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한정 공통 안전조치 보조 신청 '0'
자동소화장치 보조는 사업자도 유형 몰라

▲충북 모 지역에 설치된 중소기업 배터리 채택 ESS사업장
▲충북 모 지역에 설치된 중소기업 배터리 채택 ESS사업장

[이투뉴스] 잇따른 화재사고로 초토화 된 ESS(에너지저장장치)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후속 안전조치 이행지원사업을 놓고 산업계가 '생색내기'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대상에서 제외된데다 배정된 예산도 얼마되지 않고, 일부 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대상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ESS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에너지신산업 기반구축사업의 하나로 중소기업 배터리를 사용한 ESS 설치사업장에 한해 공통 안전조치 이행비용 일부와 소화설비 보강비용 일부를 지원키로 하고 최근 사업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전기설비는 전기산업진흥회, 소화설비는 한국에너지공단을 각각 실무지원을 대행하고 있다.

공통 안전조치란 ESS화재 원인조사 이후 당국이 화재 재발을 막기 위해 설치 권고한 전기적 이상 보호장치나 비상정지장치, 배터리 과충전 방지 장치, 자동소화장치 등을 보완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SDI나 LG화학처럼 대기업 배터리를 사용한 사업장은 제외하고 중소기업 배터리나 외산 배터리를 사용한 일부 사업장만 대상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상세 지원내용을 확인한 산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두 지원사업 모두 사업공고가 나간 올해 2월 20일 이후 ESS를 설치한 사업자여야 한다. 전국에 설치된 ESS는 배터리기준 5000MWh, 사업장 개소로는 2000여곳에 달하지만 올해 들어 신규설치가 거의 중단된데다 그마저도 중소기업 배터리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전기설비 공통 안전조치 이행 사업에 MWh당 550만원, 소화설비보강 지원에 MWh당 700만원을 지원키로 하고 각각 18억8000만원과 20억4000만원을 배정했으나 현재까지 실무지원기관에 접수된 신청건수는 '0건'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공고 이전 설치사업자도 지원하기로 했는데 막상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중소기업 배터리라고 해봐야 인셀이나 코캄 정도다. 안전비용을 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최근에 중소기업 배터리를 설치한 사업자나 외산 배터리 사업자로 대상을 한정한 배경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격이 급락한데다 ESS REC가중치 추가축소가 예정돼 있어 이대로 연말까지 접수해도 신청자가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라며 "규정대로라면 극소수 사업과 외산 정도만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공단이 실무를 맡은 소화설비보강 이행지원 사업은 사업대상조차 불분명해 원성을 사고 있다. 정부는 사업 공고에서 올해 2월 20일 이후 설치된 에어로졸·분말 자동 소화장치나 방재시험연구원이나 소방산업기술원 등 국가공인시험기관에서 시험성적서를 득한 자동소화장치를 지원대상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어떤설비가 지원대상이 될 수 있고, 그걸 누가 판단하냐'는 하소연이 나온다.

또다른 ESS 설비업체 관계자는 "정부 공문을 보면 예시 하나 없다. 어떤 유형이 지원대상인지 사업자들이 알아야 신청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면서 "해외 선행연구를 보면 그나마 미분무수(Water mist)가 소화효과가 가장 낫다고 하더라. 우린 전문가끼리도 협업 없이 전기, 소방 등 자기얘기만 한다. 이런 지원사업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ESS연계용 태양광사업자는 "현재로선 ESS 신규설치에 대한 유인이 거의 없다. 지금은 산업부가 이미 망가진 ESS사업을 수습하는 척 실효성 없는 보조사업을 할 때가 아니라 ESS REC가중치를 향후 어떻게 가져갈지, 충방전 시간대는 어떻게 조정할지 분명한 신호를 주고 전체적인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재건할 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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