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이철규 해외자원개발협회 개발협력실장
일부 전문가, 저유가 석유위기 언급…‘저점 매수’ 기회될 수도
정책지원 및 신규투자 중단에도 자원안보를 포기할 순 없다

▲이철규 해외자원개발협회 상무.
▲이철규 해외자원개발협회 상무.

[이투뉴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배럴당 20.37달러.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경제 침체,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합의 실패에 따른 증산 등의 여러 요인으로 3월 18일,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국제유가다. 지난 OPEC+ 회의에서 일산 95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해 유가가 폭락했다.

국제유가가 2008년 130달러대라는 최고치를 경신한 후 2014년 중반까지도 100달러를 넘나들며 자원부족국가인 우리나라를 긴장하게 하던 것이 불과 6년전이었다는 사실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최근 유가가 조금 반등했지만 아직 20달러대 중반에 불과하고 차후 1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발표되고 있다. 유가가 너무 높다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마저도 현 유가 급락사태를 걱정하며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도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유가로 인한 석유위기와는 정반대로 저유가에 의한 석유위기를 언급하고 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이룩한 우리나라의 경우 저유가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유가가 낮아진 시점이 바로 우리나라에게는 ‘저점 매수’ 기회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사실 2016년 국제유가 최저점인 20달러 중반을 찍고 반등을 했을 당시, 채산성 회복으로 자원개발 기업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원을 싼 가격에 쇼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이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해서 성공한 사례는 대부분 자원가격이 저렴했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저점 매수’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의 베트남 11-2 가스전(1992년), 한국가스공사의 오만LNG사업(1997년)과 카타르 Rasgas 가스개발사업(1997년), 석유공사와 SK이노베이션의 베트남 15-1 유전(1998년),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스프링베일 유연탄광(2001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2000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구조조정 요구받는 공기업, 조직도 인력도 없다

2015년 이후 우리나라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웃나라는 자원안보를 위해 적극적인 해외자원 확보를 추진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대주주인 자원개발 전문기업인 INPEX가 주도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전문 지원기관인 JOGMEC의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융자·출자, 채무보증 등 자원개발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의 고유가 당시 무모할 정도로 자원 확보에 열을 올렸고 이후 큰 손실을 봤던 중국도 한동안(2016년) 해외자원개발투자를 중단했으나, 경제성장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자원 수요에 맞추기 위해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자원 확보를 재개했다. 또한 우리나라 가스공사가 참여해 성공한 모잠비크 가스전의 지분도 확보했다.

지금과 같이 자원가격이 크게 하락한 시기가 자원을 ‘저점 매수’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긴 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투자 여건은 매우 좋지않은 실정이다. 최근 공기업들의 자원개발투자 실패로 국민들의 자원개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빠졌으며, 가격 하락으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됐다. 또 성공불융자 지원의 축소, 조세지원제도의 철폐 등 정부의 정책지원이 대폭 줄어듦에 따라 투자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재정상태의 악화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으며 신규사업 참여도 불가능한 상태이다. 민간기업들도 이러한 분위기가 수 년동안 지속됨에 따라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보유하고 있던 사업도 축소하거나 중단했으며 이는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부서의 통폐합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 해도 조직도 인력도 없는 셈이다. 이미 자원개발 생태계는 붕괴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에 민간기업 불러들일 정부노력 절실해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자원안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자원빈국인 동시에, 제조업을 기반으로 해 수출로 먹고 사는 자원 다소비국이다. 지정학적으로 봐도 분단으로 인한 실질적인 섬나라이므로 급할 경우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공급 받기도 어려운 처지이다. 지금이라도 자원안보를 위한 해외자원 확보에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동안 손발이 묶인 자원개발 공기업이 다시 해외자원 확보 사업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자원개발은 자금력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해외 네트워크가 필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상당수의 민간기업은 조직과 인력의 축소로 그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며 투자의지도 없다. 아직 자원개발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가진 조직을 보유한 공기업이 해외 사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보유한 민간 기업과 동반진출에 나선다며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길을 걸어간 자원개발 선진국들도 초기에는 공기업의 역할을 통해서 자원개발 기업과 생태계를 육성했고 지금의 메이저로 성장해 국가의 에너지안보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의 BP, 프랑스의 Total, 네덜란드의 Royal Dutch Shell, 이탈리아의 ENI, 노르웨이의 Statoil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더불어 민간 자원개발 기업들을 다시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적폐로 인식돼 청산이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자원안보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2019년 말로 모두 일몰된 해외자원개발 조세 지원제도들 중 민간기업의 활성화에 꼭 필요한 제도부터 재도입을 해야 하며, 현재 특별융자로 이름을 바꾼 성공불융자도 그 기본의 역할인 투자결정의 마중물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이전의 모습으로 환원해야 한다. 더 이상 자원개발에 투자하던 민간기업을 방치해서는 자원안보 생태계가 붕괴로 다시 복원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과 비용이 필요로 할 것임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는 “위기 속에서 위험을 경계하되 기회가 있음을 명심하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은 사회 전체적으로 심각한 위기의 상황이나, 어떻게 보면 성공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삼아 해외자원 확보에 다시 뛰어 든다면, 우리나라 자원안보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제6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번 계획에서 해외자원개발이 우리나라의 자원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담겨져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철규 해외자원개발협회 개발협력실장 star62@emr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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