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멋과 에너지, 둘 다 살린 한화 사옥
[창간기획] 멋과 에너지, 둘 다 살린 한화 사옥
  • 진경남 기자
  • 승인 2020.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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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일체형 태양광으로 사옥 내 자체전력 생산 가능
건물의 심미적 디자인과 전력 생산 두마리 토끼 잡아

[이투뉴스] 서울의 명소 청계천을 따라 걷다보면 지상 29층 높이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사옥이 나타난다. 비정형 격자 무늬 외관이 꽤 멋스럽다. 29년간 사용하던 빌딩을 2016년부터 3년간 리모델링한 결과다. 그런데 이 빌딩은 단순히 내·외관만 바꾼 게 아니다. 계열사인 한화큐셀의 태양광발전 기술이 녹아들어 있다. 창문으로 내리쬐는 햇빛을 전기로 바꿔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일부를 자급자족한다. 통상 에너지 생산형 건물은 '두마리 토끼'를 잡기가 어렵다. 디자인을 살리면 에너지효율을 포기해야 하고, 효율만 강조하면 디자인 제약이 커진다. 멋과 에너지를 둘 다 살린 장교동 한화빌딩의 비법을 알아봤다.   

▲한화그룹 장교동 사옥은 BAPV를 적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한화그룹 장교동 사옥은 BIPV를 적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BIPV로 에너지와 디자인 모두 살려

한화그룹 본사 사옥은 미래 태양광 기술의 하나로 평가받는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을 적용했다. 별도의 모듈을 창문에 설치하는 건물적용형 태양광(BAPV. Building Applied Photovoltaic System)기술과는 달리 빌딩 리모델링 과정에서 외장재와 일체화 된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 주택용으로도 사용하는 32셀 모듈을 이용해 9층부터 옥상까지 모두 132kWh의 발전량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장당 155W인 이 모듈은 건물과 일체형하기 어려운 큰 사이즈의 70셀이 아닌 작은 크기의 모듈을 선택했다. 특히 태양광모듈과 전기배선 등 건축자재를 일체화 해 각층 천장에서 실내를 거쳐 지하 전기실까지 배선이 바로 연결되도록 시공했다. KS인증을 받은 모듈로 화재 위험도 낮췄다.

이번에 적용한 BIPV는 본사 사옥 전력소비량의 3% 이상을 충당할 전망이다. 다만 시공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은데다 완공 후 바로 햇빛이 적은 겨울을 지나 정확한 연간 발전량은 내년이 되어야 추산 가능하다는 게 한화 기술진의 설명이다. 디자인 못지 않게 효율까지 충분히 고려했다.

빌딩숲으로 이뤄진 주변 여건을 고려해 입사각이 좋은 세 면 중 선택적으로 전지판을 설치했다. 덕분에 한화그룹 사옥은 외벽이나 창호 전면을 태양광으로 뒤덮지 않고도 면적 대비 높은 발전효율을 올리면서 누군가 따로 설명하기 전엔 태양광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이런 장점 덕분에 건물의 심미적 디자인을 유지하고 발전량을 얻을 수 있다"면서 "건물 앞을 지나는 분들이 외관이 예쁘다며 사진을 찍는 일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발전량은 많지 않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면서 태양광과 건축디자인을 복합적으로 적용한 자사 기술을 토대로 본격적인 건물형태양광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국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의 제로에너지 건물 인증이 의무화 되고 있고, 면적이 한정돼 있는 지형 특성상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건물형태양광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BIPV와 BAPV의 차이점
BIPV와 BAPV는 건설산업에 태양광산업을 접목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시스템 모두 경사와 평평한 지붕, 입사각 및 채광 등을 고려해 건물 자체를 전력을 생산하는 장소로 이용한다. 또 가급적 건물 본연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한다.

BIPV는 지붕 타일 및 세라믹 또는 유리외관 등 건축자재를 건물 외벽에 통합한 태양전지다. 태양광 모듈을 건물 지붕 또는 정면 방향으로 일체화 해 설치한다. 이 상태에서 사용하는 태양광모듈은 지붕 ​​또는 벽을 짓는데 사용되는 기존 건축자재를 대체하기도 한다. 투명, 또는 반투명 유리 형태 박막전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BAPV는 건물과 태양광을 일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태양광 모듈을 그대로 부착하는 형태다. 수평이나 수직 벽에 모듈을 설치할 수 있다. BIPV보다 가격적으로 유리하지는 않지만 건물 외벽에 부착해 외관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APV와 BIPV 모두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응용분야에 속하지만 구축 형태에 따라 유형이 갈리고 모두 국토 면적이 좁은 국내에서 태양광산업을 도심에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BIPV를 적용한 유럽의 한 건물.
▲BIPV를 적용한 유럽의 한 건물.

◆도심 활용해 태양광 보급 확대
BIPV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BIPV를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주택용 및 일반 건물위주에서 대형 창고 및 공장 지붕, 주차장 지붕, 대형 철도역사 및 공항 건물, 초고층 빌딩, 고속도로 방음벽 등으로 응용분야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세계 BIPV 시장은 2017년 550MW(10억달러)에서 2022년 2140MW(34억달러), 2026년에는 5587MW(76억달러)까지 성장할 예정이다. 국내시장도 2023년까지 5218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BIPV와 BAPV를 활성화하기 위해 건물형태양광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건물형태양광은 빌딩이 많은 도심에서도 설치할 수 있어 부지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태양광보급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들 기술은 지리적 한계와 임야태양광 보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태양광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경제성을 갖추지 못한 BIPV를 우선 지원하는 한편 보급사업 시 설치비를 최대 70%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보급사업을 통해 BIPV 시장을 선도적으로 창출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 지난 2월에는 BIPV와 BAPV를 포함한 건물형태양광도 설비 시공기준을 구분했다.

특히 올해부터 추진하는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계획도 건물형태양광 활성화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로에너지 건축은 단열·기밀 강화로 에너지사용을 줄이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건물을 짓는 것이다. 올해부터 1000㎡ 이상 공공건축물에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가 적용되고, 2025년에는 500㎡ 이상의 공공건축물과 1000㎡ 이상의 민간건축물이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2030년에는 500㎡ 이상 건물이 의무화 대상이다.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도 건물형태양광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지자체 최초로 BIPV 보급지원을 시작하고, 오는 8월까지 민간업무용 건물 2곳과 교회 건물 1곳에 BIPV 설치를 지원한다. 기존 건물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형태양광의 장점을 살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BIPV 설치 시 규격과 상관없이 설치해도 보조금을 주겠다고 해 BIPV 설치 다양성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설치지원금 등 보조금을 주는 방식을 높이고, 사업자가 BIPV 방식을 제안해 선정하면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할 협회도 정식 출범했다. 산업부는 지난 2월 한국건물태양광협회 설립허가를 인가했다. 협회는 건물형태양광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제도개선 및 정책연구 등 건물형태양광산업의 고부가가치 실현과 경쟁력강화, 국가에너지산업발전 기여를 목표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건물태양광산업 활성화 위한 표준규격 필요
태양광 업계는 아직 초기단계인 건물형태양광산업을 활성화 시킬 방안을 지속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건물형태양광 보급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KS 인증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건물형태양광의 표준규격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초기시장 활성화를 이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건물형태양광 설치에 대한 명확한 표준이 없고, 건설사 입장에서도 아직 규격화나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아 적극적으로 이 기술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구축 시 재생에너지 사용량 목표에 대한 명확한 설정과 건물 내구성을 고려한 건물형태양광 표준규격 의무화, 단가 최적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표준을 만들어야 초기시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밸류체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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