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요 감소로 1월 60달러던 국제유가 3개월 만에 30달러로 하락
산유국도 패닉…점유율 확대에 더 신경, '러시아가 미국 압박' 시선도

[이투뉴스] 코로나19가 세계 석유시장 및 경제이슈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1분기 석유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석유수요 감소세가 뚜렷한 가운데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마저 불발된 것이 기름을 부었다.

최근 러시아의 반대로 OPEC+ 감산안이 결렬되면서 유가는 추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12일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33.22달러,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은 배럴당 31.50달러,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32.6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OPEC+ 회의가 결렬되기 전인 6일 브렌트유 49.99달러, WTI 45.90달러, 두바이유 50.78달러 대비 일주일 만에 14~18달러 폭락한 것. 1월초 60달러 수준이던 때와 비교하면 무려 30달러 가까이 하락하는 등 반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감산반대 원인을 코로나19에서 찾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운송용 석유수요가 성장하지 않는 등 전세계 원유수요 감소가 점쳐지면서 가격보다는 시장점유율이 더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러시아가 이번 원유증산을 계기로 배럴당 50달러 이상에서 수익성이 확보되는 미국산 셰일오일에 대해 압력을 넣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일부 전문가의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유가하락 증상은 올해 1월부터 있었다. 1월 미국과 이란의 대치상황에서도 60달러대였던 브렌트유, WTI, 두바이유는 넷째주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60달러 선을 깨고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등 주요 항공사가 코로나19를 우려해 중국행 항공편을 중단하면서 큰 폭의 항공유 소비 감소를 시작으로, 석유수요 전체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03년 사스(SARS)가 유행할 당시 아시아 항공여객수요는 45% 감소했다. 당시 세계항공유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불과했으나 2017년 12%로 크게 증가해 항공유수요 타격은 이전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월에도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는 하락을 거듭했다. 첫주부터 원유 선물, 현물 시장은 7~9달러의 하락을 겪었다. 이에 따라 중국 시노펙은 원유정제 처리량을 12% 낮췄고, CNOOC 또한 8% 낮췄다. 이후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석유수요 하락세 전망이 이어지고 실제 석유수요 성장이 둔화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10달러 이상 떨어졌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EIA(미국 에너지정보청)를 중심으로 올해 글로벌 석유수요 전체가 성장을 멈추고, 전년보다 감소할 것이란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반면 석유수요 감소세에 맞서 공동대응에 나서야 할 산유국들은 의견이 엇갈리면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지속 중인 유가하락 국면에서도 러시아는 “우리는 배럴당 25~30달러의 유가를 6~10년간 견딜 수 있다”며 “자국의 석유산업은 향후 유가전망과 무관하게 시장점유율도 유지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등 유가전쟁에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기 맞서는 사우디 역시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4월 원유 선적분 공식판매가격의 배럴당 6~8달러 인하 및 하루 1230만배럴의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최근 사우디가 러시아와의 대화를 위해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前에너지부 장관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유가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도 관측된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역시 “필요하다면 감산이든 증산이든 새로운 합의가 가능하다”며 “OPEC+ 장관들이 5, 6월 중에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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