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부연구위원(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부연구위원(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김선교] 현 세대, 인류 절대 다수는 코로나19라는 상상하지 못한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 역사책 어딘가를 뒤진다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과 비슷한 사례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초유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빨리 회복되어 이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이런저런 전망 또는 희망사항들이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산업, 특히 전력산업은 코로나19에서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중국에서 시작한 이 고약한 질병은 물리적 거리가 멀지 않은 우리나라에 빠르게 침투했다. 31번 환자를 기점으로 1만명이 넘는 사람이 감염되었고, 250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말 현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비교적 잘 통제하고 있다는 대내외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기저 원인으로 마스크 생산 능력, 숙련되고 유능한 공무원 집단과 의료 인력, 뛰어난 진단 기술과 훌륭한 의료 시설 등이 꼽히고 있는데, 여기서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전기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전기 인프라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영역이라 치부할 수 있다. 65년, 농어촌은 12%, 도시는 51% 정도의 전기 접근성이 가능했지만 2020년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게 되었기에, 지극히 당연한 전기의 사용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 세계를 둘러보면, 전기의 사용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 인구 12억5000만명 중,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은 6억3000만명이 넘으며, 전 세계 인구 75억명 중 13억명가량이 전기에 거의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가 없다는 것은 현대적 방식의 의료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당연하겠지만 전기가 없는 곳에는 음압병동을 비롯한 전기를 사용하는 의료장비의 사용도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선진국이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기조차 닿지 않은 곳에 코로나19가 밀어 닥치면, 감히 피해 규모를 추정하고 회생 시점을 이야기하는 일조차 상상하기 어렵다. 

여러 에너지 형태 중, 전기는 코로나19 등 재난적 상황과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2차 에너지원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물론, 그 방식은 현재의 대형 인프라 중심의 방식보다는 분산형, 독립형 등 복원력과 강인성이라는 새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방식에 더 높은 성장성, 잠재력이 있을 것이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필수적이었던 전력산업은 태양광, 풍력 중심의 마이크로그리드, 분산에너지원의 확산으로 소규모 투자와 건설로도 전기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게 되었다. 

전기 인프라의 다양화와 함께, 확산은 저개발 국가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즉, 경제적으로 접근 가능하고, 빠른 설치가 용이한 태양광의 확산은 인도, 아프리카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전기의 활용은 소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IT 인프라의 활용으로 이어진다. 즉, 전기의 확산이 범지구적 디지털 전환을 지지하는 뿌리가 된다. 우리와 물리적 연결이 원천적으로 어려웠던 지역들도 디지털 세계에서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코로나19는 국가와 지역 간 이동과 교역의 제한을 야기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전기의 새로운 생산 방식은 전 세계 곳곳에 소외된 지역의 불을 밝히고, 원천적 봉쇄를 탈피하는 수단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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