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기술로 국내 환경 최적화 터빈 개발
산업 생태계 위해 중소기업과 적극 협업

[이투뉴스] 두산중공업은 국내 풍력터빈 제작사 중 유일하게 대내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이 시장에 진입해 다른 기업이 포기하고 떠날 때도 홀로 남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한때 두산중공업은 원자력, 화력, 신재생(풍력), 수자원(담수화)이란 4개 축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급격한 정책·환경 변화로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면서 미래사업으로 육성한 풍력발전의 가치가 재주목 받고 있다. 작년말 현재 누적 240MW 공급실적을 올리며 '국산 1위' 메이커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베스타스, 지멘스, GE 등 글로벌 풍력터빈 회사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선전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기술현황과 경쟁력을 들여다 봤다.

▲두산중공업은 탐라해상풍력에 자사 풍력터빈 30MW를 설치했다.
▲두산중공업은 탐라해상풍력에 자사 풍력터빈 30MW를 설치했다.

◆풍력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 위한 독자기술 개발
두산중공업은 선진 해외 풍력기업보다 20년 늦게 풍력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선두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자체 기술을 개발해 격차를 3년 수준까지 좁혔다. 이 과정에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로 독자기술을 확보해 풍력발전 완전 국산화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해상풍력이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국내 기준 최소 30%이상의 이용률 달성이 필요하다. 다만 국내는 유럽 같은 고풍속(9~11m/s)이 아닌 저풍속(6~8m/s)지역이 많다. 고풍속 지역에서는 최대출력으로 운전되는 시간이 길어 발전기 발전용량을 높이고 설치 수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저풍속 환경에는 최대출력으로 운전되는 시간이 줄어 설치수량을 늘리더라도 풍력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변환하는 로터의 직경을 증가시켜 발전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두산중공업은 이런 저풍속 환경에 최적화된 풍력터빈을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했으며, 해외 터빈보다 월등한 발전량과 이용률을 보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두산중공업은 자체개발한 기술을 통해 국내 환경에 최적화 된 제품으로 실적을 쌓고 있다. 3MW급 육·해상 겸용 제품 WinDS3300/134(모델명)는 국내 풍속에 적합하도록 설계 제작된 제품이다. 우리나라 서남해 지역에서 이용률 30% 달성이 가능해 현지 해상풍력 사업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5MW급 해상풍력발전 WinDS5500/140은 풍력사업을 철수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제품을 인수해 두산중공업의 해상풍력 경험 및 노하우를 접목한 제품이다. 기존 현대중공업 기술력을 살려 국산 제품의 기술을 사장되지 않도록 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의가 있다.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나온 블레이드 파손사례는 해외사들도 겪어온 성장통이라는 것이 풍력업계의 의견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사고를 교훈 삼아 품질 고도화의 기회로 삼고 기술개발과 성장과정에서 노하우가 생겨야 한다"며 "노하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처럼 오랜 시간 경험을 쌓거나 중국처럼 양적 확대를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풍력발전 부품 국산화율은 70% 이상으로 현재 100여개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는 고용창출의 전제 조건으로 국산화율을 꼽고 있지만, 대부분 민간사업자들은 국산화율의 중요성은 무시하고 고용효과만 극대화 해 주장하는 것과 비교된다.

두산중공업은 국산화율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근 1년 간 1000억원 규모의 부품을 국내 발주로 생산해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중 블레이드는 소재, 설계, 시험·평가, 제작 등 100% 국산화를 달성했다. R&D 과제로 4기의 시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80명의 고용창출 성과를 이뤘다. 외산터빈의 성능이 아무리 우수하다 해도 제작 과정에 국내 고용을 만들지는 못한다.

부품뿐만 아니라 블레이드 운송·설치 장비 등 관련 인프라 육성도 추진하고 있다. 블레이드 기립 운송장비와 블레이드 설치 공법 등을 최초로 국산화 해 적용했다. 풍력발전기 공급 확대로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를 극대화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외산 제품 수입 시 신재생설비는 수입관세가 없으며, 완제품 형태로 수입돼 유관 역무 역시 해외기업에 종속돼 국내 고용창출 및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면서 “기자재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육성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두산 WinDS3000 제품.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두산 WinDS3000 제품.

 ◆제품 자체 기술력은 기본…철저한 사후관리로 신뢰성 제고 
두산중공업은 "국산 기자재가 고장이 많다"며 폄훼하는 일부 주장에 근거로 강하게 맞대응한다. 풍력발전단지 운영 및 유지보수 역량 향상을 위해 자체 기술로 개발한 풍력발전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인 SCADA와 CMS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시스템으로 단지·터빈별 운전상태 모니터링과 기상정보, 부품관리, 상태 진단 등 유지보수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런 기술을 활용해 풍력발전단지를 사후관리하고 있다.

또 주요 풍력발전단지와 장기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해 모든 단지가 웹·모바일 기반 O&M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으며 98% 이상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일부 국산제품을 폄훼하는 세력이 국산 기자재가 고장이 많다는 소문을 낼 때가 있지만, 이는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발주자가 직접 유지보수를 수행하고 있는 단지들이 대부분”이라며 “해외제품에 적용해도 같은 사안이며 준공 후 적절한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풍력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산 풍력 육성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풍력업계는 국산 풍력 활성화를 위해 국산 풍력기자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풍력산업 국산화가 이뤄져야 산업 생태계가 육성되고, 외국 자본의 무분별한 시장 교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산 풍력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단기간 내 GW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두산중공업 제품은 가격경쟁력에서 외산 대비 20% 열위지만 이는 물량 부족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글로벌 풍력기업들도 자국시장에서 1GW 이상의 안정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풍력산업계도 대규모 공급 기회를 통해 가격경쟁력과 실적을 확보하면 풍력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풍력사업이 규모의 경제를 확립할 수준으로 확대되면 조 단위 사업으로서 하나의 사업부 정도로 매출과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목표를 명확화 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신산업 육성을 균형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외산 터빈들의 시장만 만들어 국내 고용이나 산업에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육성과 경제성 극대화가 양립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정책에 따른 비용은 산업육성과 고용창출에 활용하고, 산업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경제성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풍력터빈 소재·부품은 독자납품이 불가능해 통상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이 조립·납품하게 된다. 이 과정에 중소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규제를 적용받아 사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부품화율이 높은 완성 제품은 규제를 완화하는 등 육성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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