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불구 美 달러화 약세로 가격은 소폭상승 예측
심혜진 선임연구원 ‘2020년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 발표

[이투뉴스] 올해 국제유가는 작년보다 상승하지만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심혜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15일 ‘2020년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제유가는 연초부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주된 원인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의 전면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석유시장 펀더멘탈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다.

◆지정학 리스크, OPEC 감산 등 상승요인 작용할 것
보고서는 최근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사망과 이란의 미국 공군기지에 대한 탄도 미사일 공격 등에도 전면전 발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미국 셰일혁명으로 중동지역 중요성이 크게 낮아졌고,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결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의 재래전에서 절대적 열위에 처해 있으며 경제상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이란 총선이 예정된 상황이다.

또한 OPEC+ 감산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고 있어 국제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제재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이란,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 석유시장 데이터에서는 국제유가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할만한 징후가 포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원유 리그 수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미완성 유정의 일부완결이 이뤄지면서 발생한 원유 생산 증가가 시추 부진에 따른 생산 감소를 상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늘어나는 북미 E&P 기업 파산도 증산 속도 둔화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북미 E&P 기업 파산은 33개로, 이는 2018년 중 파산한 E&P 기업 수 28개를 상회한다.

보고서는 미국의 증산 속도가 시장 예상 대비 둔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2020년 중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 상승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시장 지배했던 수요둔화 우려, 2020년은 다르다”
2018년 4분기부터 지난해까지 국제유가가 부진했던 주된 원인은 석유수요 둔화 우려가 있었다. 미국발 무역 갈등과 교역부진으로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석유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치도 함께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2020년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정책 효과 가시화에 따른 투자 심리 개선으로 시장의 경기 둔화가 진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주요 전망기관의 석유수요 하향조정도 일단락 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국제유가를 짓눌렀던 수요 둔화 우려가 미-중 무역협상 및 주요국 정책 효과 가시화로 점차 완화되고 OPEC+의 감산량 확대 및 기간 연장, 미국의 완만한 공급 증가, 달러화 약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2020년 WTI 기준 국제유가를 배럴당 50∼7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반적인 흐름은 상저하고를 이루며 연평균 배럴당 60달러 초반으로 지난해 대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진단이다.

심 연구원은 “2020년 국제유가는 전년대비 상승하나 수준 자체는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수급 환경은 공급과잉이 유지될 것”이라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의 증산 속도다. 미국 셰일 증산의 한계가 드러날 경우, 국제유가는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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