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각 중단 가처분신청' 롯데건설 승리로 매각작업 속도
우선매수권 행사여부 따라 서부발전-GS에너지 경영권 변화

[이투뉴스] 롯데건설이 보유한 지분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청라에너지 지배구조가 출렁이고 있다. 주식매각 시기를 둘러싸고 주주사 간 소송까지 전개될 정도로 나름 치열하다. 누가 사느냐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뀌기 때문이다. 한국서부발전과 GS에너지가 청라에너지 경영권을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한경환 부장판사)는 서부발전이 롯데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청라에너지 주식매각 중단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유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롯데건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서부발전은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불복해 항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라에너지 최대주주인 서부발전(지분율 43.9%)이 3대주주인 롯데건설(26.1%)과 지분매각을 둘러싸고 소송까지 벌이게 된 것은 올해 초 롯데가 청라에너지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주주협약에 우선매수청구권이 명시돼 있는 만큼 평가기관 2곳을 지정해 주식공정가치 평가 등 매각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이다.

롯데건설의 지분매각 추진은 청라에너지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설립당시 최대주주로 열수송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 상당한 이득을 챙겼으나, 이후 지분구조 변화로 공사물량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업체 선정방식이 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최근 이뤄진 검단신도시 열배관 공사에서 쓴맛을 본데다, 향후 있을 김포 열병합발전소 건설공사 역시 기득권 확보가 용이치 않다는 점이 이런 결정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이후 서부발전은 주식매각 추진절차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으나, 롯데건설이 지분매각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서부발전은 즉각 소송에 나섰다. 주식을 추가로 사기 위해선 KDI(한국개발연구원)의 타당성재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조사용역을 마칠 때까지 매각작업을 중단해달라는 것이다. 타당성재조사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사업의 투자비가 20% 이상 증가할 경우 재정당국이 타당성을 다시 조사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타당성재조사는 공기업인 서부발전이 내부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에 불과하다"며 “타당성조사를 이유로 우선매수권 행사여부 결정을 서부발전에만 추가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롯데건설에 손해를 끼칠 수 있어 부당하다”며 원고패소 이유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서부발전과 롯데건설의 다툼으로 보이지만 지분매각을 둘러싼 공방에는 청라에너지 2대주주인 GS에너지(지분율 30%)와의 연관성도 여기저기서 거론되고 있다. 청라에너지가 당장 배당을 할 형편도 아닌데다 검단신도시 연계배관 등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롯데건설 지분매각에 관심을 가질 만한 외부기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롯데건설 보유지분인 26.1%를 인수하면 GS에너지가 56.1%의 지분율을 확보, 서부건설을 밀어내고 청라에너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는 것도 근거로 작용한다. 서부발전이 질 게 유력한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은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물론 추후 뺏기더라도 어쩔수 없었다는 근거를 남겨두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GS에너지는 현재 집단에너지업체인 GS파워, 인천종합에너지 2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또 경기 중서부 및 인천권 집단에너지사업 강화를 위해 인천도시가스가 내놓은 청라에너지 지분도 매입했다. 특히 인접해 있는 이들 3개사 간 열연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청라에너지 경영권까지 확보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점도 롯데건설 지분매입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향후 등장 가능한 시나리오는 3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먼저 공정가치가 정해졌는데도 타당성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GS에너지가 혼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양사가 기존지분율 만큼 지분을 나눠가지거나, 마지막으로 모두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해 제3의 기업으로 넘어갈 개연성도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GS에너지가 롯데건설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 청라에너지 경영권을 쟁취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GS에너지는 이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서부발전 역시 “서인천발전소 및 김포열병합 등을 볼 때 청라는 우리 몫,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만큼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많지 않은 비용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GS에너지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서부발전도 청라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최근 상황을 평가했다. 이어 "다만 주주사들이 청라에너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쟁력 확보가 아닌 김포열병합 건설, LNG 연료공급권 확보 등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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