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입지 갈등은 정부 제도 공백 탓"
"재생에너지 입지 갈등은 정부 제도 공백 탓"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0.03.2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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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워크숍에서 발제자·토론자 한 목소리 지적
기후솔루션이 주최한 한-EU 워크숍에서 국내외 발제자들과 해양수산개발원, 한전, 에너지공단 관계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이투뉴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확산이 본격화 되려면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중앙정부 차원의 확실한 입지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24일 개최된 '재생에너지, 과연 주민수용성이 문제인가-유럽의 경험에서 배운다' 온라인 워크숍 기조발제에서 "지역주민 반대로 인한 사업지연이 있는데, 이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전적 입지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제도적 공백이 원인”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발제에서 박 변호사는 국가주도 재생에너지 사전계획과 인허가 창구 일원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그리스는 한국과 달리 환경부가 발전설비와 관련한 인허가 권한을 가질 뿐 아니라 공간계획과 관련한 권한도 갖고 있어 재생에너지 설치 창구가 일원화 돼 있고, 이탈리아도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지속 추진해 왔다”면서 "덕분에 20년 전 한국처럼 미미했던 두 나라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비중은 각각 19.2%, 13.8%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실제 자국 사례소개에 나선 지키자스 아포스톨로스 그리스 에너지규제청 재생에너지개발 정책부문장에 따르면, 그리스의 경우 중앙정부가 전 국토에 대한 여러 요소를 고려해 어떤 지역에 얼마나 재생에너지가 들어설 수 있는지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한 덕분에 전국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달성했다.

아포스톨로스 부문장은 "2008년부터 재생에너지 공간 계획 틀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환경부 뿐 아니라 농림부, 내무부 등 정부부처가 함께 노력했다. 이 틀을 만들기 위한 협의과정만 2년이 소요됐고, 당사자들로부터 의견청취를 상당히 많이 했다. 그 결과 간소화 된 틀안에서 입지선정과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져 인허가 소요기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재생에너지 사업 인허가 과정에 여러 행정기관이 한 자리에 모여 해당사업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사업자 부담을 낮춰준 케이스다. 키아라 도나디 E&Y 변호사에 의하면, 이탈리아는 에너지사업 인허가 시 '컨퍼런자 디 세르비찌(conferenza di servizi)'라는 일종의 총회를 열어 함께 사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이때 의견표명은 필수다.

만일 회의에 불참하거나 여기서 반대의견을 표명하지 않으면, 이는 암묵적 동의로 간주한다. 또 반대의견이 있다면 기술적 사유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해당 사업에 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부가의견도 내야한다. 단순한 반대는 수용되지 않으며, 발전사업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면 찬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도나디 변호사는 “가령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설비가 특정 도로에서 너무 가깝다고 생각한다면 ‘3m 더 떨어진 곳에서 사업을 하라’는 의견을 지자체가 제시한다. 이렇게 대안을 제시하는 게 법적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가 재생에너지를 받아들이는데 일종의 긍정 문화가 형성됐다”면서 “정부가 이러한 노력을 해온 이유는 전 국민에 (재생에너지)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국내 산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인허가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환경영향평가 기준도 모호한데다 주민 민원해결을 사업자에 전부 몫으로만 넘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위진 GS E&R 풍력사업부문장은 “재생에너지 사업 승인 시 검토기관과 협의기관 의견이 객관적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라며 “그리스의 사례처럼 사업이 가능한 지역과 아닌 곳을 확실히 나누고 가능한 지역에서는 확실히 사업이 성사되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팀장도 “발전사업자는 먼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뒤 문제에 맞딱뜨리고 있다. 부처간 협의된 내용 이외 다른 사항이 개입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규창 한화큐셀 정책파트장은 재생에너지 인허가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만 유난히 재생에너지 LCOE(균등화발전원가)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토목비용을 비롯한 인허가비용 때문”이라며 “산업부가 2017년 내놓은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지자체가 이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여러 촉진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김상준 에너지공단 풍력발전 추진지원단 팀장은 “체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개발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입지 계획 절차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관련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원활히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육근형 해양수산개발원 실장은 "해상풍력과 관련된 제도가 각자의 기능만을 단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산업부는 전기사업 허가권을, 해수부는 해양공간 계획권을 갖는다. 국가가 용도가 적절한지 살펴보고 변경이 필요하다면 기존 이용자를 설득하고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모두 같은 정부"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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