 다소 완화됐다.

7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0.64달러 떨어진 68.27달러, WTI는 0.57달러 떨어진 62.70달러, 두바이유는 1.31달러 떨어진 68.34달러를 기록했다.

8일 결국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정점에 달했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군사적 대응이 아닌 경제제재를 선택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란 사태는 고비를 넘겼다. 당시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 직후 이란 국영TV는 "이번 공격은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한 보복이며 이번 공격으로 80명의 미군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꼭 활용할 필요는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수하일 알마즈루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부 장관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수송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언과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의 "이라크 내 석유생산시설은 정상 가동 중" 발언 역시 유가 안정에 힘을 실었다.

8일 브렌트유는 2.83달러 하락한 65.44달러, WTI는 3.09달러 떨어진 59.61달러, 두바이유는 0.90달러 하락한 69.24달러를 기록하면서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9일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은 미군을 중동지역에서 축출하는 것이 미국에 대한 적절한 보복이라고 발언했지만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S&P글로벌플래츠는 최근 OPEC 관계자의 말을 빌어 “OPEC은 공급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필요하다면 생산을 증대시킬 것”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한돼 온 원유생산여력이 공급차질 여파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은 속속 석유생산 증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에너지컨설팅사인 트래디셔널에너지의 진 맥킬런 분석가는 "시장참여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보다 석유수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9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0.07달러 떨어진 65.37달러, WTI는 0.05달러 떨어진 59.56달러, 두바이유는 3.07달러 하락한 66.17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는 일주일 간의 엄청난 파고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 관련한 석유 가스수급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국제 유가 동향 및 전망과 비상시 대응계획을 관계부처 및 석유업계와 논의하는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 관련한 석유 가스수급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국제 유가 동향 및 전망과 비상시 대응계획을 관계부처 및 석유업계와 논의하는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산업부, 석유·가스 긴급 점검…“민관 합동총력대응태세 구축”

유가는 진정되고 있지만 정부는 사태에 대비해 대응태세 구축에 한창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과 관련해 ‘자체위기평가회의’와 ‘석유·가스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며 석유·가스 시장 동향을 긴급 점검했다.

정유업계와 가스공사는 현재까지 중동지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LNG 운송에 차질은 없으나 중동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동을 오가는 유조선 35척과 LNG선 10척 모두 정상운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향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회의에서 산업부 석유산업과와 석유공사 등이 이미 가동 중인 ‘석유수급 상황실’을 통해 주요 현지 동향, 수급상황, 유가, 유조선 운항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또한 대한석유협회에 ‘중동위기 대책반’을 추가 개설하고, 석유수급 상황실과 연계해 업계의 대응을 총괄할 예정이다.석유공사는 비축유 및 전국 9개 비축기지에 대한 안전점검을 긴급실시하고, 수급상황 악화시 비축유를 즉시 방출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 강화에 들어간다. 민간 정유사는 대체 도입물량 확보 등 비상시 세부 대응계획을 준비하고, 정부와 적극 협력하여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에도 노력하기로 결의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및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반영에 통상 2주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불안 심리 등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 가격 부당 인상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 및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우리나라 원유·LNG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지역에서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하고 ”정부와 유관기관, 관련 업계는 합동 총력 대응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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