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4호기, 이달 2~3일 13시간 600MW ↓
경직성 전원 비중 증가 시 상시화 가능성 높아

▲신고리 3,4호기
▲신고리 3,4호기

[이투뉴스] 전력계통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원전 출력 증‧감발(발전기 출력을 높이거나 낮춤)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은 설비용량이 크고 다른 발전기처럼 부하변동에 따라 출력을 수시로 조절할 수 없어 지금까지는 항상 전출력(100%) 방식으로 운전해 왔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초유의 원전 출력조절은 최장 6일간의 연휴를 맞은 이달 2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자정까지 29시간 사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출력 감발은 원전 중 단위 설비용량이 1400MW(발전량 1500MW)로 가장 큰 신고리 3,4호기가 대상으로 지목됐다. 

앞서 전력당국은 이 기간 전력수급이 평소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보고, 한수원과 감발시간 등을 사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기간 전력수요가 최저 4100만kW까지 낮아진 가운데 이들 발전기 중 1기라도 고장나면 계통주파수가 기준치(59.7Hz) 아래로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다. 

산업부 전력계통 신뢰도 고시는 평시 주파수를 60Hz에서 ±0.2Hz 이내로, 발전기 1기 고장 시에도 59.7Hz 이상을 유지하고 1분 안에 59.8Hz로 회복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 검토에서 신뢰도 기준 위반이 예상됨에 따라 부득이 이들 원전의 출력을 일시 낮추는 결정이 내려졌다.

초유의 원전 감발은 붕산을 투입해 원자로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2일 오후 7시부터 분당 0.04%씩 출력을 낮춰 3일 오전 3시부터 1기당 발전량을 300MW씩 낮췄고, 이렇게 13시간을 유지하다 같은날 오후 4시부터 다시 서서히 출력을 높여 자정께 정상 출력으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았다.

원전 출력을 낮추는 방법은 중성자를 흡수하는 붕산을 원자로에 투입하는 방법과 연료 제어봉을 삽입하는 등 2가지가 있지만 후자의 경우 비균질한 핵분열을 유발해 빠른 제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설계상 연료투입량 조절이 불가능하므로 출력을 낮추려면 붕산농도를 높여 중성자를 흡수시켜야 한다"며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 등에서는 출력조절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출력을 낮출 땐 붕산을 넣고, 다시 높일 땐 물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국내 원전이 전력계통 운영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출력을 낮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생에너지 등 경직성 전원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이같은 원전 출력조절은 더욱 잦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연휴기간에는 ▶코로나19로 전력수요가 감소한데다 ▶연중 냉·난방 수요가 가장 적었고 ▶일사량이 좋아 태양광발전량까지 많았다. 이로 인해 원전 4기, 석탄 16기 등 1980만kW가 정비로 가동하지 않았음에도 수요보다 공급이 넘쳤다.

전력당국 분석에 의하면 이달 5일 기준 전력수요가 4337만kW일 때 원전, 태양광처럼 출력조절이 어렵거나 송전제약으로 가동중단이 어려운 발전기 비중은 82%(3559만kW)에 달했다. 반면 LNG발전기처럼 유연성자원은 18%(778만kW)에 불과해 이런 상황에 대형 발전기가 멈춰서거나 수요가 급변하면 계통운영이 불안해 질 수 있다.

전력계통 전문가는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꾸준히 증가해 경직성 전원비중이 상승하면 대표적 기저부하인 원전의 출력감발도 불가피하게 상시화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최초 원전 감발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다면 원전도 일부 부하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력계통 주파수는 발전기 용량이 클수록, 수요가 낮을수록 발전기 고장 시 크게 떨어진다"며 "과거엔 경제성만 따져 원전을 항상 전출력으로 가동했으나 앞으로는 계통이나 수급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리 특수 경부하가 닥칠 경우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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