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중식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공공성과 수익성간 균형 중요. 태양광 등 화학에너지에 집중투자

"흑자구조로 전환 및 최고의 분산에너지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것"

▲김중식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김중식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이투뉴스] “서울에서 필요한 전력 중 80∼90%를 지방에서 생산해서 보내주는데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전력계통이나 경제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서울에도 발전시설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특히 마곡열병합은 지역난방 열까지 공급한다는 점에서 생활필수시설이다. 마곡열병합은 서울시민의 자산이다”

김중식 서울에너지공사 신임 사장은 마곡열병합발전소에 대해 필수불가결한 시설물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마곡지구 열공급 시기를 감안할 때 더 늦어선 안되며,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걱정 역시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민에게 최적의 전기와 열을 공급하기 위해선 고효율 친환경 발전소가 꼭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올 3월 서울에너지공사 2대 사장에 김중식 사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에너지업계는 깜짝 놀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어떻게 연이 닿는지 파악하는가 하면 “누구 라인을 탔다더라”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인적인 인연으로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라고 손을 내저었다.

“내가 서부발전과 한전KPS에 있을 때 눈물 젖은 빵을 좀 먹었다. 임원 승진도 못했고, 본부장도 금방 나와야 했다. 이후 민간 발전정비회사 CEO와 고문 임기를 마치고 나온 후 시기가 딱 들어맞았다. 큰 기대 안하고 원서를 넣었는데 면접 때 면접관들이 오히려 나에게 자꾸 질문을 던지더라”

그는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꾸준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왔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발전 및 신재생 등 에너지 분야에서 닦은 그의 노하우와 새로운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무려 6권에 달하는 두꺼운 자료집을 보는 순간 올곧이 실력으로만 공기업 사장 자리에 앉았다는 그의 말이 믿겨졌다.  

김중식 사장은 어깨가 무겁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와 상징성이 큰 에너지전담 지방공기업인 서울에너지공사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가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서울시 에너지정책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그는 서울시의회가 진행한 청문회에서도 공사의 흑자전환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방법은 역시 마곡열병합이 핵심이다. 지역난방 열의 생산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가스공급체계 및 연료비 가격 룰이 왜곡돼 있어 집단에너지가 이익을 내기 쉽지 않았던 만큼 이를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료인 LNG의 개별원료비 적용 또는 직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내가 근무하던 한전이나 발전자회사의 경우 기업성이 70∼80%, 공익성이 20∼30%였다. 하지만 서울에너지공사에 와보니 공공성과 수익성이 반대로 70대 30% 수준으로 국영기업보다 공공성을 더 많이 따지더라. 정답은 없지만 공공과 수익성을 50대 50으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적자상태임에도 불구 지난해 30억원 가까운 돈을 시민을 위한 에너지복지에 투자했다. 시민을 위한 공기업이라는 설립목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앞으로 수익성 개선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머니가 두둑해야 시민에 대한 지원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재생에너지, DR·가상발전소·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공사가 그 균형점을 찾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에너지공사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없다. 공사를 집단에너지사업을 베이스로 한 분산형 에너지 표상으로 발전시키겠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에도 적극 나서 화석에너지가 아닌 화학에너지 리딩컴퍼니로 만들어 나가겠다” 그는 지금은 분야별로 에너지가 나뉘어 있지만 결국에는 융합될 것이라 전망했다. 여기에 이름은 비록 서울에너지공사지만 지역에 국한두지 않고 전국을 커버할 수 있도록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력전문가가 서울에너지공사와 인연을 맺었다.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앞으로 안전경영, 흑자경영, 미래경영을 펼치겠다. 에너지기업에 있어서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안전이다. 조만간 안전관리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또 임기동안 흑자경영을 이뤄내겠다. 앞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어떻게 잘 요리해서 자구책을 마련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이와 함께 공사의 미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사는 서울시 에너지자립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만큼 친환경 에너지공기업으로서 분산형 에너지의 지표가 되도록 변모해 나갈 것이다.”

-최대 규모의 에너지전담 지방공사로 출범했으나, 수익구조가 취약하다. 경영적자 개선을 위한 방안은.
“공기업이 적자가 나도 안되지만 이익이 지나쳐도 문제다. 공적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공사가 적자를 내는 가장 큰 원인은 30년이 넘은 노후화된 열공급시설로 인한 것이다. 최신형 열병합발전소는 고효율 저비용 구조이나, 공사가 소유한 공급시설은 너무 낡아 저효율 고비용 구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곡열병합을 시작으로 목동열병합과 노원열병합의 단계적인 설비개체와 가스도입 다변화로 원가를 낮춰 나갈 계획이다. LNG직도입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가장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다. 또 에너지전환에 맞춰 신재생에너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집단에너지 시설의 집중도를 낮춰가겠다.”

-공사의 핵심은 집단에너지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의 정책 및 제도개선 방안은.
“원전하나줄이기, 태양의 도시, 서울로 이어지는 서울시 에너지정책은 에너지 분산형 생산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집단에너지는 대표적 분산형 전원으로서 도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비롯한 많은 사업자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리 공사는 국내 1호 집단에너지사업자로서 설비 노후화에 따른 안전관리 비용 증가, 열요금 규제, 전력시장에서 원가미만 보상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업여건 개선을 위해선 생산원가 반영을 강화한 합리적인 요금제도 개편과 분산전원 편익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공사는 GS파워를 비롯해 별내에너지 등 사업자 간 열연계를 통한 미활용에너지 활용을 늘릴 계획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지원이 요구된다. 특히 열병합발전소 용량(100MW기준)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는 문제 등의 제도개선 방안도 지속 강구할 계획이다.”

▲김중식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김중식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마곡열병합 관련 민원이 적잖다. 건설이 꼭 필요한 이유와 당위성, 또 민원해소를 위한 주민과의 소통 방향은.
“서울 강서지역 포화연도인 2031년이 되면 지역난방 공급세대수가 7만5000세대로 늘어난다. GS파워 부천열병합 수열(130Gcal/h, 2만6000세대 공급가능)로는 안정적인 열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마곡지구 열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열병합발전소를 포함한 서남집단에너지 2단계 건설이 시급하다. 2018년 기준 강서구 열수요가 253Gcal/h인데 반해 자체 열생산은 68Gcal/h(27%)에 불과하며, 부족분(185Gcal/h, 73%)은 목동 등 외부로부터 수열하고 있다. 향후 마곡지구 개발과 지역난방 수요 급증으로 2024년부터는 4만세대분(197Gcal/h) 공급부족이 예상된다. 발전소 건설일정을 고려하면 빠른 추진이 필요하다.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분들은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미세먼지 발생을 우려한다. 심지어 원자폭탄이 터지면 생기는 버섯구름을 전단지에 넣는 등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설계에 반영하겠다. 민원 발생은 우리 공사가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드리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려고 한다. 최대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설명하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일단 대화 창구가 열려야 한다.”

-태양의 도시, 서울 등 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공사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등 서울시 정책에 대한 지원방안은 무엇인가?
“서울시는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충으로 서울의 전력자립률 제고와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공사는 지하철 차량기지와 강변북로 등 공공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있으며, 지방의 전기를 송전 받으면서 발생하는 피해를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는 상생전략으로 지역상생 태양광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100만호 태양광 주택보급을 위해 미니태양광사업, 수소연료전지 확대 등도 적극 펼치고 있다. 특히 도시미관과 어울리는 태양광모듈 개발을 통해 아름다운 태양광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태양의 도시가 성공하기 위해 시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사는 태양광에 대한 시민인식을 높이고 많은 시민의 참여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서울에너지공사의 향후 혁신 방향과 세부 계획을 말해달라?
“공사 직원이 280명에 불과하는 등 공기업 중에서는 작은 규모다. 작은 기업의 장점은 규모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발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의사결정에 있다. 더욱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에너지전환에 기반을 둔 기존산업과 다른 새로운 사업인 만큼 빠른 의사결정과 리스크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한 산업이다. 공사의 혁신 방향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전환에 맞춰 신사업에 빠르게 적응하고, 전 직원이 똘똘 뭉쳐 과거 결정방식이나 무사안일한 업무방식을 과감하게 바꿔 나가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노조를 비롯한 직원과의 통섭도 애쓰겠다. 현재 임단협 체결을 위해 매주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 설립이후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했을 정도로 삐걱대던 노사관계를 화합과 소통을 바탕으로 정상화, 건실한 공사를 만들어가는 기반으로 만들겠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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