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산하 중부.남동.동서.남부.서부발전 등 5개 발전회사로 구성된 발전산업노조가 4일 오전 파업에 돌입, 전력대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이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정부와 발전회사는 우선 대체인력 3500여명을 투입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한편 노조 집행부 검거, 불법파업 참가자에 대한 무노동무임금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발전노조는 정부 및 사측과의 대화의 길을 열어두는 한편 상급단체인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등과 연대해 강력한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 직권중재 회부..노조 파업강행
발전노조는 당초 예정보다 약 1시간 지연된 4일 오전 1시께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 것은 사측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상태에서 더 이상 교섭을 계속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지난 3일 오후 고려대학교에서 농성에 들어가면서 사측과의 교섭 결과에 따라 파업 돌입 시간을 연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사측이 교섭 장소에 불참하고 곧이어 중노위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노조측도 강경노선을 택하게 됐다.

 

중노위는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돌입해 발전회사 업무의 정지 등을 초래케 함으로써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고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지난 3일 밤 11시10분을 기해 중재 회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발전노조측은 중노위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 이후 간부들이 모여 수용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국 파업을 강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정홍섭 발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측이 중노위의 직권중재만 바라보면서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 파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전력대란 우려정부 … 불법파업 엄정 대응
발전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당장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설비가 시스템화 돼 있고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무더위철이 지난데다, 정부와 발전회사가 비상대책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예비율도 20% 정도에 달한다.

 

산업자원부와 발전회사는 우선 발전운영 경험이 있는 간부사원 2836명을 운전인력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발전비상군 400명, 발전회사 퇴직자모임인 '전기를 사랑하는 모임' 238명, 협력업체 직원 68명을 투입하는 등 대체인력 3500여명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 4조3교대 근무를 3조3교대로 전환하고 노조의 점거농성에 대비해 한전본사, 발전소 중앙제어실 등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 설비사고 방지 등을 위해 비상운전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노조가 불법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노조 집행부 검거, 불법파업 참가자에 대한 무노동무임금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대응도 아울러 해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5개 발전회사 전체 직원 9300여명의 70%에 육박하는 6500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발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전력수급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비상대책에 따른 대체인력이 발전소에 투입되겠지만 4조3교대 근무가 3조3교대 근무로 바뀌게 돼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근무자들이 체력적 한계를 맞을 수 밖에 없고 발전설비의 유지보수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 노조 "교섭은 계속" … 타결 실마리는 남겨
노조는 일단 현재 농성 중인 고려대학교에서 파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현재 지방에서 근무를 마친 교대 근무자들이 속속 파업 장소로 집결하고 있는 만큼 현재 장소에서 파업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급단체인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등과의 연대투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권중재는 구시대적인 대표적인 노동탄압 조항"이라며 "직권중재 회부가 결정되면 상급단체인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시민단체와 연대해 더욱 강력한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노조는 이러한 강경 투쟁 한편으로는 정부 및 사측과의 대화 창구를 끝까지 열어둘 예정이다.

 

정 부위원장은 "사측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 파업에 들어갔지만 노조는 여전히 교섭의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사측이 원한다면 다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발전노조 파업은 향후 사측과 노조측의 물밑 협상 결과에 따라 전력대란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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