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는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아들들 걱정에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해가 떠서 맑은 날에는 우산장수인 큰 아들의 장사가 안 될 까봐 걱정하고, 비가 와서 흐린 날에는 짚신장수인 작은 아들의 장사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우산-짚신장수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따뜻한 겨울 날씨 때문이다. 겨울 한철장사라 해도 무방한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등유 등의 에너지사업자들이 소한과 대한이 무색한 따뜻한 날씨로 울상을 짓고 있다. 물론 겨울철 난방비 걱정에 보일러 켜기가 부담스러운 서민들의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사를 둔 어머니의 심경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 정도로 올겨울 날씨는 예상을 뛰어 넘고 있다. 12월 잠깐 반짝 추위가 오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데다, 연중 가장 추워야 할 1월 날씨는 그야말로 ‘이상기온’ 수준이다. 봄에 피워야 할 꽃들이 한겨울에 꽃망울을 터뜨렸고, 개구리도 때를 잊고 산란에 나서고 있다.

따뜻한 날씨로 강원도 겨울축제장 곳곳이 된서리를 맞고 휘청거렸다. 산천어축제로 유명한 화천은 얼음이 얼지 않아 축제를 연기하거나 휴장해야 했고, 평창 송어축제도 안전한 수준으로 얼음이 얼지 않아 흉내만 냈다. 또 인제 빙어축제는 얼음이 얇아 기간을 단축했으며, 홍천강 꽁꽁축제 역시 육지행사와 루어낚시로 대체했다.

에너지산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심각한 곳은 난방용 에너지를 주로 파는 가스(도시가스·LPG)와 집단에너지, 석유판매업종(주로 등유)이다. 대다수 사업자들이 올 동절기 두 자릿수 이상 판매량이 감소했으며, 일부는 30% 가까이 판매량이 줄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기에 승승장구하던 전력업계도 겨울철 최대전력수요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이상기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온대에서 난대성 기후로의 전환이 갈수록 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빠르면 30∼50년, 늦어도 100년 이내에 중남부지방에서 눈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다시 우산-짚신장수로 돌아가 보자. 옛날에는 어머니가 아들들을 걱정했다면, 현대 기준으로는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맑은 날에는 짚신이 팔리고, 흐린 날에도 우산이 잘 팔리는 만큼 더 좋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분산투자 이론이다. 에너지업종 역시 날씨 탓이나 날씨 걱정만 해서는 지속가능성은 물건너 간다. 기후변화를 최대한 막고, 변화하는 미래에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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