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도 아닌 우리나라가 3% 기본관세 매겨 세수만 늘려”
정유업계, 관세철폐도 여러 옵션 중 하나…개선 필요성 제기

[이투뉴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 및 석유수요 하향세 등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현재 정유업계 내부에서는 정제마진 악화와 석유수요 쇼크, 수천억원대의 재고평가손실로 인해 1분기에 영업적자를 볼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급변하는 대외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정유업계는 대책으로 관세철폐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해외원유 물량은 10억7192만3000배럴, 금액은 701억9332만6000달러, 평균단가는 65.48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관세 3%를 적용할 경우 지난해 정부가 징수한 원유관세는 21억579만달러, 한화 2조5173억원에 달한다. 다만 석유제품을 수출할 때 부과한 관세의 60% 가량을 환급받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원유4사가 내는 관세는 1조원 남짓이다.

우리나라는 원자재 무관세화 방침에 따라 석탄, 철광석 등의 필수 원자재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원유만은 3%의 기본관세를 적용한다. 일부 전문가는 이같은 정부의 관세정책은 세수를 더 거두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반적으로 자국의 원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부과하는 원유관세를 산유국이 아니면서 부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관세를 걷고 있다.

관세는 일견 유류세와 같은 선상에서 다뤄지는 얘기처럼 보이긴 하지만 정유업계는 같은 금액을 인하한다면 유류세 철폐보다 관세철폐의 효용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류세는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내수단계에서 적용된다. 반면 관세는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할 때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 또 유류세를 매기지 않는 석유제품인 나프타, 항공유, 윤활유 등의 가격도 인하되면서 국내 석유 및 연관 산업 전체의 원가경쟁력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랐던 2012년 고유가 당시 국민부담 경감을 위해 관세 철폐를 요구한 바 있지만 이후 유가가 떨어지면서 설득력을 잃은 바 있다.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지나 저유가 쇼크가 일어나면서 다시금 관세철폐 주장이 슬금슬금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5년 전 차등관세 적용으로 유류제품 가격이 인하되면 소비자물가는 떨어지고 가계전체 소비자후생 증가, 고용 1만명 창출이라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전체소득 중 에너지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대비 최대 4배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기대된다는 덧붙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입원유 관세철폐는 당장 추진하려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옵션 중 하나로 보고 있다”라며 “관세철폐는 정유사 뿐만 아니라 석유제품 소비자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관세의 한시적 감면을 위해서는 관세법에 따른 합당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라며 “반면 정유업계는 한시적 감면이 아닌 할당관세나 기본세율 인하만 요구해 오고 있다”고 밝혀 기업과 정부가 가진 인식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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