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전 세계 51개 나라에서 12만80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자칭, 타칭 글로벌 기업이다. 반도체, 휴대전화, LCD와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특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삼성은 최근 사장단,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삼성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합종연횡을 일삼는 해외 경쟁업체들이 삼성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고 불황에 빠진 반도체 시장은 어두운 그림자만 길게 늘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않으면 기업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삼성은 태양전지 소재사업을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삼성전자와 SDI, 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를 토대로 수직계열화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물론 지나칠 만큼 신중한 삼성의 의사결정 구조 때문인지, 최종 결정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언제 '검토한 바 없다'고 잡아 뗄지도 모른다. 

 

삼성이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반도체는 몰라도 태양광 산업에 있어 그들은 후발주자란 사실이다. 국내 경쟁사가 한두 해 전부터 발벗고 뛰어다닐 때까지 꿈쩍하지 않은 결과다.

 

아직까지 든든한 자금과 반도체 공정의 60~70% 기술력이면 언제든 추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아이러니하게 삼성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태양광의 미래가치를 알아 본 기업이다. 삼성은 90년대 말까지 무려 7~8년간 자체 연구개발을 추진하다 IMF 때 미련없이 태양광을 아웃소싱했다.

 

전문가들이 "당장은 미약하지만 향후 태양광이 크게 부흥할 것"이라며 말렸지만 충고를 듣지 않았다.

 

그랬던 삼성은 지금 어떠한가. 이들은 지난해부터 다시 태양광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과 비교도 되지 않던 중견기업들이 이미 각 공정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이후에 말이다.

 

변화를 가장 먼저 읽고 과감히 투자한다는 삼성의 연혁과 여러 모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삼성은 지난 16일 임원 인사를 통해 상무보와 상무의 구분을 없앴다고 한다. 직위 체계를 단순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삼성 임원은 일반기업 과장보다 결정권이 없다'는 주위의 비아냥을 삼성은 곱씹어 봐야 한다. 기존 에너지 패러다임을 뒤엎는 태양광의 기술발전 속도도 메모리 못지 않게 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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