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워킹그룹, 석탄화력 대거 LNG전환 추진
계획 목표연도 2020~2034년으로 1년 조정키로
재생에너지-송전 통합계획 수립도 가시권 진입

▲2034년까지의 전력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빠르면 올 상반기 확정된다. 이번 계획의 핵심쟁점은 석탄화력 설비 대체방안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한 신규석탄화력 연료하역부두 건설현장이다. ⓒE2 DB
▲2034년까지의 전력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빠르면 올 상반기 확정된다. 이번 계획의 핵심쟁점은 석탄화력 설비 대체방안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한 신규석탄화력 연료하역부두 건설현장. ⓒE2 DB

[이투뉴스] 올해 수립되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4년까지 설비수명이 끝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언제, 얼마나,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탈석탄 로드맵’이 될 전망이다. 직전 8차 전력계획이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2030년 재생에너지 20% 목표를 구체화 한 계획이었다면, 이번 계획은 전환부문(발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후속대책을 담은 계획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애초 9차 전력계획의 목표연도는 2019~2033년까지 15년이었으나 1년을 늦추기로 방침이 정해지면서 2020~2034년까지의 계획으로 연내 수립될 예정이다. ‘수립기한 1년 조정’은 지난달 말 열린 전력정책심의회에서 돌연 결정됐다.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으로 어차피 연내 확정이 어려운데, 굳이 기한을 2019~2033년으로 고집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심의위원들과 정부가 그 자리에서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미 2033년 계획으로 사전작업을 끝낸 각종 분과위와 실무위는 비상이 걸렸다. 9차 전력계획 워킹그룹은 수요전망, 수요관리, 신뢰도, 정책, 분산‧신재생, 전력계통, 제주소위 등으로 업무를 나눠 제각각 수요전망, 전원믹스, 재생에너지 확산 대책 등을 수립해 왔는데, 조정된 수립기한에 따라 원점에서 이 작업을 다시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차 계획 정부안은 환경영향평가를 앞당겨 마무리 하더라도 최소 5~6개월은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기한을 1년 조정하는 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수요전망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필요물량도 달라질 수 있다. 신규‧폐지 발전설비도 조정해야 하는 큰 사안”이라면서 “실무자들 사이에서 한 번 더 수급계획을 짜게 생겼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그룹 참여 인사는 “2034년 이내 30년 설계수명이 끝나는 영흥화력까지 포함시켜 대체방안을 짜보려는 정부 측과 심의회 생각이 맞아 떨어져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석탄발전량을 줄여야 한다는 대전제에 대해선 정부나 전문가그룹 의견이 같지만, 속도와 처리방안에 대해선 견해가 갈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3410만톤을 ‘노후석탄→신규LNG 대체건설’로 전량 해소하기 위해 이번 계획에서 대대적인 석탄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전과 석탄화력 감축을 금기시하던 이전 정부 때와는 딴판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전력공백과 LNG가격 급등에 대비해 일부석탄화력을 휴지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정부는 석탄화력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5개 한전 발전자회사 측에 노후석탄 LNG 대체건설 의향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향후 2034년까지 어느 정도의 석탄화력을 폐지하고 신규LNG를 대체 건설할지, 휴지보전 대상은 어떤 발전기로 할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발전자회사 노후석탄은 신규LNG로의 대체건설을 적극 허용하고, 30년을 넘긴 극노후 발전자회사 열병합발전소(일산·분당)도 이번 계획에 대체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9차 전력계획의 신규LNG 진입물량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석탄화력 폐지분을 신규LNG로 전량 대체하더라도 전력시장 영향과 비용부담은 또다른 논쟁거리다. 가스발전은 현재도 설비용량이 적지 않아 일부 신규발전소가 운휴 중이며, 발전기 건설·운영에 대한 보상수준을 놓고 발전사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믹스변화에 따른 발전원가 상승분을 얼마나 전기요금에 반영할지, 사회적 수용성은 확보될지 등도 미지수다.

전력계 한 중진 인사는 “석탄화력이 온실가스 주범인 것은 분명하지만, 퇴로전략을 어떻게 만들지는 디테일하게 검토해야 한다. 석탄설비용량이 아니라 석탄발전용량을 줄이는 쪽으로 논의가 전개되어야 하며, LNG발전은 대폭 확대에 앞서 연료수급과 안보문제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전기요금도 정부가 어떻게 영향을 최소화할지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추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송전망 확보와 간헐성 대응도 이번 9차 전력계획의 핵심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입지를 고려한 선제적 전력계통 확보를 위해 이미 한전 측에 태양광·풍력발전 잠재량 분포도를 넘겨 검토토록 했다. 또 전력계통 운영과 전력계획 실무를 주관하는 전력거래소는 조직에 실(室) 단위 전담조직인 계통개발실을 신설해 한전과의 논의를 준비 중이다. 한전 전력그리드본부 관계자는 “전력계획과 송변전계획에 있어 협력할 사안은 많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할 속응성 전원 확충과 시장제도 개선방안도 검토된다. 산업부와 워킹그룹은 계획단계부터 계통여건을 우선 고려해 송전망 보강계획을 수립하고, 전력시장을 개선해 양수발전이나 가스터빈, ESS 등의 유연성 자원이 보조서비스 시장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력당국은 기존 하루전 발전계획에 15분 단위 실시간 발전계획을 추가 도입해 출력 간헐성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에너지전환 논의가 여전히 전력믹스 개선논의에만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전력시장에서 직접 재생에너지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자연발생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확대된다. 기존 한전 독점체제는 그대로 둔 채 전력믹스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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