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싱가포르 이해관계 엇갈려 차선의 정치경제학 불가피
변화 위한 규제개혁과 한국형 가격지표 등 단계별 추진전략 필수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이 우리나라가 동북아 가스허브가 되기 위한 조건과 준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이 우리나라가 동북아 가스허브가 되기 위한 조건과 준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투뉴스] 세계 각국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미국의 셰일가스 붐에 힘입어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동북아시아 천연가스 허브 구축의 필요성이 또 한 번 이슈로 떠올랐다. 천연가스 시대를 맞아 동북아 지역에서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수준을 넘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경제협력은 물론 정치적안보적 측면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북아 국가의 LNG교역량이 전 세계 거래량의 63%에 달함에도 천연가스 허브 부재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그런 만큼 동북아 각국이 모두 윈-윈하기 위해서는 수퍼 그리드의 에너지 공동체가 이뤄져야 하며, 이는 천연가스 협력으로 촉발된다는 점에서 동북아 천연가스 허브 구축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각국이 천연가스 허브를 추진하지만 상호 이해관계 엇갈리면서 어느 한쪽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현실적인 균형점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살린 천연가스 허브 구축이 모색돼야 한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허브 구축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으나 각론에 들어가면 정책적제도적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변화를 위한 규제개혁과 한국형 가스지표인 가격 인덱스 개발,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 단계별 전략 추진과 함께 이를 위한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4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는 동북아 가스허브,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토론회가 개최됐다. 국회의원 연구모임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대표:김부겸·김태년 의원)과 재단법인 여시재(원장: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주최하고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천연가스 시대를 맞아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에 구매자 중심의 천연가스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한반도에 동북아 가스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내수와 수출이 모두 가능한 거대 천연가스 허브를 구축해 역내 이해 관계국 모두가 안정적 공급의 혜택을 공유하고, EPC와 금융 등 연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후원한 이날 토론회는 손지우 SK증권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이 ‘4차 산업혁명과 가스시대이종헌 S&P 글로벌 플랫츠 수석특파원이 동북아 가스허브의 필요성과 각국의 현황박희준 에너지 이노베이션 파트너 대표가 한국에 가스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김연규 한양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김현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PD,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 팀장, 안세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진웅 델핀LNG 코리아 전 대표, 김기수 한국가스공사 도입영업본부장,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장이 의견을 개진했다.

거래시스템 유연성 등 법제도 개정 필요

‘4차 산업혁명과 가스시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손지우 SK증권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에서 전력소비가 증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가스소비 역시 확대된다는 의미"라며 "미국, 중국 모두 생산과 소비를 병행하는 가스시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만큼 전 세계 에너지 흐름도 기존 중동에서 동북아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헌 S&P 글로벌 플랫츠 수석특파원은 동북아 가스허브의 필요성과 각국의 현황발표를 통해 최대 공급국인 미국과 최대 소비국인 중국, 양국 모두 동북아 허브에 참여해야 하나 미중 갈등으로 직접적인 협력이 어렵다고 진단하고, 동북아 가스 허브 개설은 각국의 이익을 지키는 협력의 게임인데, 그 현실적 균형점은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가스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박희준 에너지 이노베이션 파트너 대표는 자원빈국 대한민국이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천연가스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에너지 강국으로서 지위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직접고용 및 신산업발전 뿐 아니라 스마트시티 수출로도 이어져 현재의 저성장 기조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박 대표는 특히 그동안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진척이 없는 게 정부와 한국가스공사 등 유관기관이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스허브 산업에 필요한 관련법령 재정 및 제도개편과 함께 인프랑 대한 제정적제도적 지원과 가스허브 운영 및 LNG트레이딩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기업은 교역규칙 제정 및 계약 표준화 작업, 시장운영 및 계획 기능을 수행하고 시장참여자 간 거래효율성을 높이며, 민간기업은 인프라 투자와 가스 허브를 통한 거래 참여, 트레이딩 및 파생상품 투자 등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김현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PD가스 허브의 핵심은 가스 공급자와 구매자가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게 세제 등 제도를 잘 만들어 주는 것이라 밝혔고,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 팀장은 가스허브 구축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천연가스 생산 국가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세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대한민국의 동북아 가스 허브 구축 시나리오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해 아세안 국가들을 타깃으로 구사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화된 규제 정책과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김진웅 델핀LNG 코리아 전 대표는 세계 LNG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1~2년 정도가 동북아 가스 허브 및 수요자 주도의 LNG 사업을 구체화 할 수 있는 기회로 예상된다면서 트레이딩 역량 확보, 타 산업으로부터의 벤치마킹, 금융시스템 등 가스 허브 구축의 기초가 되는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가스공사를 대표한 김기수 도입영업본부장은 LNG 카고 6~7만톤 단위가 아닌 2~3만톤 규모의 국가 간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이를 위해 재판매 등 제3자의 자유로운 국가 간 시장접근을 보장하는 유연성 있는 거래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법과 제도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 과장은 "LNG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한 높은 거래비용과 PNG 부재 등 동북아 가스 허브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동북아 가스 허브는 장기적 비전으로서 가치가 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심기준 의원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영국과 달리 천연가스 시장 및 가스허브의 부재로 높은 가격, 불합리한 계약조건 등 아시아 핸디캡이라는 손실을 감내해왔다단순히 가스 공급원을 다원화하는 것을 넘어 동북아 천연가스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국가 간 경제협력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시재 원장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역시 전기차와 스마트시티의 등장, 데이터센터의 급증 등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규모의 전력 수요를 발생시킬 것이라면서 동북아 에너지 협력이 이뤄지면 인도, 베트남, 태국 등 새롭게 부상하는 동남아시아의 거대한 에너지 수요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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