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산업부는 지난해 8월 에너지효율혁신전략을 내놓으면서 오는 2030년까지 선진국형 에너지 소비구조를 실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특히 에너지효율이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이며, 효율향상을 통한 에너지소비 감소는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감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기도 했다.

구체적인 정책방향도 내놨다. 먼저 규제·인센티브 조화를 통해 산업·건물·수송 부문별 에너지효율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개별기기를 넘어 시스템·공동체 단위로 에너지소비를 최적화하는 한편 수요관리에서 산업육성 병행으로 정책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부가 어마무시한 에너지효율혁신전략을 내놓은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에너지업계에선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한다. 올해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보급과 으뜸효율가전 구매비용 환급 등 몇 개를 제외하면 효율혁신을 위한 예산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에너지효율부문에 정책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당국자의 시그널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글로벌 팬데믹이 발생함에 따라 연관성이 크지 않은 에너지효율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수요가 급감, 에너지가 펑펑 남아도는 상황에서 효율혁신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살짝 밀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측면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한전이 조 단위 적자를 보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은 말도 꺼내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가격효과를 무시한 채 원가이하의 에너지요금체계에서 한치도 탈피하지 못하는 등 효율혁신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계기도 있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강조한 그린뉴딜을 통해서 에너지효율혁신을 다시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린뉴딜이 저탄소·친환경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성장이라는 점을 볼 때 에너지수요 자체를 최소화하는 효율혁신이 가장 비용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또다시 외면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효율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융자·지원 3415억원 및 관련 R&D 384억원 등 그린뉴딜 예산 4639억 중 70%가 신재생에너지 분야다.

에너지효율은 딱 2개 사업에 불과하다. 노후건물에 대한 에너지진단정보 DB구축 70억원과 지역에너지절약 10억원이 그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노후 건축물 에너지 성능개선을 위한 그린리모델링에 2382억원을 투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다. 다행히 내수진작 차원에서 고효율가전 구매환급에 3000억원을 배정해 체면치레는 했지만, 에너지효율혁신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에너지 수급위기가 닥칠 때나 잠시 시늉만 하는 에너지효율혁신. 양치기 소년(정부)이 계속 거짓말을 하면, 진짜 늑대(에너지위기)가 와도 마을사람(국민)은 오지 않을 것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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