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코로나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작년 중국 우한(武漢)에서 처음 등장한 이 호흡기 질병은 치료약이 없어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해 4월 3일 현재 100만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약 5만3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이 질병이 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이르렀다고 선포해 역사상 유래가 없는 사태가 현재 진행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질환에 대한 예방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일상화되면서 관광, 의료, 제조업 등의 산업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세계 GDP의 1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5000만명의 종업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자동차 등 대규모 제조업의 가동도 지장을 받고 있어 많은 중소 하청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식당, PC방, 노래방, 술집, 체육관, 학원 등 다중 이용시설에도 손님이 급격히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우리의 생활양식도 바뀌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이미 일상화됐고, 흔한 술자리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재택근무가 늘고, 직접 쇼핑센터나 식당에 가지 않고 생필품이나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출장이나 대면회의가 줄어들고 대신 화상회의나 전화 회의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미증유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또 다른 인류의 고민거리인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화석연료의 사용이 줄어들고, 단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후 중국의 산업 총생산은 15~40%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도 약 25% 줄어들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활양식이 정착되면서 교통 수요가 줄어들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적 이슈에 대한 국제공조 체제가 확립되면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도 각국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공조할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부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최근의 경기침체가 각국의 재정을 악화시켜, 선진국이 제공하기로 한 연 1000억달러의 기후기금 제공 약속이 무산되거나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각국의 감축목표(NDC)의 실현의지가 약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전례가 없는 세계적 비상사태로 인한 금융기관의 리스크 대응이 실패할 경우 새로운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기후리스크로 인한 금융기관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시나리오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2°Investing Initiative는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이른바 ‘민스키모멘트(Minsky Moment)’에 도달했다고 주장하고, 은행과 보험회사 등이 COVID-19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리스크 관리에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인류에게 최소한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모든 인류는 상호의존적이고 서로 깊숙이 연결돼 있어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위기가 언제든지 출현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위기에 대한 대응은 지구촌 인류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는 바로 기후변화일 것이다. 따라서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해법은 기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신기후경제(New Climate Economy)에 따르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할 때 2018년에서 2030년 사이에 발생하는 경제적 편익이 26조달러에 이르고 이는 650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분명 엄청난 재앙이지만 이를 극복하는 경험은 앞으로 다가올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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