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잇따른 화재로 사실상 빈사 상태에 이른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산업에 대한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SS는 전력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으며 특히 배터리는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나갈 제2의 반도체로 주목을 받아 왔다.

전력이 남는 시간에 전력을 모아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이 많이 소비될 때 공급하는 피크 감축은 물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주파수를 조정하는 등 활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8월부터 산발적으로 일어난 화재가 작년 10월가지 28건이 발생하면서 ESS의 핵심 소재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 생산라인은 지난해 이후 거의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잇따른 화재에 대한 원인 파악을 위해 사고조사단을 꾸려 현장조사와 관련 데이터 분석 및 전문가 토론 등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곧 화재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세계의 ESS 시장 규모는 2019년 16GWh로 2018년 대비 38% 성장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잇단 화재로 같은 기간 5.6GWh로 34% 감소했다. 화재로 인해 새로운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책 마련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면서 LG화학은 12년내 최저의 영업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의 평판이 떨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은 태동기에 벌써 쇠퇴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화재원인 확정과 함께 침체에 빠진 ESS 산업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ESS 산업 관련 보고서에서 국내 배터리산업이 초장에 위기를 맞은 원인이 단기 보급성과에 치우친 한시적 지원제도와 시스템 차원의 통합관리체계 미비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ESS 산업이 과거의 활력을 되찾으려면 정책지원을 통한 지속적인 투자유인과 산업정책을 총괄해 추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현재의 전력시장 구조에서 다양한 요금제 도입이나 사업모델 설계의 자율성 발휘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아닌 시장에서 투자비를 회수할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 보조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통한 사업모델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업계 또한 기술력을 제고하고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리튬이온 이차전지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빼앗기지 않도록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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