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대체 석탄화력 온실가스 및 재생에너지 한계 논의 대두

[이투뉴스] 완전한 원전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에서 탈원전 속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새삼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탈원전을 발표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17개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11곳이 문을 닫았다.

발전회사 EnBW는 지난해 12월 31일 지난 35년간 남동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해 온 필립스버그 2 원자로를 전력망에서 끊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독일은 2022년까지 6개 원전이 폐쇄를 앞두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 계획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석탄화력 폐쇄 계획도 발표했다. 독일 정부가 임명한 특별 위원회는 2038년까지 84개 석탄화력 운영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독일 전력의 35%가 석탄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원전 폐쇄로 인한 전력 공급 부족분을 석탄이 채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독일은 전력수요 증가를 일으키는 친환경 전기차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몇 십년간 에너지절약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전력소비는 1990년 대비 10% 가량 증가했다.

독일의 탈원전 반대 측은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원이 원전과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한 전력 부족분을 채우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가 독일 전력 공급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보면서다. 기술적인 한계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문제 탓이다.

독일 농촌 지역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풍력발전단지 확대를 반대하고 있으며, 송전망 추가 설치도 지연되고 있다. 계획된 약 6000km(3700마일) 송전선 가운데 2018년 말까지 약150km만이 설치된 상태다.

원전 퇴출을 석탄발전소보다 더 빠르게 추진하면서 독일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기후변화는 몇 년 전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독일이 파리 기후협약의 약속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독일은 올해 말까지 탄소 배출 40%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메르켈 총리는 탈원전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소속한 기독민주당과 연정을 맺고 있는 녹색당은 1980년대초부터 반핵운동을 벌였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도 갖고 있다. 그러나 녹색당 대표는 최근 공영 방송에서 석탄발전소 폐쇄를 위해 원전을 더 유지해야할지 묻는 질문에 분명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하버드 대학교 스티븐 핑커 교수는 독일 언론 <델 슈피겔>에 “경제 성장을 막지 않고 기후 변화를 멈추길 원한다면 더 많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며 “원전 퇴출을 결정한 독일의 결정은 극단적이다”고 주장했다.

독일 주간신문 <디차이트> 편집인 요헨 비트너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독일 정부의 일관된 반원자력 태도는 기술 개발을 위한 공간을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과학자들은 방사선 폐기물로 원전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원자력에 대한 주요 쟁점인 사용후 연료 저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비트너 편집인은 독일이 탈원전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 기회를 놓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석탄화력 온실가스 문제만을 결부시켜 탈원전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온당한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미 전 세계서 원전은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하는 전원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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