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조사단, 6일 결과 보고서 공개 파장
발화지점 특정 저전압·고온기록도 제시
삼성SDI·LG화학 "화재와 인과 無" 반박

▲경북 군위 태양광연계 ESS 발화지점 배터리 소손 상황 ⓒ민관합동 조사단
▲경북 군위 태양광연계 ESS 발화지점 배터리 소손 상황 ⓒ민관합동 조사단

[이투뉴스] 작년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중 4건은 배터리 이상(불량)이 원인이라는 민관합동 조사단의 조사결과가 6일 나왔다. 이에 대해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는 화재와 인과관계가 없다(삼성SDI)”,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LG화학)”며 발끈했다. 하지만 조사단 보고서가 배터리 이상을 뒷받침할 구체적 근거를 적시한데 반해 이들 제조사의 반박은 원론적인 수준이이서 결과 해석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공동단장 김재철 숭실대 교수·문이연 전기안전공사 이사)이 이날 공개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충남 예산 태양광연계 ESS와 강원 평창풍력 ESS, 경북 군위 태양광연계 ESS, 경남 김해 태양광연계 ESS 등 5건의 화재에서 배터리 단락 시 나타나는 저전압과 이상고온 기록이 남았다. 단락은 분리된 양극이 접촉해 순간적으로 과다한 전류가 흐르는 현상으로, 배터리 화재 및 폭주의 원인이다. 특정 배터리 셀에서 발화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단 경남 하동 태양광연계 ESS는 배터리와 차단기 사이가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다. 앞서 조사단은 화재 사업장의 시스템 운영기록(EMS)과 배터리 운영기록(BMS), 절연 및 지락 기록, ESS실 안팎 CCTV 영상, 잔존 배터리 등을 확보하고  배터리가 완전 소실된 곳은 제조사로부터 동일시기 동일모델이 설치된 유사사업장 배터리를 제출받아 분석을 벌였다. 기록이 불에 타 원인규명이 어려웠던 1차 조사와 달리 화재 당시 셀 단위 전압·온도까지 확보해 들여다 본 것이다.

그 결과 5개 현장은 최소 15개월에서 최장 32개월을 운영한 후 화재가 발생했고, 최고 100%까지 배터리에 전기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방전을 막 시작했거나 방전 대기 중 불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예산 현장은 14번랙 8번 모듈 8번째 셀, 평창은 3번 전력변환장치(PCS) 19번 랙, 군위는 3번랙 9번 모듈 9번 셀, 김해는 6번랙 단위에서 각각 화재 당시 저전압과 이상고온이 기록됐다. 특히 군위와 김해는 내부 CCTV에 이상을 보인 셀에서 화재 전 발생한 연기가 찍혔다.

ESS 두뇌에 해당하는 EMS나 BMS는 배터리 온도나 전압이 정상범위를 벗어날 경우 즉시 해당 랙이나 모듈 운영을 정지시키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은 셀 이상이 삽시간에 열폭주로 이어지면서 화재를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초 발화지점을 화재원인으로 단정할 순 없다. ESS에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는 배터리가 유일하며, 배터리 셀 단락은 외부충격이나 BMS 등의 운영시스템 오작동 및 열악한 운영환경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운영 데이터나 유사사업장 배터리 분석결과를 놓고보면 품질을 의심케 하는 사안이 적지 않다는 게 조사단의 결론이다. 실제 조사단이 예산 현장과 동일한 시기에 설치된 LG화학 배터리를 확보해 해체·분석했더니, 일부 양극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돼 있었으며 사용기간이 20개월인 배터리 분리막에서는 리튬 석출물이 확인됐다. 제조사들은 이를 '검버섯' 등 배터리 노화 현상의 하나로 빗대 설명했으나, 젊은 나이에 생긴 검버섯이 정상은 아니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평창 현장에 설치된 삼성SDI 배터리 역시 품질 문제가 불거졌다. 조사단이 과거 EMS 운영기록을 확인한 결과 제조사가 제시한 상한충전 전압(셀당 4.15V)을 30mV 이상 초과해 초기부터 운용한 이력과 400mV 이상의 지속적인 전압편차로 운영된 기록이 확인됐다. 또 작년 6월 24일자 EMS기록에는 충전율 0%에서 약 3분간 방전된 기록과 제조사가 제시한 방전 하한전압(셀당 2.7V)보다 낮은 전압에서 배터리 보호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력이 남았다. 

리튬이온전지는 과충전이나 과방전이 반복될 경우 셀 성능이 완전 상실될 수 있고 그럴 경우 화재위험도 증가한다. 또 셀간 전압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건 배터리 기본 구성단위인 셀의 품질이 고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같은 제조사배터리가 사용된 김해 현장 운영데이터에서는 사고 전 6개월간 화재가 시작된 6번 랙의 전압편차가 점점 커져간 기록도 확인됐다. 이는 장기간 배터리 충·방전이 반복되면서 일부 배터리 성능이 급감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만 조사단은 하동 ESS의 경우 EMS나 BMS 운영기록상 배터리 이상변화가 확인되지 않은데다 CCTV 녹화기록의 발화위치가 배터리와 차단기 사이 전기적 노출부로 나타나 배터리 불량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2열로 구성된 ESS설비 중 한쪽에서 급격한 절연성능 저하가 먼저 발생했고, 이후 다른쪽 절연이 서서히 떨어진 것으로 볼 때 노출부위에 외부 이물질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관계자는 "예산, 평창, 군위, 김해는 방전 후 저전압 및 큰 전압차를 보인 배터리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배터리 이상을 화재원인으로 추정했다"면서 "이런 배터리 이상 현상이 95% 이상의 높은 충전율 운영 방식과 결합됐다. 충전율을 낮춰 운전하는 등 유지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화재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당 배터리 제조사들은 조사단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SDI는 조사단 발표 직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배터리는 ESS화재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삼성은 조사단이 평창 및 김해 ESS 배터리와 유사한 시기 제조된 배터리가 적용된 다른 현장 데이터와 제품을 요청해 전달했다면서 "조사단 결과가 맞다면, 동일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LG화학은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지난 4개월간 실제 현장에서 실시한 가혹한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고, 리튬 석출물 등은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LG화학은 ESS산업 신뢰회복 차원에 2017년 중국 남경공장 생산분을 설치한 250개 현장 배터리를 전량 자발적으로 교체하고, 화재확산 방지를 위해 랙 상단에서 연기가 감지될 경우 작동하는 특수소화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김해 ESS 화재 6개월전 이상 랙 전압편차 ⓒ조사단
▲김해 ESS 화재 6개월전 이상 랙 전압편차 ⓒ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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