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마치 지구 전체가 폐렴에 걸린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잠잠하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28일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000명에 육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배럴당 60달러까지 접근했던 북해산 브렌트유는 11일 53달러까지 떨어졌고, 같은 날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50달러를 하회했다.

중국 내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4월 경에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는 다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대중의 심리까지 완전히 치유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13일 중국이 확진자 집계방식을 바꾸면서 확진자가 1만5000명 급증한 4만8206명을 기록하자 유가상승 제한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의 여파를 직·간접적으로 맞고 있다. 10주 동안 상승하던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파로 2주 동안 하락했다. 경제활동 감소에 따라 수송용 유류소비 감소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가 되고 있다. 또 주유원과 대면하지 않고 주유부터 결제까지 끝낼 수 있는 스마트폰 비대면 주유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로 형편 없는 성적표를 받은 정유업계도 유가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지난해 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모자라 올해 들어서도 1달러를 밑돌고 있다. 정유사들은 석유화학이나 윤활유 등의 부대사업을 통해 나름 수익창출을 하고 있지만, 정유사업의 뒷받침이 없으면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달 24일 영국에서 열릴 예정인 런던 석유박람회 행사에도 아시아 대다수 석유 거래사는 참가 계획을 축소하거나 취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소규모 정유사들이 참석계획을 취소했고 우리나라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불참이 확인됐다.

국내 해외자원개발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더 이상 유가가 떨어지면 해외자원개발 추진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 되면 해외석유개발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업계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현재 해외자원개발업계는 지난해 예정됐던 제6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이 올해로 연기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어 특히 예민하다.

이달 열린 에너지업계 협·단체 총회도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연기되거나 불참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쓸쓸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가 이래저래 에너지업계에 다양한 악재를 제공하는 셈이다.

물론 외식업종이나 재래시장 등의 피해에 비하면 드러내놓고 얼굴 찡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석유부문을 필두로 한 에너지산업 전반의 활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바이러스 탓만 하고 있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웬만한 외부상황 변화에 흔들림 없는 산업경쟁력 확보가 최고의 백신이 아닐까?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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