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상운 SM한덕철광산업 신임대표
“제2수갱 준공으로 경험·기술력 살려 남북경협 첨병 노린다”
어려움 부닥친 광업계, 합리적 지원과 적극적 민간노력 합쳐야

▲오상운 SM한덕철광산업 신임대표.
▲오상운 SM한덕철광산업 신임대표.

[이투뉴스] “신예미광업소 제2수직갱도는 해외의존도가 높은 철광자원을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유일 철광석 생산업체 SM한덕철광산업의 오상운 신임대표는 회사의 자랑인 신예미광업소 제2수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한덕철광은 실질적으로 국내 유일한 철광석 생산업체이다. 신예미광업소 제2수갱은 사업부지 48만평방미터에 추정매장량 8000만톤, 채광가능량은 4000만톤으로 매년 100만톤씩 40년 동안 철광석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2014년 계획을 수립해 자금문제로 미뤄지다가 SM그룹에서 광업자산을 인수하고 50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난해 마침내 길이 627미터의 수직갱도를 준공하고 안정적인 생산에 들어간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 제2수갱이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 아니라, 해외의존도가 높은 철광자원을 연간 150만톤까지 생산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는 매년 400억~450억원에 달하는 수입대체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

오상운 대표는 “제2수갱은 국내광업계의 과제인 장비현대화 측면에서도 앞서나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광업계는 현대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정부정책을 따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일신우일신하지 않으면 뒤쳐져버리는 상황에서 짜낸 방책이다.

일반 광산의 수갱시설은 와이어를 지지하는 주탑과 인양장치인 스킵과 모터, 그리고 화물을 싣는 승강기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제2수갱 시설은 광석운반 외에 다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제2수갱은 48미터 높이의 주탑에 연결된 와이어로프를 1500키로와트의 모터로 당겨 한 번에 19톤의 철광석을 초속 12미터로 들어 올릴 수 있다. 기존 제1수갱에 비해 운반속도는 2배 이상, 운반량은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제2수갱 준공을 계기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생산 전과정을 자율주행할 수 있는 마이닝트럭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갱내 채광작업은 장공천공기라고 불리는 초대형 드릴을 사용한 대단면 발파를 시행하고, 마인트럭으로 광석을 운반한 뒤 갱내크러셔에서 파쇄 작업해 수갱을 통해 인출한다. 채굴부터 갱외인출까지 전공정이 1993년부터 광업현대화를 추진해 온 한덕철광의 기술력의 진면모인 셈이다.

▲신예미 광업소 제2수갱시설 전경.
▲신예미 광업소 제2수갱시설.

추가로 채광장에서 갱내에서 설치된 원강투입구까지 원광을 무인운반하는 스마트 운반 시스템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협력해 추진·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광물자원공사가 주최한 '자원산업 함께성장 한마당' 행사에서는 한덕철광이 광산개발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갱내 장비현대화는 모든 일이 쉽게 풀리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오 대표는 장비현대화 초기 일어난 트러블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며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었기에 이만큼 오게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수갱운전과 시설이 자동화돼 있어 이제까지 수동조작에 익숙해져 있었던 작업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가동 초기에는 입기(갱내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공기) 또는 먼지로 인해 장비에 부착된 센서에 트립이 발생하면서 평균가동률이 60% 이하에서 머무르기도 했다”고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풀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건개선과 작업원의 기능 향상으로 최초 설계대로 안정화된 덕분에 원광석을 정상적인 상태로 갱외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후 그는 놀랍게도 이 같은 제2수갱 시설투자와 장비현대화가 남북경협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사양산업인 철광석 분야에 SM그룹이 직접 대규모 시설투자를 나선 것은 본격적인 북한 자원개발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있다는 것.

현재 북한에 매장된 철광석, 희토류 등 지하자원은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3200조~65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남북한 자원 경제협력에 앞서 제2수갱 준공으로 한덕철광의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재점검하고, 이를 북한과 공유할 준비를 함으로써 남북경협의 첨병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우 회장은 지난해 신예미광업소 제2수갱 준공식 축사에서 “남북교류 정상화를 전제로 그룹이 보유한 인적자원과 각 계열사의 기술 및 경영노하우를 집대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남북경협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다.

▲신예미광업소 제2수갱 내부에서는 지하연구소를 건립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신예미광업소 제2수갱 내부에서는 지하연구소를 건립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제2수갱을 둘러싼 사업은 단순히 철광석 채광만이 아니다. 현재 한덕철광은 국책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올해 말까지 우주생성의 기원을 연구하는 2000㎡ 규모의 지하연구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는 양양 기초과학연구원의 기존 실험실보다 10배 큰 크기다. 이를 위해2수갱 내에는 기초과학연구원 산하 지하실험연구단의 우주입자연구 수행 연구원 전용 승강기를 별도로 설치했다. 승강기는 지하 1000미터 아래 들어서는 지하연구실까지 15명의 인원을 싣고 초속 4미터 속도로 실어나른다. 또 제2수갱 시설 하부에는 예미산 정상방향 -10도 기울기로 국책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이 발주한 우주입자연구시설 구축을 위한 730미터 길이의 터널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초과학연구원과의 연계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덕철광과 기초과학연구원, 정선군은 갱내 연구단 유치를 통해 정선군이 기초과학 연구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상생하고 있다. 현재 우주입자연구소는 많은 연구인력이 상주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 고용효과와 각종 회의를 비롯한 세미나, 워크숍 유치로 영월, 정선, 태백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이외에도 직원 채용시 한덕철광이 위치한 정선군 출신채용을 우선하고, 군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한덕철광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업계 전체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국내광업계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덕철광의 광석 인출 시스템..
▲한덕철광의 광석 인출 시스템..

과거 박정희 정권 당시에는 석탄 및 주석 수출액만으로 국내 전체수출액의 70%를 점유하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통해 석탄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당시 광업계는 황금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7년 대한광업진흥공사가 설립될 당시 국내에는 일반광 700여개소, 석탄광 350여개소 등 광업계가 꽃을 피운 바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중국이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광업계는 큰 침체를 맞아 현재까지 규모가 줄기만 하고 있다.

오 대표는 국내 광업계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철광업계를 비롯한 국내 금속광산은 3D업종 기피로 인한 채광작업자와 인력부족으로 광산운영에 애로점이 있다”며 “국가의 합리적 지원과 광산업체의 적극적 노력이 합쳐지면 발전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상운 대표는 “국내 광업계는 갱내화, 심부화 등으로 재해발생 위험성 증대와 운반거리 증가, 생산원가 상승, 광업종사자 감소, 현장 기능인력 고령화 등 몸살을 앓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반면 전문가들은 2025년까지 철광석 수요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 예측했다“며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는 불안을 나타냈다.

그는 끝으로 “우리나라의 자원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으로 국내 광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며 업계 전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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