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에너지 공급요건 완화한 제5차 기본계획(안)이 불씨
도시가스 “기존정책과 엇박자, 특혜, 공정경쟁 저해” 반발

▲(왼쪽부터) 마용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임용훈 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김용하 인천대 교수, 이경훈 산업부 분산에너지과장, 정진원 에너지공단 팀장이 참석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용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임용훈 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김용하 인천대 교수, 이경훈 산업부 분산에너지과장, 정진원 에너지공단 팀장이 참석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투뉴스] 해묵은 과제인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간 업역 갈등이 또 한 번 수면위로 떠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5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소원하던 논쟁에 다시 불씨가 붙는 양상이다.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은 집단에너지 사업의 발전 및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집단에너지사업법 제3조에 근거해 수립하는 5년간의 집단에너지 분야 법정 기본계획이다.

산업부는 지역난방의 경우 2018311만 세대 규모에서 2023년까지 408만 세대로 늘리고, 201846개소인 산업단지 집단에너지는 2023년까지 51개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제5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시간 당 15Gcal 이상의 열부하를 가진 개발사업지역 인근 1이내에 주 열수송관이 있는 경우 지역지정 검토대상 추가 최대열부하열사용량 기준 대폭 완화 기존 협의대상 이외의 개발사업에서도 지역지정 신청절차 신설 등을 담았다.

이 같은 제5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에 대해 도시가스업계는 기존 집단에너지 공급요건을 대폭 완화해 개발규모에 상관없이 무분별한 공급확대가 가능하고, 가스요금체계를 무시하는 요금정책 등으로 부당한 특혜성 시비는 물론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광원 전국도시가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이해관계자 및 시민단체 등 각계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됐다고 지적하고 일자리창출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광원 전국도시가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이해관계자 및 시민단체 등 각계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됐다고 지적하고 일자리창출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도시가스업계의 격앙된 분위기는 19일 더케이호텔에서 한국에너지공단이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발제로 진행된 제5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토론자도 없이 짧은 시간 발제와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질의응답에 그쳐 공청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비난도 거셌다. 일방적인 발표가 아닌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해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누는 공개토론이 제안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시가스업계는 지금도 집단에너지 지역지정제가 다른 열원에 대한 공정경쟁 제한, 소비자의 연료선택권 제한, 도시가스 수요 잠식에 따른 난방비 상승, 취사전용 배관의 교차보조 등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5차 기본계획() 대로 지역지정기준에 특혜가 더할 경우 무분별한 지역지정 남발로 시장교란은 물론 국가경제적으로도 중복투자 증가, 기존소비자 부담 증가 등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근본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지역지정과 타 열원 사용제한 등 비경쟁적, 비시장적 현행 지역지정제가 폐지돼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5차 기본계획()은 주택건설호수 1만호 이상, 주택건설과 택지개발사업 60이상, 산업단지와 관광단지 30이상인 기존 지역지정 검토대상을 시간 당 15Gcal 이상의 열부하를 가진 개발사업지역 인근 1이내에 주 열수송관이 있는 경우 이를 검토대상에 추가토록 했다.

이에 대해 도시가스업계는 이는 201611월 시행된 지역지정 규정 개정취지와 정반대의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규모의 경제성이 약한 1만호 미만의 중소 주택단지는 열원간 경쟁 촉진 및 소비자의 열원 선택권 강화 측면에서 규제완화 필요성이 대두돼 지역지정 기준을 5000호에서 1만호로 상향한 것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소규모 개발지역의 무분별한 지역난방 공급확대를 야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집단에너지 사업여건 조성만을 위한 특혜이며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도시가스사 한 임원은 기존 지역지정 검토대상 개발사업의 경우도 지역난방 공급 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지역지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인근 1이내에 소규모 개발지역까지 묶어 지역지정을 하는 것은 타 열원의 공급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열원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무분별한 공급확대로 시장왜곡 가속화

최대열부하열사용량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에 대해서도 열수요 원단위가 지속적으로 감소세인 상황에서 더 이상 지역난방 사업 유지와 확장이 어렵기에 지역지정기준의 핵심인 최대열부하 및 열사용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열수요가 없으면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최대열부하열사용량 기준은 기존 제4차 공급기본계획의 경우 독립된 열원시설 설치 시 최대열부하(Gcal/h)는 수도권 100, 비수도권 150이며 열사용량(Gcal/y)은 수도권 18, 비수도권 25만이다. 또 인근 10이내에 가용열원시설 있을 경우 최대열부하는 시간당 30Gcal, 열사용량은 연간 6Gcal로 규정되어 있다. 이번 제5차 기본계획()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을 폐지하고, 열부하와 열사용량 기준을 대폭 낮춰 독립된 열원시설 설치 시 최대열부하는 시간당 100Gcal, 열사용량은 연간 15Gcal이며, 인근 10이내에 가용열원시설이 있을 경우 최대열부하는 시간당 30Gcal, 열사용량은 연간 45000Gcal로 대폭 완화했다.

도시가스업계는 열수요 감소에 따른 지역난방사업 유지 및 확장을 목적으로 한 이런 규정이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특혜지원으로 시장왜곡을 가속화시키고, 열원 구조 및 사업여건이 우수한 한국지역난방공사만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지역지정 완화라는 점에서 특혜 시비를 빚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소규모지역 지역난방 확대는 더 큰 손실을 초래하며, 시장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소규모지역에 대형 열병합발전소를 설치한 후 잉여열을 바탕으로 신규기준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지역난방을 확장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대부분 소규모 집단에너지사업자, 특히 구역전기사업자는 막대한 손실로 경영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세대수, 면적, 최대열부하, 열사용량 등 지역지정 대상 검토기준에 관계없이 개발사업자가 원할 경우 어느 지역에서나 지역지정이 가능하게 한 규정도 비난의 대상이다.

집단에너지사업법 제4조에 따른 기존의 지역지정 협의대상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또는 공공단체의 장이 계획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주택건설사업, 택지개발사업, 산업단지 개발사업이다. 이를 제5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은 기존 협의대상 이외의 개발사업에서도 지역지정 신청이 가능토록 지역지정 신청절차를 신설했다. 개발지역의 규모에 상관없는 무분별한 지역난방 공급확대가 가능해진 셈이다.

천연가스 요금제도와 연계된 교차보조 문제는 도시가스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전가된다. 동일용도 타분야 연료비와의 형평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기존 천연가스 요금의 경우 2월 한국가스공사 직공급(도매) 요금은 100MW 이상 열병합용은 MJ 11.5305원이며, 2월 서울기준 도시가스(소매) 요금은 100MW 미만 열병합용은 MJ 14.0001, 열전용보일러용은 16.4661, 주택용은 15.9347, 산업용은 14.5403원이다.

반면 제5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은 지역난방(열병합용, 열전용 보일러용)과 도시가스(주택용, 산업용) 요금을 비교해 연료비 형평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LNG요금제 적용 형평성 및 수요대체효과를 검토하고, 지역난방이 도시가스 주택난방 수요를 대체하는 특성을 반영해 동일용도에 대한 가격차이를 완화토록 규정했다.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이사는 그동안 집단에너지기본계획은 1차에서 4차까지 지속적으로 최대열부하와 열사용량을 완화하는 등 합리적 기준 없이 지역난방사업 확장에 주력해왔다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데다 합리적 기준 없이 열수요가 부족하니 대상기준을 확대한 결과, 기존 도시가스 공급지역까지 지역난방이 무분별하게 공급돼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정 상무는 지역난방이 발전한 핀란드, 스웨덴, 독일 등 북유럽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등 에너지산업 선진국에서도 반시장적 제도인 지역지정제는 없다예외적으로 에스토니아 등 발틱 3국과 같이 지역지정제를 운영하는 국가의 경우에도 지역지정 내 타열원에 대한 경쟁은 허용해 소비자가 연료선택권을 행사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희용 상무는 특히 경제성 있는 대규모지역만 공급하고 일반 주택 등 경제성 낙후지역은 공급하지 않는 체리피킹 식 선별공급으로 도덕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지역지정제 및 타열원사용 금지는 헌법 제119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경제질서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에서 지역지정제는 폐지돼야 하며, 이미 지역지정된 지역에서도 일정기간 경과지역은 타열원 사용 금지를 해제하고 소비자에게 연료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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