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팩토리, 피크저감용 옥외이전 태양광연계용으로 전환

▲포천시 창수면 추동리에 설치된 태양광연계용 ESS. 애초 옥내 피크부하용 ESS였다.
▲포천시 창수면 추동리에 설치된 태양광연계용 ESS. 애초 옥내 피크부하용 ESS였다.

[이투뉴스] “저기 보이는 컨테이너가 이번에 이전 설치한 ESS(에너지저장장치)입니다. 세계 ESS시장은 이제 움트고 있는데 우리는 산업을 만든다고 앞장서 나가더니 스물여덟번이나 화재를 내고 아무것도 배운 것 없이 (산업을)포기하려 합니다. 우리가 이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면 엄청난 기회가 될 겁니다.”

이주광 티팩토리 전무가 차량 통행이 뜸한 2차선 국도와 맞닿은 태양광발전소 안쪽를 가리키며 말했다. 완만한 야산 경사면을 따라 사람 키 높이로 도열한 태양광 모듈과 그 가운데 자리 잡은 흰색 컨테이너가 눈에 띄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태양광 생산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이후 시간에 방전하는 태양광연계용 ESS이다.

지난 10일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추동리. 태양광 1.30MW, ESS(배터리기준) 2.38MWh로 구성된 이 시설은 다른 설비와 외관에서 큰 차이가 없다. 작년 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이런 태양광연계용 ESS는 2000MWh에 달한다.

그런데 이곳 ESS는 사연이 조금 특별하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 한 빌딩 숲속 한 지하실에서 가동하던 시설이다. 경부하 시간대인 한 밤에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전기요금이 비싼 주간에 이를 건물로 방전해 에너지비용을 절감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서울살이’는 길지 않았다. 그즈음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ESS에서 불이 났다.

태양광, 피크부하용, 풍력 등 용도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합동점검을 받은 시설도 예외가 없었다. 대형 인명사고를 우려한 정부는 결국 지난해 모든 다중이용시설 ESS를 운영중지 했다. 이어 작년 6월부터 옥내 ESS용량을 최대 600kWh로 제한하고, 기존 설비 옥외이전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 건물안 ESS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본 것이다.

▲이주광 티팩토리 전무(오른쪽)와 황소연 연구팀장이 이전 설치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이주광 티팩토리 전무(오른쪽)와 황소연 연구팀장이 이전 설치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건물 피크부하용에서 태양광연계용으로 전환
이렇게 시작된 티팩토리의 'ESS 재사용(Re-use) 프로젝트'는 작년 11월 옥내시설 철거를 시작으로 같은해 12월말까지 이전과 재설치 작업을 끝냈다. 사용 전 검사와 계통연계는 올해 1월 중순 완료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피크부하용 ESS를 다시 태양광연계용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국내외를 통틀어 매우 드물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ESS 역할과 기능이 달라지다보니 배터리를 제외한 핵심기기와 운영프로그램 교체가 불가피했다. 이 과정에 티팩토리는 PCS(전력변환장치)를 추가 구매하고 PMS(전력관리시스템)도 새로 구축했다. 또 배터리 하중과 단열을 고려해 구축비용이 6000만~7000만원을 호가하는 40피트 특수 컨테이너를 장만했다. 컨테이너는 옥외 환경을 고려해 각종 수배전반과 방호벽을 갖추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설비 전환에 투입된 비용은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중 약 3000만원을 옥내설비 옥외이전 지원 명목으로 지원하고, 배터리 제조사인 SK이노베이션도 중소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사회책임 이행 차원에 약 4000만원을 보태기로 했다.

황소연 티팩토리 연구팀장은 "ESS는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단계로 우리나라는 선발주자라 화재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라며 "미래를 내다보면 ESS는 반드시 필요하고 유망한 아이템이다. 화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발생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 문제를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참고해 대안을 제시하느냐"라고 말했다.

"화재는 시행착오, ESS는 반드시 필요한 미래 아이템"
기술진과 ESS 컨테이너 내부를 직접 들여다봤다. 한쪽 출입문을 열어젖히자 좌우로 가지런히 정렬된 배터리 랙(Rack. 배터리모듈을 다단으로 쌓은 단위)이 모습을 드러냈다. 142kWh용량의 랙이 입구 우측에 8개, 좌측에 12개다. 랙당 하중은 1톤에 육박한다. 이중 좌측 1.38MWh는 서울서 가져온 피크저감용이며, 우측 1MWh는 발전량을 고려해 증설한 설비다.

외부 환경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 흔적도 역력하다. 항온·항습을 위해 오른편엔 제습기 2대, 천정에는 에어컨 3대를 각각 설치했다. 이들기기는 천정 등에 부착된 센서 계측값을 통해 자동으로 작동한다.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랙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 작동하는 팬 소음과 컨테이너 환기용 환풍기 소리도 제법 크다. 리튬이온전지는 온도에 민감해 일정범위를 벗어나면 성능이 떨어지거나 과열될 수 있다. 내부 온도를 연중 일정하게 유지해 줘야 한다.

▲피크부하용을 태양광연계용으로 전환해 재설치 한 ESS 컨테이너 내부.
▲피크부하용을 태양광연계용으로 전환해 재설치 한 ESS 컨테이너 내부.

앞서 2017년부터 티팩토리는 한전, 한화에너지, 에너지기술연구원, 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 8개사와 4년째 MW급 ESS 신뢰성‧안전성 향상에 관한 국책연구과제(에너지기술평가원)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서 ESS화재가 본격화 되기 전부터 연구사업에 참여해 화재 예방대책을 찾고 있다. 이번에 이전 설치한 ESS에도 티팩토리가 담당한 신뢰성‧안전성 개선 주변장치 개발과제의 일부분이 포함돼 있다.

이 시스템은 각종 센서가 비정상적인 전압이나 전류, 접지 전위차, 온도, 불꽃, 오프가스(배터리 단락 시 발생)등을 감지하면 더 이상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PCS를 차단하고 각 랙간 전원도 분리해 특정 부위 이상이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준다. 또 온도센서와 연결된 급속배기팬은 평소 멈춰있다가 필요에 따라 회전속도를 크게 높여 컨테이너 내부 유해가스 배출을 돕는다. 

티팩토리는 전기적 측면에 치우친 화재예방 대책만으론 조기 화재징후 감지와 피해최소화가 어렵다가 줄곧 강조해 왔다. 이는 작년말 국제 시험인증기관인 DNV-GL가 발표한 선박용 리튬배터리 폭발 및 화재진압에 관한 공동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오프가스 센서로 문제가 발생한 셀을 열폭주 이전에 분리하면 화재를 막거나 피할 수 있고, 열폭주 시 발생한 가스의 폭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절량의 배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실제 해외 연구기관이 국내 배터리제조사 제품(LG화학 JH3 63Ah)으로 구성된 110kWh 랙에서 발생하는 가스발생량을 계산했더니 불길이 번진 1개 랙은 무려 8만9964리터의 폭발성 가스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충전이나 과열상태로 배터리에서 화학성분의 오프가스가 발생할 때 이를 감지해 조기 대응하면 열폭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조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주광 전무는 "리튬배터리는 화학의 영역이라 전압이나 전류값 등으로 위험을 조기 감지해 대처하기 어렵다. ESS에 가스센서가 하나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이제 전 세계가 리튬배터리 폭발위험을 얘기하고 있다. 이 문제를 명쾌하게 풀지 않으면 미래 가정용·배터리재사용 시장도 어렵다. 배터리제조사와 전기, 화학, 소방분야의 공동 대응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배터리는 아무리 완벽하게 생산·관리해도 확률상 화재를 '0'으로 만들 수 없다. 전 세계에 큰 시장이 열렸는데 우린 화재가 난다고 꼼짝 않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 코로나 대응하듯 우리가 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포천=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손톱 크기의 오프가스(off-gas) 감지 센서(왼쪽). 배터리가 열폭주를 일으키기 전 배출하는 미량의 가스를 감지해 모든 시스템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오른쪽은 센서가 내장된 랙 상단 설치용 세트다.
▲손톱 크기의 오프가스(off-gas) 감지 센서(왼쪽). 배터리가 열폭주를 일으키기 전 배출하는 미량의 가스를 감지해 모든 시스템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오른쪽은 센서가 내장된 랙 상단 설치용 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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