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팅 와이어 고의 조작, 입상배관 용접불량 등 적발
도시가스사 “소비자 안전 중대 사안으로 판단해 고발”

[이투뉴스] 도시가스시설 시공업체의 고의적 부실시공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소비자 가스안전 확보를 위한 대다수 가스인과 정부, 유관기관·단체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로는 안전을 외치면서 정작 최소한의 직업윤리마저 저버리는 구태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크다.

특히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사용시설 시공에서 부실시공과 고의 조작이 확인돼 경찰과 행정당국에 고발까지 이뤄져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나마 도시가스공급사가 가스시설 기밀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적발된 것은 다행스럽다는 평가다.

▲육안으로도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입상배관 용접불량이 58개소나 발견됐다.
▲육안으로도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입상배관 용접불량이 58개소나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가스시설시공업 1종을 보유한 A사는 울산시 울주군 농어촌지역의 마을 전체에 도시가스 사용시설 공사를 마쳤고, 이후 해당권역 도시가스공급사인 경동도시가스가 도시가스 인입배관 기밀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배관기밀이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하게 원인 파악에 들어간 도시가스공급사의 조사 결과 사용시설 입상배관에서 다수의 배관이음부가 수준 이하로 불량하게 용접되고 배관 기밀불량과 함께 누출부위가 다수 발견됐다. 특히 PE배관을 시공하면서 매설위치를 지상에서 탐지하는 로케팅 와이어가 고의적으로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에 연고를 둔 시공업체 A사는 농어촌마을에 대규모 도시가스 사용시설 공사를 진행하면서 부실시공으로 수준이하의 입상배관 용접불량이 58개소나 발견됐다. 이 가운데 입상배관 용접부 누출이 3개소이며, 로케팅 와이어를 고의적으로 조작한 부실시공도 2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케팅 와이어를 연결하지 않고 입상보호관 외부에서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토막 난 와이어를 이용해 시공한 현장.
▲로케팅 와이어를 연결하지 않고 입상보호관 외부에서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토막 난 와이어를 이용해 시공한 현장.

부실시공과 고의조작을 확인한 경동도시가스는 시공사인 A사를 도시가스사업법의 시설기준 위반 및 건설산업기본법의 부실시공 혐의로 경찰과 행정당국에 고발조치했다. 지역주민의 가스 안전사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시공업체 A사를 고발한 것은 고의적으로 조작된 부실시공은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외면한 처사로 가스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판단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부실시공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시공업자의 직업정신과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절실히 알 수 있는 사례로서 재발방지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시가스배관 시공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훈 의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에서 시행된 고압중압 도시가스 매설배관 공사는 모두 3825건으로, 이 가운데 약 80%에 달하는 3030건에서 당초 설계도와 매설깊이나 길이가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시설 부실시공은 자칫 대형사고를 초래해 수요처의 인명과 재산손실 등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그동안 비용과 시간을 들여 쌓아온 가스업계의 안전관리 노력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행위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우선적으로 가스시설 시공업체의 투철한 직업윤리와 시공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며, 정부와 지자체 및 유관기관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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