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불안정..공급선 확보 차원

중국과 일본 정유회사들이 중동산 원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프리카와 러시아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요인과 이란 핵문제로 인해 자칫 공급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일본 최대 무역회사인 미쓰비시 코퍼레이션의 원유 트레이더인 앤터니 누란은 “‘에너지 안보는 수입선 다변화에 있다’고 한 윈스턴 처칠경의 말은 오늘 날에도 적용된다”며 “정유사들이 가능한 할 수 있는 만큼 다변화를 원하고 있고 현재 그런 작업이 아주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프리카 제2의 원유 생산국인 앙골라는 올들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등장했다. 세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7월 앙골라로부터 1천500만t의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사우디 아라비아로부터 수입량을 13% 상회했다.

 

중국 국영 정유회사인 시노펙(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은 지난 2월 생산에 들어간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싱게티 유전으로부터 원유를 도입했으며 아제르바이잔의 아제리 라이트 유전, 베네수엘라의 하마카 블렌드 유전으로부터도 원유를 사들였다.

 

올 상반기 중국은 중동지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3310만 배럴(1배럴=159ℓ)을, 아프리카 지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2천340만배럴을 수입해 그 증가폭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 정유회사들은 중동에서 벗어나 러시아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아시아 최대 원유 구매국인 일본은 지금까지 중동지역 의존도가 90%에 달했으나 러시아의 사할린 산(産) 원유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니폰 오일은 지난 달 130억달러 어치의 사할린-1 원유와 천연가스를 구매했으며 70만배럴의 경(輕),저(低) 유황 원유를 매입했다고 지난 달 23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인도 최대 국영 정유업체인 인디언 오일도 앙골라와 나이지리아산 원유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아시아 지역 정유사들이 아프리카, 러시아산 원유에 호감을 갖는 것은 정치적인 까닭이외에도 중동산에 비해 더 많은 가솔린과 디젤유를 정제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경제적 이득도 유혹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이 아프리카와 러시아산 원유 선호의 가장 큰 배경으로 보인다.

실제 이란이 8월31일까지 핵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부하면서 이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조치가 예상돼 중동지역 불안정 요인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수입 다변화는 엑손 모빌, BP 등 석유 메이저들에게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

석유 메이저들은 중동지역의 경우 해당국 국영기업의 독점으로 석유 개발 참여가 막힌 탓에 일찌감치 아프리카와 러시아 등에 진출했으며, 아시아 국가들의 구매주문이 늘면서 투자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연례 아시아-태평양 석유 회의에서는 원유 공급 다변화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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