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RE100,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전문가 시각] RE100,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 김승완 교수
  • 승인 2020.04.2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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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김승완 교수] RE100 캠페인은 기업에게 재생에너지 100% 전력을 소비하도록 유도해 이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해외에서의 RE100 캠페인은 마케팅이나 브랜딩 전략과 연계되어 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의 한 축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급격히 하락하는 재생에너지 단가로 기업들이 경제적 이익까지 얻게 된 것은 덤이다. 우리나라에서의 RE100 이슈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전력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다양한 이행방안 중 녹색요금제부터 차례로 제도를 도입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는 녹색요금제 설계안을 발표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더해서 우리나라 환경에서 RE100을 어떻게 실현할지, 그 방안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녹색요금제(안)을 비판하는 의견서도 발표되었다.

RE100 이행을 위한 녹색요금제 설계에 대한 논쟁

정부가 발표한 녹색요금제(안)에 전문가, 시민, 환경단체들이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REGO'라는 이름의 재생에너지 소비 인증서에 있다. 정부는 녹색요금제(안)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인증을 받고 싶은 소비자에게 REGO라는 이름의 재생에너지 소비 인증서를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RE100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은 자신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인증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전력 보급을 위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운영하면서 사업용 재생에너지 발전원들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고, 이를 RPS 의무이행 사업자가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녹색요금제(안)에서는 사업용 재생에너지에 더해 기존 REC 발급대상이 아닌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해서도 REGO를 발급하고 이를 소비 인증서로 활용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대부분이 REGO의 발행 대상인 것이다. RE100 수요기업은 기존의 한전 산업용 요금에 더해 REGO 가격에 해당하는 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하고 REGO를 발급받아 RE100 인증에 활용한다. 이 때 수요기업이 REGO 발급에 지불한 비용은 정부가 회수한 뒤 재생에너지 확산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자로서 해당 제도(안)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고민해봐야 할 쟁점들이 여러 군데 존재하는 탓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수상태양광 시설 ⓒE2 DB
▲수상태양광 시설 ⓒE2 DB

쟁점 ① 이미 REC를 발급받은 재생에너지 발전원에 대해 REGO를 발급하면 중복계상 아닌가

시민사회는 녹색요금제 설계 초기부터 꾸준히 이 부분을 지적해 왔다. 한 단위의 재생에너지 발전 물량에 대해 발급된 REC를 RPS 의무이행 사업자가 구매한 뒤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물량에 대해 REGO를 발급, RE100 수요기업들이 이를 얻어 RE100 인증에 사용하게 한다면 이는 명백한 중복계상이라는 것이다. 이 중복계상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REC를 가지고 녹색요금제를 설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REGO는 재생에너지 전기 소비자에게 발행하는 확인서로 발전사업자의 수익성 보전을 위해 발급하는 REC와는 그 성격과 용도가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REC 시장은 RPS 의무를 가진 사업자들 간에 구매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이므로, 자발적으로 RE100을 이행하는 기업들이 해당 시장에 참여할 경우 국가적 차원의 RPS 목표치 관리나 REC 시장 운영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쟁점 ②  REGO 가격은 어떤 방식으로 결정해야 하는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 보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한다. REGO는 이미 발급된 REC나 REC를 발급받지 못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근거하여 정부가 발급하는 확인서이다. 따라서 정부가 일종의 독점판매자 지위를 갖게 되며 이 경우 REGO 가격책정의 재량권을 갖게 된다. 시장원리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이 때 정당한 REGO 가격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 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 부담을 크게 만들면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고 RE100 캠페인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그라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REGO 가격을 최대한 낮게 설정해 녹색프리미엄 수준을 낮추자는 의견이 첫 번째이다. 두 번째로는 REGO에 대한 수요를 반영할 수 있게 이 가격을 RE100 수요기업들의 입찰을 통해서 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 초기에는 REGO 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겠지만 RE100 캠페인이 더 활발해지다보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의견에 대해서는 초기에 낮은 수준에 REGO 가격이 형성되어 제도가 고착화되게 되면 RE100 수요기업의 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전제 하에, 학습효과로 인해 향후에도 낮은 가격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이 존재한다. 세 번째 의견은 REGO 가격은 시장에서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최대한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이를 REC 현물시장의 가격과 연동하자는 것이다.

▲해외 전기차업체들로부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RE100 참여를 요구받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는 직원들.
▲해외 전기차업체들로부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RE100 참여를 요구받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는 직원들.

쟁점 ③ REGO를 활용한 현 녹색요금제(안)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추가성(Additionality)을 보장하는가?

국내에서 기업 재생에너지 확대 캠페인에 앞장서온 그린피스에서는 RE100 이행방안을 설계할 때 재생에너지 추가성 여부를 가장 강조한다. 즉, RE100 수요기업이 어떤 방안을 통해 RE100을 이행했을 때 실제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현존하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발전량에 근거해서 제도가 동작하는 현 녹색요금제(안)의 가장 취약한 점이 이 부분이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정부는 REGO로 인한 수입금은 재생에너지 재투자에 활용하여 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설명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된 바가 없어서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는 필자도 궁금한 부분이다. REGO 판매기금을 재생에너지로 재투자할 경우 재투자한 설비에 대해서는 REC를 발급하지 않아야 추가성이 확보된다. 이 부분이 반드시 고려된 방안이 조속히 발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합리적 해법은 무엇인가?

필자는 현 녹색요금제(안)을 보완하기 위해서 REGO의 가격을 REC 현물가격 수준에 연동하고, RE100 수요기업들이 REGO를 한 단위 발급받을 경우 이에 맞춰 현물시장에서 REC를 한 단위 소각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경우 RE100 수요기업들이 녹색요금제를 통해 한 단위 재생에너지 전력소비를 인증받음과 동시에 REC 공급이 한 단위 감소하고, 이에 따라 REC 현물가격이 일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투자유인이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인위적인 판매기금을 통한 재투자에 의존하지 않고도 현 녹색요금제 설계(안)의 부족한 추가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앞서 쟁점을 짚어가면서 언급했던 것처럼 RE100 수요기업들의 REGO 구매가 RPS 의무자들의 리그인 REC 시장에 연동되면 단기적으로 시장에 혼선이 오긴 하겠지만, 거꾸로 이를 REC의 가격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RPS 의무이행 사업자들의 비용을 정산해주는 한국전력공사에게는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녹색요금제를 통한 RE100 이행의 단가가 산업용 요금에 REC 가격을 더한 수준으로 형성된다면, 향후 도입될 수 있는 제3자 PPA나 기업PPA (전력구매계약) 등의 제도와 가격 형평성을 맞추는 일도 한결 수월해진다.

논의의 진전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이 필요하다.

해외의 기업들은 녹색요금제 외에도 발전사업자와의 전력구매계약, REC 구매를 통한 인증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한국에서 RE100 관련 논의가 진전되어 더 다양한 수단들의 도입을 논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에 선제적으로 기본적인 원칙들이 공유되어야 한다. 첫 번째 원칙은 정당한 비용지불을 통해 RE100을 이행하려는 소비기업에 한해서 제도적 인센티브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정부지원을 통해 기업들에게 일방적인 혜택을 주는 방식의 제도가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향후 도입될 다양한 RE100 이행방안과의 관계까지 고려하여 초기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재생에너지 가치보다 저렴한 녹색프리미엄 수준을 제공해 기업들의 RE100 참여유도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향후 도입될 다른 제도들까지 왜곡되어 설계될 수 있다. 또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한 실증을 통해 다양한 RE100 이행방안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보는 접근이 제도 논의와 병행되어야 한다. 입지여건을 갖춘 다수의 지자체를 RE100 관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녹색요금제 외에 다양한 형태의 계약에 대한 사업자들의 선호와 중장기적인 경제성을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RE100에 대한 논의가 소모적 논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진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고대한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swak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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