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거꾸로 가는 제5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
[특별기고] 거꾸로 가는 제5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
  • 채제용 기자
  • 승인 2020.02.27 0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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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용 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이사)

정부가 심판과 선수 겸해서는 안된다

지역지정제는 반시장적 제도로 시장 자율이 중요

▲정희용 박사
▲정희용 박사

[이투뉴스] 5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소비자는 안중에 없고, 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로 채색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 왜곡과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셈이다.

그동안 집단에너지기본계획은 1차에서 4차까지 지속적으로 최대열부하와 열사용량을 축소시켜 사업 확장에 주력해 왔다. 따라서 집단에너지사업의 역사는 중복투자, 교차보조,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 수 많은 갈등과 시장실패로 점철됐다.

지역지정제는 반시장적 제도로 지역난방이 가장 발전한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은 물론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운영하지 않는다. 왜 우리는 세계적으로 없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까? 정부는 언제까지 집단에너지사업을 핵우산만큼 견고한 지역지정제 아래에 두고 보호만 할 것인가?

이번 5차 기본계획()은 부족한 열수요를 거꾸로 맞춰 경제성을 확보해 집단에너지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된다.

첫째, 15Gcal/h 이상의 열부하를 가진 개발사업지역 인근 1km 이내에 주 열수송관이 있는 경우를 지역지정 검토대상에 추가한 것은 합리적 근거는 물론, 산출근거도 공개 못하는 졸속 기준이다. 공청회에서 나온 에너지공단 관계자의 답변은 보수적이고 도시가스사 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설명이며, 인근 소규모 지역까지 열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일 뿐이다.

규모경제 확보를 위해 열수송관 인접지역의 공급지역지정 타당성 검토절차를 신설한 것도 기존 특혜지역에 추가해 도시가스가 공급중인 소규모 지역까지 묶어서 지정하려는 의도로 양사업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형국이다.

둘째, 최대열부하와 열사용량 기준은 대폭 완화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도 폐지했다. 비수도권의 열사용량을 40%나 줄여서 소규모지역도 지역지정을 하겠다는 것은 2016년 지역지정 기준을 주택건설호수 5천호에서 1만호로 상향 조정한 개정취지에도 역행한다. 열수요가 없으면 사업구조조정이 우선이고, 정책방향은 구조조정 지원책이 합리적이다. 롯데쇼핑은 경기침체로 소비수요가 줄자 700개 점포 중 200개를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합리적 구조조정 없이 점포 설치기준을 낮추고 확장한다고 해서 사업성이 개선될까?

무분별한 지역난방 확대는 분쟁과 갈등만 고조

셋째, 기존의 지역지정 대상 검토기준에 관계없이 개발사업자가 원할 경우 어느 지역에서나 지역지정이 가능하도록 지역지정 신청절차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전 국토의 지역난방화 방안이 더 좋은 대안이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역지정 검토대상과 기준을 두는 의미가 없어지고, 개발지역의 규모 등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지역난방이 확대돼 더 많은 분쟁과 갈등이 고조될 뿐이다.

넷째, 대국민 서비스 향상으로 국민 삶의 질 제고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하면서,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이 기본계획에 빠진 것은 기본방향 자체가 허구이다. 지역지정제와 타 열원 설치제한을 폐지해 공정경쟁과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방안이 기본계획에 반드시 담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방적 설명, 이해관계인을 배제한 패널 구성, 자료 및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공청회는 공청회가 아니다. 충분한 의견개진과 토론이 보장된 공청회를 희망한다.

지역지정제 및 타 열원사용 금지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또한 경쟁사업자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기본권) 침해는 물론, 헌법 제119조 제1항의 자유경제질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향후에 지역지정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하며, 이미 지정된 지역에서도 타 열원 사용금지를 해제시켜 소비자에게 연료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 타 에너지사업자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 없이 집단에너지사업자만을 위한 정책은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기본계획이 간과한 부분이다. 왜 정부가 심판과 선수를 겸하려고 하는가? 시합은 선수들끼리 공정경쟁을 하고 심판은 심판의 역할에 충실해야 멋진 경기, 관중이 만족하는 경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2007집단에너지 중장기 혁신방안에서 지역지정제의 소비자 선택권 제한을 인정하면서, 시장왜곡을 시정해 지역지정제 폐지를 정책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이제 행동으로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결국 답은 시장에 있고, 소비자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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