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유사 경제적 이익 요구 및 지위남용 시정 기대
사후정산 문제삼는 주유소…정유사 “권리침해 소지 없어”

[이투뉴스] 정부가 석유유통업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표준계약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유사와 주유소 간 사적계약 형태로 공급계약이 이뤄지면서 잡음이 끊임 없이 불거지는 등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3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공정문화 확산을 위해 기존까지의 거래관행을 개선,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석유대리점, 주유소 등 석유유통업계에 표준 대리점계약서를 도입하고 사용 시 인센티브를 강화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준계약서 사용확산을 위해 7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12월까지 제정 및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석유대리점에 대한 정유사의 경제적이익 요구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등을 시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표준계약서는 기본적인 계약절차를 포함해 석유유통 업종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불공정 거래 방지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초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주유소업계는 개선돼야 할 대표적인 관행으로 정유사 사후정산을 꼽고 있다. 사후정산 관행은 말 그대로 주유소가 정유사에 석유제품을 주문하면서 대략적인 가격을 통지받고, 대금은 출하시점으로부터 일정기간 뒤에 사후정산하는 방식이다.

사후정산은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 변동에 따라 주유소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마진에 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업자는 가격도 모른채 물건을 납품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주유소협회는 수년간 해당 관행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 힘써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사후정산행위로 주유소가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며 불공정거래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공정위를 상대로 한 S-OIL의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사후정산관행은 불공정거래가 아니다”라고 손을 들어주면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주유소업계는 표준계약서가 도입되면 과거 매출이 높은 타사주유소를 유치하기 위해 이면계약을 맺고 낮은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거나, 반대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특정 주유소에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던 일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과거 공정위 조사에서 보듯이 정유사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타사거래 주유소를 유리한 공급조건으로 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제업자와 주유소간 모범거래 기준’이 제정된 이후 정유사와 주유소 간 계약서에 반영되긴 했지만 이제껏 업계에 표준계약서는 도입된 바 없다”며 “협회에서는 표준계약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과정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유사는 거리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갑을관계가 명확했지만 최근에는 대리점 사업자의 권리신장으로 ‘갑질’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 주유소와 최초 계약을 맺을 때부터 사업자가 누릴 수 있는 각 권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필확인서명을 받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일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유사 관계자는 “주유소와 맺는 계약은 대부분 자유계약이기 때문에 권리침해가 일어날 소지가 없다”며 “정유사 제품공급 계약은 지난 10여년 동안 공정위의 검토를 받으면서 대부분의 불합리한 조항이 개선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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