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태계 기반없는 그린뉴딜은 돈 나눠먹기”
“산업생태계 기반없는 그린뉴딜은 돈 나눠먹기”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0.06.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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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 '유럽 그린딜 목격자' 김재민 해양대 초빙교수
"英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태, 그걸'지구지키기'로 이해"
"그린뉴딜 실체는 탄소제로, 친환경에너지만 갇혀선 곤란"

[이투뉴스] 눈에 보이지 않는 위기는 배가되거나 때로 과소평가된다. 코로나-19, 그 뒤에 다가오는 경제공황, 그리고 종국의 기후변화가 그렇다. 한국에서 그린뉴딜은 그런 위기를 일소할 묘약처럼 다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하자 13조원 규모 ‘한국판 그린뉴딜'과 1조4000원짜리 추경안이 뚝딱 만들어졌다. 이렇게 분초를 다투는 마당에 그린뉴딜의 정의와 방향을 논하자고 하면 '한가한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이다.  김재민 한국해양대 초빙교수<사진>는 최근 한국의 그린뉴딜 논의를 지켜보면서 강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다. 이른바 ‘뉴레이버(New Labour)’로 정권을 잡은 23년 전 영국이 떠올라서다. 그는 교포과학자를 초빙해 국내 대학에 파견하는 과학기술부 ‘브레인풀(Brain Pool) 사업’에 따라 연말까지 부산 해양대 강단에 선다. 국적은 영국이다.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에서 1998년부터 작년까지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유럽의 그린딜을 지켜봤다. 그는 “그린뉴딜에 대해 환경운동하는 쪽과는 속도감과 관점이 달라 조심스럽다”면서도 "디테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그린뉴딜은 돈 나눠먹기가 된다. 좋은 기회지만,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책임질 수 있는 것들만 약속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재민 해양대 산학연ETRS센터 초빙교수
▲김재민 해양대 산학연ETRS센터 초빙교수

- 영국의 그린뉴딜과 한국의 그것은 무엇이 닮았나

“뉴레이버로 정권을 잡은 당시 토니블레어 정부 정책이 지금 우리가 하려는 것과 유사하다. 뭘 먹고 살거냐는 문제에 부딪혀 지방분권을 시작하고, 그 뒤 분화한 스코클랜드는 저탄소를 먹거리로 잡았다. 20년간 탄소저감이 영국 에너지정책의 근간이 됐다. 그러다 보수정권으로 가서 그 동력이 확 떨어졌고, 금융위기 타격을 받아 제조업 근간마저 거의 사라졌다. 그때 금융산업을 믿고 탄소거래 체제를 밀어붙인 거다. 석탄발전을 먼저 없앴고, 재생에너지를 도입했다. 학교마다 수백억 원의 재생에너지 자금이 투자됐고, 지금도 연구개발비로 먹고사는 곳이 많다. 어쨌든 그 과정에 스코틀랜드의 경우 2030년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할 전망이다. 석탄이 없어진 자리는 가스발전이 채우고 있다. 그걸 보고나서 현 정부 에너지전환정책과 그린뉴딜을 보고 있는데, 달려드는 모양새가 20년 전과 비슷하다."

- 재생에너지 중심의 뉴딜은 전 세계적 조류 아닌가

"에너지는 복잡한 문제다. 안보, 친환경, 경제가 다 합쳐져 있다. 영국은 에너지공급 정책이 빈부격차를 부추길 수 있다고도 봤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많으면 물론 좋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가면 투자비를 어쩌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방향이 올바른 것은 맞는다. 영국은 금융시스템과 스마트그리드 등 새로운 전력망을 먹거리로 봤다. 그런데 그 로드맵이 50년짜리, 2050년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이게 실현된다는 건 인류가 살아가는 에너지망에 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굉장히 오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며, 말단까지 들어가면 기술적 장애물도 많다. 영국은 이미 방향이 그렇게 잡혀 끝까지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런데 투자비가 없고 돌아오는 건 적으니 브렉시트를 생각할 수밖에.  그걸 우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해하고 있다.”

- 영국 그린뉴딜의 실체는 뭔가

“결국은 탄소제로다. 이것이 목표이고, 그렇기에 정량적인 목표도 탄소를 몇% 줄일 것인가로 정리된다. 그린뉴딜 얘기하면서 친환경에너지만 강조하면, 그 사람은 그린뉴딜에 대해 잘 모르는 거다. 그린뉴딜은 탄소저감이 궁극적 목표이고,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탄소량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이냐로 귀결된다.”

- 미국 민주당發 그린뉴딜 논의도 기폭제가 됐다.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美 하원의원)를 대두로 하는 민주당내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건 0.5% 자산가들의 돈을 떼어오자는거다. 그들이 전체 부의 40~50%를 갖고 있으니까. 필요한 재원을 부가가치를 만들어 확보하는 게 아니라 많이 가진 자들에게 합법적으로 가져오자는거다. 그리고 그게 지속가능하다고 본거다. 그런데 현실적인 사람들에게 그건 정말 순진한 얘기다. 그걸 영국에서 목격했다. 위험한 발상이다.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격차가 더 커진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생각을 깊게 해야 한다.”

- 어떤 점을 우려하나

“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 현장은 ‘내게 뭐가 떨어져, 없으면 안해’다. 개인적으로 건물에너지 컨설팅을 한 경험이 많은데, 정부가 지원하는 2억원짜리 시범사업은 결국 5000만원짜리 사업이 되더라. 업체는 그저 1억원이란 보조금이 중요한거다. 그러다 1년이 지나면 작동을 안해 애물단지가 된다. 차라리 지원받지 않고 시장에서 직접 승부하는 업체가 살아남는다. 시장을 개척하고 최소 물건을 사줄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계가 맺어지고 돈이 흐른다. 그렇게 하려면 에너지부문에선 전력단가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적게 쓰고 효율적으로 쓴다. 그런 게 바닥에 깔려야 하는 전제다. 그 다음에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그런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게 제도이자 정책이다. 하지만 현재 그린뉴딜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들은 당장 신재생 비중이 낮으니 대폭 높이자, 그렇게 하려면 국가예산에서 얼마면 되냐는 식이다. 1년 예산을 투입하면 그걸 토대로 다시 세수가 만들어져 다시 1년을 먹고 살 뭔가가 있어야 한다. 금융을 아는 사람들의 알고리즘과 운동하는 분들의 알고리즘 차이가 엄청나다.”

- 그 정도는 생각하고 추진하지 않겠나

“회계장부를 들고 얘기하자면 아마 못할거다. 되레 스트레스를 받아 목소리를 높이고 당위성과 정의감으로 대중을 끌어들이려 할거다. 지구를 구하자고 하는데, 이제 정의당까지 180석으로 주류가 됐고 대통령 지지율도 70%대인데 못할 것도 없을거다. 하지만 최소 재무적인 매커니즘은 알고 얘기해야 한다. 디테일하게. 그 정도가 되어도 막상 국회로 넘어가면 어찌될지 모른다. 물론 깃발을 들고 앞장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소수당, 소수파일 때 얘기다. 직접 주도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영국을 봐라', '독일을 봐라'도 좋지만 현장은 매우 이기적이다. 큰 덩어리를 나눠 먹고 떠날 땐 각자 생각이 다른법이다. 큰 틀의 산업생태계 기반을 만들지 않은 상태라면 결국 돈 나눠 먹는 게 되는거다. 하지만 내년엔, 그 다음엔 어쩔건가.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려면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린뉴딜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런 디테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안된다. 2년 뒤 대선에 그런 문제가 대두되면 문제가 커진다.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득이 된 게 없으면 4대강이랑 똑같이 되는거다. 예를 들어 그린뉴딜로 신재생에 대거 예산을 투입할 때 잘못하면 10~20년간 대기업과 자본가만 득을 가져갈 수 있다.”

- 현재의 논의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기회는 좋지만 방향을 잘못 가면 이후는 없다. 영국을 쭉 지켜본 결과다. 그린뉴딜을 친환경이란 개념에만 가두면 안된다. 2050년까지의 탄소저감 계획을 10년마다 세세하게 분야를 할당해 예산을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한다. 투자가 얼마냐, 큰 덩어리만 얘기한다. 그러다 훗날 그 돈이 어디로 갔냐고 물으면 어떻게 되겠나. 대중은 복잡한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과 자신의 요구가 충족됐는지만 본다. 내가 득을 본 게 없고, 앞으로도 없겠다고 생각하면 싫다고 한다. 아주 단순하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어렵게 쌓아온 자산들이 날아갈 수 있다."

- 시간은 많지 않고, 상황은 위중하고 갈길은 멀다. 

“그린뉴딜을 문자 그대로 목표로 한다면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시도는 최소 1년반에서 2년이 걸린다. 일단 현 제도대로 돈을 투여하면 뉴딜의 첫 번째 단계도 달성하기 어렵다. 뉴딜이란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의 쟁취다. 지금은 너무 감이 없다. 그런 혼란을 부추긴 건 AOC 책임도 있다. 미국의 생산과 수요를 탄소제로로 가되, 그 재원을 상층부 돈으로 하고 기층은 재교육을 받게 한다는 건데, 그 딜을 10년 안에 완수하겠다고 했다. 그 안에 탄소를 할당하고 산업도 전환해야 한다. 불가능하다. 반트럼프 진영의 언론이 그걸 띄워준거다. 우리나라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다. 너무 이상적인 얘기다. 모든 사람은 다 착하게 산다는 가정 아래서 바꿀 수 있다고 한거다. 최소한 그린뉴딜을 운운하려면 탄소제로를 얘기해야 하고, 1년 반 이상 연구해 차기 정부에서 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현 정부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린뉴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얘기다.”

- 그런 얘기를 하면 한가하다는 얘기를 듣기 쉽다.

“급하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건 코로나 대처가 아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를 떠올려보라. 수백명을 모아놓고 2박3일간 찬‧반 토론을 했다. 그런데 결국 건설재개로 결론이 났다. 아무리 정권에 가까운 이들이 뭐라해도 결국 결정은 국민이 한다. 명분이 좋고 선량하다고 무턱대고 지지하지 않는다. 환경운동 하셨던 분들은 그간 너무 억눌려 이런기회가 다시 오겠는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매우 위험하다. 책임질 수 있는 것들을 약속하고, 최소 내가하는 말들이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굉장히 큰 얘기만 한다. 상당히 위험하다.”

- 에너지 문제를 관치로 해결해 온 우리가 그런 딜에 과감히 나설수 있을까?

“다행히 현 정부나 국회에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골격은 못 건들지라도 끼워넣기 정도는 형태는 산업별로 시도되지 않을까 낙관한다.”

- 에너지전환정책 추진과정에 에너지믹스로 너무 소모적인 싸움을 했다.

“야당이 이데올로기로 몰고 간 측면이 크다. 초대 산업부 장관이 조심했어야 한다. 지금은 에너지전환을 수요를 줄이면서 믹스를 최적화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성숙한 집권당이라면 어설픈 스피커들을 제한할거다. 문재인 정부의 장점은 쭉 가다가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안하는 것 아니겠나."

- 그린뉴딜이 3차 추경에 일부 포함돼 추진된다.

“중요한 건 시장수용성, 다르게는 시민수용성이다. 현금을 주는 것과 기한과 용도가 정해진 상품권을 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 매커니즘도 없이 간다면 그건 비용, 버려지는 돈이다. 종잣돈이 되든, 새로운 가치를 만들든 성과를 내는 게 시장수용성이다. 얼마나 이상적으로 갈지는 잘 모르겠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김재민. He is...] 한양대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뒤 이 대학에서 건축환경설비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도쿄 시바우라공대 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작년까지 영국 글라스고우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 제로에너지 건물인 에너지드림센터 시설 운영에 참여한 이젠파트너스를 2004년 창업했다. 한·영 국제공동 연구프로젝트 사업에 다수 참여했고, 국내서 ICT기반 에너지시스템의 시뮬레이션과 최적운영 솔루션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현재 과기부 블록체인 규제개선 연구반에서 폐배터리 유통관리 서비스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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