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전력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가 석탄화력 발전소를 속속 건설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파리기후변화협약 약속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기후단체의 경고가 나왔다. 기후정책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최근 2014~2055년 국내 석탄화력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석탄발전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이 파리협약 이행을 위한 기준량보다 약 3.2배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국제협약 이행과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존 석탄화력과 신규 석탄화력을 설비수명대로 모두 가동한 뒤 폐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에서 2021~2025년 준공을 목표로 동해와 남해에 신규 석탄화력 7기(7269MW)를 건설하고 있음을 주목했다.

보고서는 일부 노후석탄 발전소를 폐지하고 준공하지 않은 신규 석탄발전소를 제외한 시나리오에서도 탄소배출량이 파리협약 탄소예산의 2.5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기후단체들은 따라서 탈석탄 완료시점을 2029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규 석탄화력이 건설되면 파리협정 준수를 위한 배출경로와 실제 배출량 격차가 더 커지고 좌초자산화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서는 분석한 뒤 가동 중인 발전소를 30년 이내 폐쇄하거나 발전량을 크게 줄이고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 20%에서 48%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기후정책 분석가들은 세계 각국이 석탄화력 발전에서 손을 떼고 있는데도 유독 한국만은 여전히 신규 석탄발전소를 대규모로 건설하고 있고 해외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산업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권고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의 고민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우선 제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보다 과감한 석탄발전 감축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부문의 추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4년까지 20기 이상의 석탄을 순차적으로 가스발전소로 대체하면서 전력시장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작년에 시행된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소의 발전량이 크게 준데다 원자력발전소의 정비 보수로 인한 가동률 저하로 한국전력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카드도 크게 제한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과거 7년여 전기요금을 손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석탄화력 발전소를 추가로 줄이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압력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석탄화력 발전소의 감축은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전기요금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정부의 현명한 선택과 함께 대국민 설득과 이해를 통한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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