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rgy Insight] 원전 해체 시장은 없다
[Energy Insight] 원전 해체 시장은 없다
  • 박종운 동국대 교수
  • 승인 2020.04.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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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박종운 교수
▲박종운 교수

[이투뉴스|박종운 교수] 현재 국내에서는 탈원전에 의한 원전 산업생태계 붕괴 방지 명목으로 소위 ‘해체 산업 육성'이란 정책을 펴고 있다. 일단락 되었지만 경북, 울산, 부산을 중심으로 원전해체센터 유치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원전 해체라는 게 과연 무엇이고 이것이 정말 지역이 필사적으로 유치할 산업적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기술 측면과 해외진출 가능성 등에 잘못된 인식이나 무리는 없는지 짚어보려 한다.

우선 원전 해체란 ‘원전을 철거하는 준비부터 부지 복원까지의 전 과정’을 통칭한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원전을 철거해 대형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프로젝트다. 사전적으로도 '행정적 기술적 과정(Nuclear decommissioning is the administrative and technical process)'이라 한다. 물론 그 복잡성과 일부 방사능 작업 및 방사성폐기물이라는 위험이 부가되고, 사업비가 1조원 혹은 그 이상에 이를 수 있어 일반 건물이나 공장 철거와는 사뭇 다르지만, 실상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새로운 산업이나 고급 일자리 창출하는 일로 취급하는데 상당히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원전 해체 사업의 특성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우선 사업이 부정기적이다. 늘상 있는 일이 아니다. 수행 주체도 대부분 준비작업, 인허가,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처분은 기존 공기업이 담당하며, 원전 철거 후에도 기존 부지에는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존치되어 재사용이 불가능하며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 여전히 인접 가동원전의 제한구역 안에 있어 일반시설 재건축도 불가능하다. 엄밀한 의미에서 부지복원이 안되는 것이다.

원전이 해체된 위치에 쇼핑센터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신규 원전을 짓는 것도 아니므로 부지복원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버리기만 할 뿐 그 어떤 부가가치도 발생하지 않는다. 즉,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 ‘대형 방폐물 처리 공공사업’이라 봐야 한다. 단지 사업비가 크다고 해서, 또는 방사능 오염 제거작업이나 고급 커팅기술이 필요하다 하여 이를 산업으로 취급하거나 더 나아가 미래 유망산업으로 홍보하는 것은 잘못이다. 마치 4대강 사업을 ‘4대강 산업’이라 부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2016년 현재 전세계 원전 140기 해체 진행 현황 ⓒThe Japan Atomic Power Company
▲2016년 현재 전세계 원전 140기 해체 진행 현황 ⓒThe Japan Atomic Power Company

원전 해체는 크게 공정수립·안전평가 및 인허가 신청서류 작성 등의 준비단계, 사용후핵연료 이동, 비오염지역 철거, 오염지역 제염 및 철거, 해체폐기물 처리처분 및 복원작업 순으로 구분 진행된다. 사실 신경을 많이 쓰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은 오염 제거와 철거, 및 폐기물 처분이다. 준비단계는 전문인력 중심이나 기존 공기업 및 규제기관 인력들이 하며, 비오염지역 철거는 일반 철거작업에 불과하다. 또한 오염지역 철거, 해체폐기물 처분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도 건설기술자, 방사선 작업자 인건비와 폐기물 처분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체 추진 방법을 보자. 한국 원전들은 밀집도가 높아 한 부지나 인접부지 합해 최소 4기 내지 10기가 몰려있는 상황이며, 따라서 한 기 한 기 폐로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철거를 하는 것보다 동일 부지의 원전들을 동시에 추진해야 규모와 재원의 효율화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2030년대 한국은 동시에 10여기의 원전이 몇 년 차이로 모두 해체 전 과정 중 어느 일부 과정에 있게 된다. 이는 산만하고 집중도가 낮아 비용, 인력 투입, 작업 효율, 안전관리 등 여러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도 메인 양키 원전처럼 1개 호기만 단독으로 있는 경우는 즉시철거(DECON) 방식을 따르나, 부지 당 2기 이상의 원전이 있는 경우에는 기다렸다가 모두 한꺼번에 철거하는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자이언(Zion) 원전은 즉시해체라도 2기를 동시에 철거했다. 반면 쓰리마일섬(TMI) 1~3호기는 지연해체 방식인 'SAFSTOR(장기보관)' 방법으로 60년 대기 후 후반부에 동시 철거하는 작업을 수행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60년간 장기 해체를 진행하는 미국 쓰리마일아일랜드 원전 3기 ⓒPhiladelphia inquirer
▲60년간 장기 해체를 진행하는 미국 쓰리마일아일랜드 원전 3기 ⓒPhiladelphia inquirer

국내 고리 부지의 경우를 예로 보면 동일 부지 내 2,3,4호기가 가동중인 상태에서 1호기를 철거할 경우에는 여러 작업 제한과 불편을 초래할 것이며, 보안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는 방사능 관련 작업이 없는 건설단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설령 고리 1호기를 철거했다 해도 그 자리에 다른 일반 시설이 입주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그 이유는 원전이 해체된 자리가 인접 원전의 제한구역에 들어가 있고, 심지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조가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 부지에서는 원전이 영구중지될 때마다 즉시(DECON) 개별 철거하는 것보다 사용후핵연료만 임시저장조로 옮기고, 20년 이상 장기보관한(SAFSTOR) 이후 부지 내 전 원전을 동시철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기술이나 경험 측면을 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미 10여년 전 IAEA-TECDOC-1602 보고서를 통해 원전 해체 작업을 분류한 바 있는데, 그 중 분할·절삭 기술과 관련해서는 대형 기술 개발항목이 아닌 기존 기술 범주의 응용 내지 변형으로 봤다.  우리나라는 이미 중수로인 월성 1호기의 경우 복잡한 원자로 압력관을 교체한 바 있으며, 경수로들도 거대한 증기발생기 교체 경험이 풍부하다. 이들 장치들은 사실 방사능 오염도가 심한 것들인 바, 이 작업들도 모두 해체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부분적이나 큰 영역에서 이미 해체 경험을 쌓았다고 볼 수 있다.

▲스웨덴 바쉬백 원전의 원자로 절삭 철거 장면 ⓒ웨스팅하우스
▲스웨덴 바쉬백 원전의 원자로 절삭 철거 장면 ⓒ웨스팅하우스

장비에 있어서도 국내외 기성품을 적절히 개량하고, 어느 것들은 해외 아웃소싱하는 것이 훨씬 저렴할 수 있음에도 일일이 국산화하는 것은 재원 낭비이다. 실제, 전세계 어느 나라도 공영 발전사업자나 국가가 대대적으로 상업용 해체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안다. 대부분 기존 원전보수나 기기 납품 전문 민간업체들이 기존 노하우를 활용해 장비나 작업공정을 개량해 수행하는 프로젝트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사실 고가 장비들의 활용주기나 사용시간도 많지 않아 전 해체기간 중 단 몇% 사용에 그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과도하게 기술개발을 앞세우는 것이 사실이다. 해체를 54개 세부 기술로 나눈 것이 과연 해외에서도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원전 해체의 국내 경제적 효과나 시장 측면도 살펴보자. 원전 폐로 시점부터 부지복원을 빨라야 15년이라 보고 전체 비용을 7000억원(최근 원자력계 추정)이라 치자. 사실 전체 기간 중 비용이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기간은 실제 철거 작업을 시행하는 마지막 3년 정도다. 평균적으로 보아 1기당 해체 비용 7000억원을 15년 균등분할 하면, 연간 평균 45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 부지 4기를 가정하고 이를 동시에 철거한다면 장비, 인력 공동 활용 등 재원 절감에 의해 기당 연간 300억원 선에서 가능할 것이다. 이는 아파트 100세대 건설비 수준의 미미한 것이다.

해외 해체 시장 전망은 그야말로 망상 수준이다. 한때 일부 신문들은 해체시장이 1000조원 규모라고 했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원자로는 450여기이며 이 중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캐나다, 영국, 독일, 인도, 스웨덴, 심지어 중국까지 우리보다 원전기술이나 해체가 앞선 나라들 원전은 400여기에 이른다. 이들 나라가 우리에게 해체를 맡길 리 만무하다. 게다가 설계나 운전 이력도 모르는 생소한 남의 나라 원전을 해체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이들 국가 원전을 제외한 나머지 50여기 중 우리가 20% 해체사업을 수주한다고 해봐야 겨우 10여기다. 그렇다고해도 전체 사업비가 약 10조원이며, 해체 모든 과정을 한국에 맡기지 않는다면 이보다 작아진다. 연간으로 따지면 수백억원에 불과할 것이다. 게다가 2040년까지 유럽에서만 150여기가 해체될 예정이나 사업자들은 이미 결정됐다.

인력 측면도 들여다보면 미국, 영국 등 해체 경험국들의 직원들은 구조조정으로 실직됐고, 10여년 후에나 용역기관들이 기존 인력을 갖고 사업에 들어와 일시 철거작업 후 떠나는 구조라 인력 창출효과가 거의 없다. 2006년까지의 미국·유럽 철거 원전 직종별 인력 변화 추이를 보면, 운영정지 원전 인력은 1995년부터 급감해 1998년 철거 작업 착수로 2년간 용역기관 인력이 투입되면서 반짝 증가했다가 2000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2006년에는 '0'이 됐다.

리투아니아 이그날리나 2호기 사례를 보면 2009년 폐쇄 후 해체 투입 인력 이외의 잉여 인력은 신규 원전에 투입되지 못하면 실직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원전 해체에 대해 기술, 경제성, 인력 등 파급효과와 해외 진출 등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버려야 한다. 원전 해체를 ‘해체산업’으로 미화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해외 원전 해체를 대규모 시장으로 부풀리고, 국산화 명목으로 활용성도 낮은 장비들을 불필요하게 개발해 국고를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부풀려진 원전 해체 개념을 바로 잡고 고난도이나 작업기간이 짧은 것들은 아웃소싱 등 최적화가 필요하다. 그 대신에 다수호기 동시 해체 공정관리를 포함, 다수호기 부지에 대한 효율적 해체 방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월성에서 보듯이 해체사업들은 반드시 고준위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주민수용성이라는 아킬레스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검토되어 진행될 때 비용을 절감하면서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원전을 철거할 수 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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